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 교양만화 『교과서가 깜빡한 아시아 역사』 미리보기 3탄!
전쟁 영웅 뒤에 숨겨진 윈스턴 처칠의 다른 모습

과거의 어떤 사건은 특정 의도에 따라 기록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권력자(혹은 가진 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위치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판단되면 그 사건을 숨기거나 왜곡하고 싶어질 겁니다. 지난 촛불 시위 때, 무력진압을 하는 장면을 인터넷으로 본 후 저는 TV를 덜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방송에서 사건의 일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죠. 그때 느낀 것은 방송이나 뉴스가 아주 객관적일 수 없겠구나 하는 점이었지요. 저는 뉴스란 있는 사실만을 그대로 전달하는 ‘전달자’라고만 여겼기 때문입니다. 저도 간혹 영상 작업을 할 때가 있습니다. 대개 어떤 내용으로 해야겠다는 구성이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영상은 사용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쓰지 않지요. 직접 영상을 만들어보니 편집이 이래서 무섭구나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마 뉴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

며칠 전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저를 놀라게 한 것은 위인전에서 만나던 위대한 영웅 ‘처칠’에 대한 이야기였죠. 오스만 제국이 영국에서 구입한 군함을 처칠은 전쟁에 사용해야 한다면서 강제로 징발한 것입니다. 오스만 해군은 돈까지 지불한 군함을 받으러 갔다가 쫓겨나고, 쥐꼬리만 한 보상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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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처칠에게 이런 면이?’ 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 읽은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대단한 사람이구나 정도로 여기고 말았거든요. 처칠이 어떤 면에서 누구에게 대단한 것인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거죠. 당시 유럽 제국주의는 많은 식민지에서 수탈을 하고, 그 기반으로 산업을 발달시키고 영토를 넓히기 위해 전쟁을 했습니다. (깜빡 아시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영국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명은 인도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죠. 그런 영국의 완소 식민지인 인도의 뱅갈 지역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3년, 기근이 발생해 300만 명이 아사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미국과 호주가 식량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처칠이 수상이던 영국 전시내각은 전쟁 중이라 쓸 배가 없다며 배를 내놓지 않았죠. 당시의 영국 전시내각 회의록이나 정부 문서들에서 곡물을 싣고 지중해로 향하던 호주 선박들이 인도를 지나갔다는 내용이 최근에 밝혀졌습니다. 뱅갈 지역의 대기근은 손 쓸 수 없이 당한 것이 아니라, 영국 전시내각의 무관심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처칠이 인도를 대영제국의 왕관에 박힌 보석의 하나로 생각했다면, 납득이 가는 행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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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사진작가 카쉬가 찍은 윈스턴 처칠,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의 모습이다. 카쉬는 처칠이 들고 있던 시가를 빼앗아 화를 내는 처칠의 모습을 포착했다.

물론 한 사람에 대해 딱 잘라서 정의를 할 수는 없습니다.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사람의 행동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요? 처칠이라는 위대한 영웅도, 많은 사람들의 죽음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이번을 계기로 저는 ‘위인전’이 누구를 위해 어떤 목적으로 쓰인 것인지 다시 생각하려고 합니다. 뉴스가 저에게 어떤 상상의 언론(객관적이고 공정한)이었듯이 위인전도 단지 신화적인 인물상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시작할 것입니다. 왜 우리는 업적만이 ‘편집’된 위인전을 읽어야 할까요? 처칠의 업적이 인도인들의 희생 속에서 탄생한 것이라면, 과연 그것을 업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파시스트였던 히틀러나 무솔리니는 악의 축이고 처칠은 그들을 물리친 영웅이라는 판단을 그냥 받아들여야할지 의문입니다. 처칠은 영국인에게는 영웅일지 모르지만, 인도에서는 히틀러나 무솔리니와 다르지 않게 받아들여졌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영국(제2차 세계대전의 연합국)의 시각에서 처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사건을 만들고 움직이는 힘은 알려지지 않거나 기록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의 활동들이 엮여있을 텐데, 우리는 몇 명의 만들어진 영웅과 업적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웹기획팀 이민정

교과서가 깜빡한 아시아 역사 2 - 10점
유재현 글, 김주형 그림/그린비
2010/09/15 10:26 2010/09/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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