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잘 기르는 법

“무릇 나무의 본성이란 그 뿌리는 펴지기를 원하며, 평평하게 흙을 북돋아주기를 원하며, 원래의 흙을 원하며, 단단하게 다져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일단 그렇게 심고 난 후에는 움직이지도 말고 염려하지도 말 일이다. 가고 난 다음 다시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 심기는 자식처럼 하고 두기는 버린 듯이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나무의 천성이 온전하게 되고 그 본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 성장을 방해하지 않을 뿐이며 감히 자라게 하거나 무성하게 할 수가 없다. 그 결실을 방해하지 않을 뿐이며 감히 일찍 열매 맺고 많이 열리게 할 수가 없다.

다른 식목자는 그렇지 않다. 뿌리는 접히게 하고 흙은 바꾼다. 흙 북돋우기도 지나치거나 모자라게 한다. 비록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사랑이 지나치고 그 근심이 너무 심하여, 아침에 와서 보고는 저녁에 와서 또 만지는가 하면 갔다가는 다시 돌아와서 살핀다. 심한 사람은 손톱으로 껍질을 찍어보고 살았는지 죽었는지 조사하는가 하면 뿌리를 흔들어보고 잘 다져졌는지 아닌지 알아본다. 이렇게 하는 사이에 나무는 차츰 본성을 잃게 되는 것이다. 비록 사랑해서 하는 일이지만 그것은 나무를 해치는 일이며, 비록 나무를 염려해서 하는 일이지만 그것은 나무를 원수로 대하는 것이다.“

-유종원, 「종수곽탁타전」 중

며칠 전 다섯 살 난 아들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옆에서 놀던 형아에게 “이 녀석”이라고 부르며 쫓아다니다가 형아가 밀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아직 말을 배우는 중이라 형이란 말이 정말 생소할 것입니다. 어쨌든 그렇다고 ‘이 녀석’이라뉘--;;) 바로 몇 분 전에도 그 형아에게 “이 녀석”이라고 불렀으니 혼날 만했습니다. 문제는 그 몇 분 전 사건 때 저는 제 아들을 혼내거나 호칭을 확실히 가르쳐 주거나 하지 않고, 되려 그 형아에게 “아직 어리니 이해해다오”라고 했습니다. 혹여 형아가 아들을 때릴까 봐 지레 선수를 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 차라리 내버려 뒀으면 어찌어찌 둘이서 잘 놀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본성'에 따라 마음껏 자란 원시림의 식물들

지나친 사랑이 삶에 해가 되는 건 비단 부모자식 사이에서만이 아닐 것입니다. 직장에서 선후배 사이에서도 선배의 지나친 간섭이 후배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선배인 저는 혹시 후배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그 결실을 방해하는 건 아닌지...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책을 만드는 편집부라서 중요한) 책이 나왔을 때의 감동, 스스로 무엇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편집자로서의 삶의 기술을 스스로 터득하기보다는 이식받는 데 급급한 건 아닌지, 경계하고 있습니다. 아무 때나 신경 쓰고 잘 챙기기보다는 본성에 맞게 자라도록 내버려 둘 수 있는 기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저, (후배가 스파게티 먹고 싶다네요,) 같이 밥이나 먹어야겠습니다^^;;;

* 참, 곽탁타는 옛날 장안(고향은 풍악)에서 이름을 날린 식목자라고 합니다. 수많은 권력자와 부자들이 관상수를 돌보게 하고 나무를 보살피게 할 정도였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흉내를 냈지만 결과가 다르니 그 까닭을 물었겠죠. 탁타는 “나무의 천성을 따라 그 본성이 잘 발휘되게 할 뿐”이라며 저렇게 얘기한 것이죠.
* 유종원의 「종수곽탁타전」은 『고문진보』에 실려 있고요, 위 인용문은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불러왔습니다.


- 편집부 주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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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10점
신영복 지음/돌베개
2010/07/26 18:46 2010/07/2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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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체대생 2010/07/27 18:15

    참 좋은 선배님이신 것 같습니다ㅋㅋ 스 파 게 티 ^^;

    • 그린비 2010/07/28 09:11

      체대생님 오래간만입니다. 주승일 팀장님은 참 좋은 선배시죠. ㅋㅋㅋ

  2. 레몬에이드 2010/07/29 11:00

    곧 나오는 제 아이도 잘 기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참 시간내기 어렵네요 ㅋ
    먹고살기 바쁘다보니 멀어지는 그린비, 인문학... ㅠㅠ

    살려주세요!

    • 레몬에이드 2010/07/29 11:36

      간신히... 살아있다고나 할까요... ㅠㅠ

      감사합니다 ^^ 이제 2주하고도 3일 남았네요

    • 그린비 2010/07/29 11:41

      요즘 많이 바쁘신가봅니다!
      절박한 "살려주세요" 한마디가 화악 다가오네요. 화..화이팅! ㅠㅠ

      곧 아이가 태어난다니~ 미리 축하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