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의 역사, 맑스주의의 역사?
어떤 사상의 ‘역사’라고 하면 대부분 사상가들의 계보를 그리고, 시초가 되었던 ‘생각’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다루는 형식으로 서술되곤 합니다. 사상 자체의 ‘역사’라고 한다면 ‘철학사’나 ‘사상사’와 같은 형식으로 정리되고요. 이런 것들을,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통칭해서 ‘정신사’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인류의 정신이 걸어온 경로를 서술하는 작업이고, 이 작업을 통해서 사고방식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앞으로는 또 어떻게 변할지를 가늠해 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칼 리프크네히트 "학습하라! 선전하라! 조직하라!" _ 로자 룩셈부르크의 동지였던 리프크네히트의 이 구호는 맑스주의가 현실에 개입하는 '운동'(movement)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맑스주의’의 역사는 이것과는 상당히 다른 서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맑스주의’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분명 어떠한 ‘사상’에 대한 역사를 서술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론이 가진 체계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만을 서술하지는 않습니다. 만약에 그렇게 쓰여진 ‘맑스주의의 역사’가 있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서술도 아니고, 맑스주의의 역사의 10%도 채 다루지 못한 역사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왜냐하면, 맑스주의는 시작부터 세계를 바꾸려는 특정한 ‘운동’과 결합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은 ‘맑스주의’라는 이름 속에 섞여 들어가 있는 사상가/운동가, 맑스의 저작목록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상가들이 대학 안에서 책과 씨름하며 자신의 저작들을 써나갔던 반면에, 그래서 책 또는 논문 단위로 끊어지는 저작목록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맑스는 신문기사부터 정치선전물, 논문, 온갖 초고들까지 대부분 현실의 어떤 ‘사건’과 결부된 글들로 저작목록이 채워져 있습니다.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운동’과 분리하면 그의 사상, 그에게 영향받은 다양한 사상들의 의미를 결코 포착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맑스주의의 역사’는 역사적 조건과 그 조건 속에서 사고한 사상의 연관관계를 밝히는 방식으로 쓰여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맑스와 엥겔스의 초기 사상부터 아시아 공산주의까지, 맑스주의 운동의 역사적 국면을 따라가며 사상과 운동의 관계를 밝혀 주는 『맑스주의 역사 강의』는 굉장히 유용합니다. 저의 기억을 되돌아 보더라도, 『공산당 선언』을 비롯한 맑스의 초기 저작들을 읽기 위해 프랑스 혁명과 관련된 다양한 참고도서들을 함께 보아야 했고, 맑스 사후의 사회주의 운동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혁명가들의 평전을 통해 관련 정보들을 얻어야만 했습니다. 물론 그런 과정이 굉장히 의미 있는 것이기는 했습니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세미나를 하거나, ‘맑스주의의 역사’를 주제로 집중적으로 공부하려고 할 때, 무슨 책을 봐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런 책들을 찾아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죠.
자본주의의 역사, 맑스주의의 역사
맑스주의의 역사를 읽어가다보면,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다루지 않을 수 없는 역사가 있습니다. 바로 자본주의의 역사가 그것이지요. 시작부터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사회를 고민하며 탄생한 맑스주의의 역사에서 자본주의의 역사가 다뤄지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점이 ‘맑스주의의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역설해 주고 있습니다. 지금 시대에 자본주의적인 것들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는 무수하게 많지만, 그 목소리들 속에서 ‘맑스주의’의 흔적을 찾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90년대 초반 현실 사회주의권의 몰락 이후 맑스주의는 ‘대안’의 목록에서 거의 삭제되다시피 했고, 특히 한국에서는 자본주의의 룰을 공정하게 운영하자는 형태의 자유주의적 대안들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적인 룰을 긍정한 상태에서 과연 얼마나 근본적인 지점까지 자본주의를 비판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강의’를 토대로 태어난 책이니 만큼 초심자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지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맑스와 맑스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회의 다른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온갖 곳에서 들려 오는 나쁜 소식들(강 이야기, 사찰 이야기, 이주민 이야기 등등)도 그만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모든 문제들을 ‘맑스’와 더불어 고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웹기획팀 정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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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젝이 만난 레닌> 읽으면서 맑스주의 히스토리가 궁금했는데, 이런 책이 나오다니 반갑네요. 방금 알라딘에서 결제했다는. ㅋㅋ
강의를 듣는 듯,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거예요.
읽으신 후 서평도 기대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