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공간’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 주거공간의 역사적 변천을 통해 본 근대적 주체생산의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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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
- 개정증보판
이진경 지음|도서출판 그린비 | 갈래 : 인문, 사회학
발행일 : 2007년 11월 30일 | ISBN : 978-89-7682-707-4
신국판 양장|512쪽


『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은 근대적 주체생산의 과정을 주거공간의 변화를 중심으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 이진경은 ‘가족 공간’이 근대적 주체생산의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위치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중세 유럽의 주거공간까지 거슬러 올라가 ‘주거공간의 기원’을 파헤친다. 나아가 근대적 주거공간의 전형적인 모습, 근대를 넘어선 대안적·실험적 주거공간의 모습까지 보여 줌으로써 오늘날 근대성·근대사회의 문제와 새로운 가족 공간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진경은 이번 개정판을 내면서 논문의 내용을 보강하는 새로운 글과 도판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이진경은 근대 건축양식에 대한 총체적인 비판을 시도하고 새로운 주거방식을 고민한 시도들을 선별해 설명해주고 있다.


∎ 지은이 소개

이진경 |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서구의 근대적 주거공간에 관한 공간사회학적 연구:근대적 주체의 생산과 관련하여」라는 논문으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공부하는 이들의 ‘코뮨’인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자본주의의 외부를 사유하고 실험하고 실행하고 있으며, 박태호라는 이름으로 서울산업대 교양학부에서 강의하고 있다.
    전태일의 유령, 광주시민의 유령들과 더불어 공부하고 전투하며 80년대를 보내던 중 이진경이란 필명으로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1987)을 썼고, 그 책이 허명을 얻은 덕분에 본명은 잃어버렸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연구를 시작해 그 첫 결과물로 『철학과 굴뚝청소부』(1994)를 발표한 뒤, 자본주의와 근대성에 대한 이중의 혁명을 꿈꾸며 『맑스주의와 근대성』(1997),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1997), 『수학의 몽상』(2000), 『필로시네마, 혹은 영화의 친구들』(2002) 등을 썼다.
    혁명을 꿈꾸면서 만나게 된 맑스와 푸코, 들뢰즈·가타리 등을 친구로 사귀게 되었고, 이들의 우정어린 가르침 속에서 사유하며 『철학의 외부』(2002)와 『노마디즘』(2002), 『자본을 넘어선 자본』(2004), 『미-래의 맑스주의』(2006) 등을 썼다.
    또 대학에서의 강의 경험을 통해, 현대철학이나 사회이론이 그 사유의 심도가 깊어지고 분석의 의외성이 확장되면서 이론적으로 훈련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론 자체의 소외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 뒤 『모더니티의 지층들:현대사회론 강의』(2007)와 『문화정치학의 영토들:현대문화론 강의』(2007)를 기획하고 집필에 참여했다.



∎ 목 차

picture prologue_건축의 기하학, 건축의 정치학 - 4
개정판 서문 - 57
┃초판 서문 - 60

1장_공간의 사회학 ― 67

2장_공간 개념과 연구방법 ― 91
1. 형태적 공간 개념 - 93
2. 현상학적 공간 개념 - 99
3. 사회적 공간 개념 - 106
4. 배치로서의 공간 개념 - 112
5. 공간적 분포의 분석 방법 - 119

3장_주거공간과 혼성성 ― 131
1. 중세의 생활과 주거공간 - 133
2. 르네상스기 귀족 저택의 공간적 분포 - 140

4장_주거공간과 바로크 ― 177
1. 17~18세기 프랑스 오텔의 공간 분포 - 179
2. 귀족 주택에서 공간의 기능 및 용법의 분화 - 229
3. 귀족의 주거공간과 바로크 - 242

5장_주거공간과 가족주의 ― 255
1. ‘중간계급’ 주택의 공간적 분포 - 255
2. 근대적 주거공간과 가족주의 - 296
3. 내밀성의 공간 - 332

6장_주거공간과 계급투쟁 ― 359
1. 19세기의 노동자 주택문제 - 359
2. 주택문제와 ‘계급투쟁’ - 368
3. 노동자 주거공간의 분포 - 391
4. 가족주의 전략과 노동자 주거공간 - 424

7장_주거공간과 거리화 ― 433
1. 주거공간의 배치 - 434
2. 주거공간과 주체생산방식 - 453

에필로그 - 477
참고문헌 - 487┃찾아보기 - 506


∎ 책 소개

『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은 근대적 주체생산의 과정을 주거공간의 변화를 중심으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 이진경은 ‘가족 공간’이 근대적 주체생산의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위치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중세 유럽의 주거공간까지 거슬러 올라가 ‘주거공간의 기원’을 파헤친다. 나아가 근대적 주거공간의 전형적인 모습, 근대를 넘어선 대안적·실험적 주거공간의 모습까지 보여 줌으로써 오늘날 근대성·근대사회의 문제와 새로운 가족 공간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근대성의 기원’을 탐구한 사회학자 이진경

