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엽게 여기는 마음을 사람이 다 가지고 있으며,
惡을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사람이 다 가지고 있으며,
恭敬하는 마음을 사람이 다 가지고 있으며,
是非를 가리는 마음을 사람이 다 가지고 있으니,
가엽게 여기는 마음은 仁이요,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은 義요,
恭敬하는 마음은 禮요,
是非를 가리는 마음은 智이니,
仁義禮智가 밖으로부터 나에게 녹여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내가 본래 가지고 있는데,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그러므로 '구하면 갖게 되고 버려두면 잃는다'라고 말이 있다。같은 사람이면서도 선악의 차이가 2배가 되고 5배가 되어 비교할 수조차 없게 되는 것은 자기가 본래 타고난 바탕을 온전히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맹자』,「고자」상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지금으로부터 한 20년은 못 되는 17~8년 전,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초능력자들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남들처럼 꿈이 많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 프로그램을 본 후, 저는 초능력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숟가락을 휘게 하거나 하는 초능력은 별로 눈에 차지 않았지만 보지 않고도 종이에 쓰인 글자를 알아맞히는 초능력은 참말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더구나 별다른 능력을 타고 난 것은 아니고 그저 정신을 집중하는 훈련을 통해서 그런 초능력을 갖게 됐다는 고 능력자의 말은 10대 소녀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지요. 다음날부터 저는 정신집중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아빠에게 종이쪽지를 주곤 무슨 말이든지 써 달라, 내가 맞혀 보겠다 했지요. 한참을 집중한 다음 저는 외쳤습니다. “50원! 50원이라고 써 있어!” 아빠는 썩소를 날리며 저에게 쪽지를 던져 주고 나가셨습니다. 쪽지엔 딱 50원어치 아빠의 당부가 적혀 있었습니다. “봉식어멈(가명)아,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간이 지난 후 초능력이 아니라 속임수였음이 밝혀졌지만, 당시에는 많은 친구들을 따라하게 만들었던 수저 초능력.

저는 그날로 초능력자가 되길 포기했지만 15~6년쯤 지나 사회에 나와 보니 세상은 다른 종류의 초능력자들로 넘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초능력은 제가 그토록(?) 원했던 투시력 뭐 이런 게 아니라 ‘스펙’이라는 것이더군요. 취업을 할 때는 영어점수 몇 점 이상, 각종 오피스 자격증, 어학연수, 인턴 경력에다가 피부 관리나 성형수술을 통한 호감형 외모, 결혼을 할 때는 집은 어디에 몇 평, 혼수+예단은 얼마, 요런 것들도 다 여기에 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이르면 20대 중반에서 늦어야 30대 초중반이 될까 말까 한 나이에 어떻게 이런 초능력들을 모두 가질 수 있는 것일까요? 저는 일찌감치 초능력자가 되는 것을 포기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초능력자이기를 포기한다고 해서 무능력자가 되겠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저는 비록 가지고 있는 능력을 뛰어넘는[超] 능력자는 되지 못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모두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좀 천천히요^^;). 너에게 과연 쓰고 자시고 할 것이 있느냐, 라고 물으시는 분들이 있으시겠지만 저기(↑) 맹자님 말씀에 따르면 저한테도 있다는 거 아닙니까, 사단(四端)! 다만 제가 “본래 가지고 있는데, 생각하지 않을 뿐”. 사실 사양지심과 측은지심은 저에겐 한 2% 부족할 뿐이고, 부족한 수오지심과 시비지심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거침없는 직언(이라고 쓰고 ‘막말’이라고 읽습니다만..)을 통해 ‘확충’하려 합니다. 맹자님은 이 4단을 확충하면 사해(四海)를 보전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다고 하셨다지요? 저는 超능력자는 못 돼도 이 네 가지 능력을 골라 쓸 수 있는 抄능력자는 돼 볼랍니다. 좀 천천히요...^^;

- 편집부 봉식어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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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 10점
맹자 지음, 박경환 옮김/홍익출판사
2010/08/10 14:16 2010/08/1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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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창전동유리겔라 2010/08/10 14:59

    그러잖아도 7월떡볶이 약속이 빈말이 된 것 같아 어제 열렬히 생각을 했더라니.. 이렇게 글로 나타나시네 봉식어멈 여전히 명랑발랄하시군뇨ㅋ 8월이라도 오셔요총총

    • 봉식어멈 2010/08/10 15:08

      7월에 가면 에어콘 틀어주신다고 하여 기다렸더니 어느새 지나가버렸네요 ㅋㅋ '말도 못하게 깜찍하신' 창전동유리겔라님 댁엔 임쿤과 함께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