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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_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투표를 했습니다. 도장 꾹 누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8장이나 되는 투표용지 중에서 확신을 갖고 찍은 사람은 두 사람뿐입니다. 투표용지는 많았어도 선택의 폭은 너무 좁았습니다. 투표와 민주주의, 둘은 어떤 관계일까요. 애정이 식은 연인관계?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유통기한이 훌쩍 넘어버린 식품? 투표, 이제는 의미도, 재미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투표는 우리가 민주주의 속에 살고 있다는 환상을 실제인 것처럼 믿게 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행하는 대국민 이벤트라는 생각이 점점 더 굳어집니다.   

디즈니랜드는 ‘실제의’ 나라, ‘실제의’ 미국 전체가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거기 있다. 마치 감옥이 사회 전체가 그 평범한 어디서고 감옥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거기 있는 것과 약간은 유사하게. 디즈니랜드는 다른 세상을 사실이라고 믿게 하기 위해 상상적 세계로 제시된다. …… 이 세계가 어린애 티를 내려 하는 이유는, 어른들이란 다른 곳, 즉 ‘실제의’ 세상에 있다고 믿게 하기 위해, 그리고 진정한 유치함이 도처에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하여이며, 어른들의 유치성 그 자체가 그들의 실제 유치성을 환상으로 돌리기 위하여 여기서 어린애 흉내를 낸다. (장 보드리야르, 『시뮬라시옹』, 39~41쪽 )

우리는 투표만이 민주주의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차선의 방법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말이죠. 왜 우리는 최선 아닌 차선에 늘 만족해야 하는 걸까요. 투표 말고 민주주의가 가능한 다른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요. 이제 차선 말고 최선의 다른 길찾기에 희망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가지 않은 길도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길이 되는 법이니까요^^

희망을 말하자면, 그들은 새로운 생활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들이 경험하지 않았던 새로운 생활을. …… 생각건대 희망이라는 것은 원래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고, 없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 없다. 걷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 「고향」 중에서)
- 대표 유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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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라시옹 - 10점
장 보드리야르 지음, 하태환 옮김/민음사
2010/06/03 10:12 2010/06/0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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