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려한 말. 사랑스런 말. 우렁찬 말. 침착한 말. 하늘을 찌르는 불꽃 같은 말. 기둥에 기대어 나지막하니 탄식하는 말. 말이 사상인 말. 사상이 그대로 행위가 되는 말. 이국의 시인에게 세태가 여의치 않아도 슬퍼하지 말라고 전하는 말. 귀여운 자기 아이에게 바르게 살라고 격려하는 말. 싸움을 말리는 말. 숯이 없을 때 숯이 되고 종이가 없을 때 종이가 되는 말. 어떤 것을 전할 때 다른 표현으로 그 어떤 것을 전하는 말. 교단을 내려올 때 잊혀지지 않는 말. 정치나 관념이나 일상생활을 정치나 관념이나 일상생활 이상으로 다루지 않는 말. 그러나 정치나 관념이나 일상생활을 떠나면 역사 역시 없음을 깨닫는 말. 말이 사라져도 그 말이 거하는 공간만은 남는 말. 신들의 말. 인간의 나라와 하백의 나라 혹은 참새의 나라를 이어주는 말. 무의미한 말. 지쳐 힘없는 말. - 다케우치 요시미, 「메카다씨의 문장」(쑨거,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 89쪽에서 재인용)

일본의 중국문학연구자이자 사상가인 다케우치 요시미(1910~1977)가 당대의 한학자인 메카다 마코토를 비판하는 글의 일부이다. 1940년에 쓰여진 이 글에서 다케우치 요시미는 울림과 실천의 힘을 주는 학문이 아닌, 학문을 위한 학문만을 하고 있는 ‘공허한 말’들을 비판하고 있다. 그 비판의 끝에 다케우치 요시미 자신이 찾고 싶어하는 말을 적은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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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대화의 기술> _ '말'이 사라진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미려하거나 사랑스럽지도 않은 말, 선생이 교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한마디도 남아있지 않은 말, 시끄럽게 떠들고 엄밀하게 추론하지만 말이 사라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말, 말, 말……. 이런 말들과 학문들이 세상에 여전히 넘쳐나고 있고, 다케우치 요시미가 추구하던 말들은 겨우 눈에 띌까 말까. 언제쯤 저 아카데미의 공허한 말들은 허식을 벗고, 편협함을 버리고 삶의 자리로 내려올 수 있을까?

- 편집부 박순기
2010/08/07 15:00 2010/08/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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