이진경은 근대와 그 외부에 대해 탐구해 온 대표적인 사회학자이다. 『맑스주의의 근대성』과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등의 초기 작업이 이러한 주제의식 아래에서 진행된 것이었다. 지난 2000년에 출간되었다가 이번에 개정판으로 출간된 『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은 이러한 이진경 문제의식의 근간을 보여 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이진경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장치 중 하나인 가족의 공간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근대라는 시공간이 자본주의에 걸맞는 주체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해 냄으로써 자신의 저작들에서 계속 문제 삼고 있는 근대의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장을 마련하였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초판 발행 이후 더욱 확장된 사고를 보여 주기 위해 새롭게 글을 추가하고, 관련 도판 이미지들을 마련했다. 이진경은 새로 추가된 글(「건축의 기하학, 건축의 정치학」과 「개정판 서문」)에서 근대적 건축양식에 대한 총체적인 비판을 시도한다.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를 비롯한 모더니즘 건축가들을 비판하면서 근대적 공간의 이면을 밝히는 한편, 새로운 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소련의 구성주의 건축가들을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구성주의 건축가들은 근대의 건축물과는 다른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을 보여 주는데, 그들은 이러한 시도를 통해 상호 소통이 원활하고 외부와의 연대가 자유로운 코뮨주의 공간을 창조하고자 했다.

그린비 출판사는 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의 기념비적인 저작인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이진경 저)의 복간(절판된 책을 다시 찍어 냄), 『필로시네마 혹은 영화의 친구들』(이진경 저)의 개정판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복간과 개정판 발간은 우리 시대의 가장 독특하고 치열한 이론가 중 한 명인 이진경의 연구 작업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 개정판은 그 출발점이다.


주거공간의 역사로 살펴보는 근대적 주체의 탄생

이 책은 여지껏 제대로 탐구되지 않았던 ‘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과 ‘근대적 주체의 형성’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이용하여 서술하고 있다. 이진경은 중세 귀족의 저택에서부터 르네상스 시기의 이탈리아 저택과 근대 프랑스와 영국 저택의 변모 과정을 수많은 사례와 도판을 통해 설명해 준다. 각 시대의 건축물을 꼼꼼히 분석해서 당시 사람들의 동선을 복원해 내는 한편, 이러한 동선을 하나하나 짚어 가며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 궁극적으로는 주거공간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분석해 내고 있다.

▶ 가족 공간의 탄생―내밀성이 지배하는 공간

이진경은 근대적 주체를 형성시킨 요인을 찾기 위해 먼저 ‘가족의 공간’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되짚어 본다. 중세와 근대 초 귀족의 저택에서는 ‘가족의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가령 지금 우리의 관념으로는 가족만의 은밀한 공간으로 여겨지는 침실도 당시에는 자신의 재산과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용도로 외부인에게 공개된 공간이었다. 이러한 과시성은 푸코(M. Foucault)가 『감시와 처벌』에서 지적한 것처럼, 혹은 엘리아스(N. Elias)가 『궁정사회』에서 지적한 것처럼 절대주의 시기의 특징이다. 절대주의 시기에는 아직 내밀성의 권력이 작동하지 않았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가족의 공간은 탄생하지 않았다. 당연히 친밀성으로 유지되는 가족이라는 관념도 없었다. 당시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유모에게 맡겨지는 것이 다반사였으며, 부모들은 아이들이 다 자랄 때까지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귀족에서 부르주아지로 권력이 이동하고 산업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절대 권력자인 왕이 사라지자, 새로 등장한 부르주아지의 권력은 점차 내밀성을 중심으로 은밀하게 작동한다. 가족주의를 강화해 주는 여러 담론들(어린이의 가정교육이 부각된다든지, 부부간의 애정이 중요하게 취급되는 등)이 탄생하게 된 것도 바로 이 시기이다. 이러한 권력 작용방식의 변화는 주거공간의 형태에도 변화를 일으키게 했다. 귀족의 주택과는 달리 가족을 중심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부르주아지의 주택은 외부인으로부터 단절된, 가족만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 등 점차 사적인 내밀성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 근대적 주체의 탄생―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근로자

