<유재현 온더로드>의 작가 유재현이 이번에는 미국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행이 끝나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통해서 기행의 흔적들을 먼저 연재하려고 합니다. 작가가 전하는 따끈따끈한 미국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글과 사진을 보내주고 계신 작가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_샌프란시스코의 사랑과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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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 관한 가장 유명한 노래. 스콧 맥킨지(Scott McKenzie)의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이다. 가사는 이렇게 노래한다. 샌프란시스코에 오면 '꼭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반전운동이 불길처럼 타오르던 1960년대 미국. 시위대들은 진압경찰들에게 꽃을 내밀곤 했다. 그 뒤 꽃은 반전과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지금도 세계의 시위현장에서는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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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동부연안에서 진보의 상징을 뉴욕이 맡고 있다면 서부연안에서는 샌프란시스코를 꼽는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무기력은 미국의 진보운동의 무기력을 상징한다. 오늘 샌프란시스코를 대변하는 것은 진보도, 히피도, 금문교도 아닌 홈리스이다.

설리너스를 떠나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것은 늦은 밤. 포트 메이슨의 호스텔에서 여장을 풀 때부터 어둠이 내려깔린 샌프란시스코만(灣)을 지분거리던 비가 아침이 되었을 때에는 제법 거센 빗줄기로 바뀌었다. 비 내리는 샌프란시스코. 빗줄기에 가린 금문교는 현수교의 교각 두 개를 간신히 보여준다.

다행스럽게도 하이츠 애쉬버리(Haights Ashbury)에 도착했을 때에는 빗줄기가 가늘어져 그럭저럭 모자를 쓰고 다닐 만 해졌다. 한때 히피운동의 본산이었던 거리는 평범하기 짝이 없고 지미 헨드릭스를 그린 벽화와 담배기구를 파는 상점들에서 그 흔적을 관광 차원에서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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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여름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사랑의 여름(Summer of Love)'을 달구었던 하이츠 애쉬버리에는 비에 젖은 침낭이거나 배낭을 메거나 수퍼마켓 카트에 담아 끌고 걷는 홈리스들만이 눈에 띤다. 존 매킨지의 <샌프란시스코>는 바로 그 '사랑의 여름' 직전에 탄생한 노래이다. 가사는 '여름엔 그곳에서 사랑의 집회가 열릴 거예요(Summertime will be a love-in there)'라고 노래하고 그 해 여름 하이츠 애쉬버리는 60년대 히피의 정신이 만개하는 장소가 되었다. 2년 뒤인 1969년 뉴욕주의 우드스탁(Woodstock)에서는 또 다른 사랑의 집회가 열렸고 1970년대에 접어들자 사랑도 꽃도 시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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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빗발이 추적이는 하이츠 애쉬버리의 어느 거리에는 비에 젖은 젊은 홈리스가 '배가 고프다'라는 글을 적은 종이를 들고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구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하이츠 애쉬버리의 모퉁이 거리의 이름을 적은 표지판에는 자세히, 아주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지만 '비바 우고(VIVA HUGO)'라는 글을 적은 작은 스티커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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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차베스 만세'라는 쪽지를 붙이는 일. 그도 할 일이겠지만 당신들 자신도 당신들의 땅에서 무언가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사랑의 집회'라도 말이다.

미국에서
유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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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작가 소개 유재현 |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아주대 전자공학과에서 공부했고, 그 후 여러 사회운동 단체들에서 활동했다. 1992년 『창작과 비평』(봄호)에 중편소설 「구르는 돌」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인도차이나 3국(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을 여행한 기록을 모은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열대과일로 남아시아의 문화사를 풀어낸 『달콤한 열대』, 쿠바를 여행하며 만난 인간적인 사회의 가능성과 희망을 담아낸 『느린 희망』, 『담배와 설탕 그리고 혁명』, 아시아 각국의 잊혀진 역사를 되돌아본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캄보디아인들의 삶을 통해 한국을 되돌아본 『무화과나무 뿌리 앞에서』 등과 소설집 『시하눅빌 스토리』, 『난 너무 일찍 온 것일까 늦게 온 것일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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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5 10:30 2007/11/1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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