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현 온더로드>의 작가 유재현이 이번에는 미국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행이 끝나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통해서 기행의 흔적들을 먼저 연재하려고 합니다. 작가가 전하는 따끈따끈한 미국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글과 사진을 보내주고 계신 작가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_브루스 리 혹은 리샤오룽 혹은 이소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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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유니온 호수변의 레이크뷰(Lakeview) 공동묘지의 어느 한 구석에 중국인 사내가 그의 아들과 함께 묻혀 있다. 이소룡(李小龍) 또는 브루스 리. 홀연히 사라진 지 34년이 지났지만 족적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다시는 세상에 나타나지 않을 것처럼 여겨지는 인간이 있는데 내게는 이소룡과 엘비스 프레슬리가 그렇다. 부시나 히틀러 또는 아인시타인이나 빌 게이츠, 제임스 딘 같은 인간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반복해 등장할 것도 같지만 이 두 인간 만큼은 좀처럼 그럴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다. 불세출의 인간이랄까. 범접을 허용하지 않는 특출한 개성을 과시했던 인간이다. 이소룡에 대해서라면 도대체 어떤 인간이 그처럼 괴상한 소리를 내며 공중을 날아올라 발길질을 한 후 착지해 그런 묘한 표정을 짓고 기묘하게 머리를 흔드는 후연(後演)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상상할 수 있단 말인가.

비가 추적이는 공동묘지에서 나는 상념에 젖어 빗물에 젖어 번들거리는 이소룡의 비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랬다. 이 사내는 특히 동시대를 살았던 어린 수컷들에게 매혹을 넘어서 정신적 트라우마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상흔을 새긴 독특한 인간이었다. 이 정도의 족적을 남긴 인간에게 여러 말이 없을 수 없다. 예컨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유하는 유신시대의 폭압에 저항하는 코드로 이소룡에게 헌사를 바친다. 하지만 그건 남한의 박정희 시대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었다. 이소룡의 힘은 서구의 구석구석에 미쳤고 북미와 유럽에는 동양인들의 도장이 우후죽순으로 번영했다.

모든 것을 빼앗긴 사람에게도 몸뚱어리는 남는다. 없는 자에게 육체는 유일한, 마지막 무기이다. 그 보잘 것 없지만 결코 빼앗길 수 없는 무기를 이소룡이란 사내가 절권도라는 이름의 리썰웨폰으로 격상시켰을 때 아무리 생각해도 몸뚱어리 밖에는 가진 것이 없었던 아이들은 열광했고 저마다 이소룡을 꿈꾸었던 것이지. 물론 그건 판타지였다.

비석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이소룡. 절권도의 창시자.
그는 여기 묻혀 있다. 몸뚱어리만 가진 자들이 절권도로 해결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남기고.

미국에서
유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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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작가 소개 유재현 |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아주대 전자공학과에서 공부했고, 그 후 여러 사회운동 단체들에서 활동했다. 1992년 『창작과 비평』(봄호)에 중편소설 「구르는 돌」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인도차이나 3국(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을 여행한 기록을 모은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열대과일로 남아시아의 문화사를 풀어낸 『달콤한 열대』, 쿠바를 여행하며 만난 인간적인 사회의 가능성과 희망을 담아낸 『느린 희망』, 『담배와 설탕 그리고 혁명』, 아시아 각국의 잊혀진 역사를 되돌아본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캄보디아인들의 삶을 통해 한국을 되돌아본 『무화과나무 뿌리 앞에서』 등과 소설집 『시하눅빌 스토리』, 『난 너무 일찍 온 것일까 늦게 온 것일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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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2 17:39 2007/11/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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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22 19:19

    이소룡표정 정말이지 더할나위없이 끔찍함. 사람의 얼굴근육으로는 절대 그표정 못만듬.

    • 그린비 2007/11/23 09:37

      그래도 한때, 모든 남자 아이들의 로망이었다죠. 그 기괴한 표정이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