주거공간에 대한 부르주아지의 변화된 관념은 그대로 19세기 노동자들의 주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지의 필요에 의해 강제적으로 일어난 것이었다. 당시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선진 산업사회에서는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주거공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었다. 노동자들이 밀집해 살고 있던 구역들은 주거공간의 부족과 위생문제로 인해 불안 지역으로 간주되었다. 부르주아들은 노동자들이 함께 몰려다니며 범죄를 저지르고 파업과 혁명을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또한 빈민가의 취약한 위생상태는 언제나 전염병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부르주아들은 노동자들의 주택 개선을 중요한 문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아돌프 블랑키(A. Blanqui)를 비롯한 많은 자유주의자와 박애주의자들에 의해 노동자 주택개량 사업이 추진되었다. 이러한 사업들은 각자가 지향한 가치에 따라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큰 틀에서는 동일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깨끗한 집을 제공하는 대신 노동자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지어진 것이다. 노동자 주택단지는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과 동선을 최소화하고 가족 단위로 분절된 생활을 하도록 지어졌다. 그리고 이렇게 지어진 집들은 노동자들에게 주택기금 형식으로 분양되어, 대출금을 평생 갚아 나가도록 했다.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었던 노동자들에게 집이라는 소유물을 던져 준 것이다. 집을 소유물로 갖게 된 노동자는 과격성을 거세당하고 ‘스위트 홈’을 위해 기꺼이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되고자 하는 ‘근로자’로 새롭게 탄생하게 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가족의 공간’은 근대 자본주의 체제의 안정과 자본주의 사회의 주체생산에 결정적 기여를 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공간의 가능성 : 고댕의 파밀리스테르

그렇다면 이렇게 근대적 주체의 생산 기제인 폐쇄적 ‘가족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진경은 부르주아지에 의해 주도된 노동자주택단지 계획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 고댕(A. Godin)의 사례에서 가족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주거공간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1842년에 푸리에주의자가 된 고댕은 오븐사업을 통해 번 돈으로 1870년대에 ‘파밀리스테르’(Familist뢳e)라는 노동자주택단지를 설립한다. ‘파밀리스테르’는 탁아소, 보육원 등 양육시설과 게임실, 당구장, 카페 등 노동자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설까지 갖추고 있었다. 일이 끝나면 노동자들은 함께 모여 공장운영과 주거방식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을 했다. 그리고 함께 모여 축제를 벌이는 등의 여가활동을 즐겼다고 한다.

이진경은 파밀리스테르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파밀리스테르가 코뮨주의와 가족을 접속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적 배치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도 파밀리스테르가 부르주아들이 만든 주택단지와 다른 점은, 노동자들의 공간이 폐쇄적이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언제라도 소통과 연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파밀리스테르는 최소한의 가족 공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공간이 연결되어 공동으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개방적인 공간은 구성원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연대하고, 그들 나름의 힘으로 운영됨으로써 진가를 발휘했다. 고댕은 1880년 파밀리스테르와 공장의 운영권을 구성원들로 이뤄진 협동조합에게 양도했고, 이 협동조합은 1939년까지 운영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이진경은 파밀리스테르가 서로의 동선을 분절시키지 않고 연결시킴으로써 연대를 위한 공동의 공간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냈다고 분석하고 있다.


열린 주거공간을 향한 이진경의 실천과 실험

고댕의 파밀리스테르에서 살펴본 것처럼 사람과 사람을 단절시키지 않고 연결시키는 주거구조는 새로운 연대를 가능하게 한다. 자본주의의 문제로 지적되는 개인화와 파편화는 주거공간을 열린 공간으로 새롭게 재편함으로써 해결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공동체적 실험을 이진경은 현실의 공간에서 실천하고 있다. 학문 공동체인 ‘연구공간 수유+너머’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연구공간 수유+너머’는 공동으로 생활하고 공동으로 공부하는 대안 공동체이다. 그곳에서 이진경은 19세기의 고댕이 파밀리스테르에서 실천한 것처럼 자본주의 사회의 대안이 될 만한 공동체적 생활 방식을 실천하고 있다. 식사, 육아, 연구 등을 공동으로 해결하는 실천적 실험을 통해 연구실의 구성원들은 자본주의적 규율에 익숙한 몸에서 점차 벗어나 공동체의 생활 방식에 익숙한 몸으로 바뀌는 체험을 하고 있다. 삶의 공간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자본주의에서 벗어나는 공간적 실험이 왜 필요한지를 이진경은 몸소 실천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고댕의 파밀리스테르와 ‘수유+너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새로운 공간의 가능성은 이론적인 작업에 그치지 않고 이미 실제 현실에서 실천된 바 있고, 현재에도 다양한 형태로 실천되고 있는 중이다. 『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은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공간’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이런 실천들에게 구체적인 가능성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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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9 10:53 2007/11/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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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dame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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