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변광배 선생님의 ‘주목할 만한 프랑스 도서들’ 두번째 글을 포스팅합니다. 이번에도 세 권의 책을 골라 주셨는데요. 한 권은 우리가 결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궁금해하는 주제인 ‘죽음’을 다루는 책이고, 나머지 두 권은 철학을 다루는, 그중에서도 과거(20세기)의 철학을 회고하고 미래(21세기)의 철학의 전망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문학과 철학, 역사를 넘나드는 맹렬한 독서가인 변광배 선생님의 다양한 관심사가 잘 드러나는 소개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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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프랑스의 주목할 만한 책들
변광배(한국외대)

I. 『죽음』(La M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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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Vladimir Jankélévitch)
1903년 프랑스의 부르주(Bourges)태어나 1985년 파리에서 사망. 철학자이자 음악이론가였던 장케켈레비치는 1951년부터 1979년까지 소르본 대학 철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특히 도덕에 관련된 철학 저서를 다수 집필했으며, 19~20세기 음악에 대해서도 많은 저서를 집필했다. 주요 저서로는 『앙리 베르그손』(Henri Bergson, 1933), 『순수와 비순수』(Le Pur et l’Impur, 1960), 『도덕의 역설』(Le Paradoxe de la morale, 1981) 등이 있다.

출판정보
- 출판사 : 플라마리옹(Flammarion) 출판사
- 총서 : 철학 영역(Champ philosophique)
- 출판년도 : 2008년(초판: 1966년)
- 쪽수 : 474쪽(포켓판)
- 언어 : 프랑스어

책내용
국내에는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장켈레비치의 주요 저작들은 인간과 관련된 고통스러운 상황, 극한 상황, 절망적인 상황 등을 이해하는 데 주로 할애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알 수 없는 것, 보이지 않는 것, 느끼지 못하는 것, 곧 신비로운 것이 위치한 곳, 따라서 ‘무’나 ‘절대-타자’ 등으로 이어지는 막다른 길목에 서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장켈레비치의 주요 저작의 하나로 1966년에 처음으로 출간되었고, 2008년에 다시 출간된 『죽음』 역시 인간이 처해 있는 그런 극한 상황 가운데 하나를 보여 주는 책에 속한다. 장켈레비치는 이 저서에서 ‘죽음’이라는 현상을 죽음 그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모순’으로부터 접근하고 있다. 그러니까 죽음이 갖는 일상성과 낯섦, 그것의 정상성과 비정상성, 그것의 친근성과 비극성 등에 의해 얽혀 있는 모순이 그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 저서에서 장켈레비치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누군가의 죽음은 왜 항상 그 자체로 하나의 스캔들이 되는가? 인간을 포함해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에게 지극히 정상적인 사건인 죽음은 어떤 이유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자들에게 항상 호기심과 두려움을 일깨워 주는가? 반드시 죽어야만 하는 인간은 지극히 자연스럽지만, 또한 여전히 우연적인 이 죽음이라는 현상을 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인가? 왜 인간은 자신을 포함해 살아 있는 존재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그 사건에 대해 매번 처음 발생하는 사건인 것처럼 놀라는 것인가? 등등…….
요컨대 이 저서에서 장켈레비치는 다음과 같은 위험하기 그지없는 모험을 감행하고 있다. 즉 ‘죽음’이라는 말할 수 없고, 설명 불가능한 사건과 현상을 이야기한다는 모험이 그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죽음’은 아직 살아 있는 존재, 그중에서 죽음을 의식하는 유일한 존재이자 그것을 알고 싶어 하고 이해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이성과 인식 체계의 외부에서 발생하는 사건이자 현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은 살아 있는 동안 그런 죽음에 대해 사고(思考)하지 않는다면 죽음에 대해서 사고하는 기회를 영영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카뮈의 말마따나 인간의 고뇌는 ‘자살’을 포함한 ‘죽음’을 생각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장켈레비치의 이 책은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그러면서도 가장 터부시되는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줌으로써 오히려 현재의 삶과 남아 있는 삶에 더 충실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는 계기를 제공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저자의 개인적인 취향으로 인해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관심이 기독교에서 묘사하고 있는 그런 방향으로 경사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지적해야 할 것이다.

관련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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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필립 아리에스, 『죽음 앞의 인간』, 고선일 옮김, 새물결, 2004.

프랑스의 역사학자 필립 아리에스가 써낸 ‘죽음의 역사’ 서구에서 시대마다 죽음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졌는지, 죽음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방법은 어땠는지를 방대한 연구를 통해 보여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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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에드가 모랭, 『인간과 죽음』, 김명숙 옮김, 동문선, 2000.

다른 동물들처럼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죽음을 인식하고 그로 인해 두려워하는 유일한 존재인 인간이 죽음을 부정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어떤 신화와 관념들을 만들어 냈는지를 추적하는 책. 또한 저자는 이러한 신화와 관념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II. 『20세기 프랑스 철학』(La Philosophie en France au XXe siè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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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프레데릭 보름스(Frédéric Worms, 1964~)
현재 릴(Lille) 3대학 철학과 교수이자 파리 고등사범학교 프랑스 현대철학 국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전공은 베르그손 철학이며, 현대 철학과 특히 생명체와 윤리 사이의 관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베그르손 연감』과 프랑스대학출판사(PUF)에서 간행되는 주요 베르그손 저작을 감수하고 있고, 주요 저서로는 『베르그손, 들뢰즈, 현상학』(Bergson, Deleuze, la phénoménologie, 2004), 『베르그손과 과학』(2007), 『베르그손 전기』(1997) 등이 있다.

출판정보
- 출판사 : 갈리마르(Gallimard) 출판사
- 총서 : 폴리오-에세(Folio-Essais)
- 출판년도 : 2008년
- 쪽수 : 643쪽(포켓판)
- 언어 : 프랑스어

책내용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로 접어들어 첫 십 년을 보낸 지금 우리는 여러 분야에서 20세기를 정리한 책이나 자료가 있었으면 하고 기대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철학, 그것도 20세기에 특히 풍요로운 성과를 거둔 프랑스 철학에 대한 종합적인 정리, 요약이다.
20세기 철학을 포함해 일반적으로 중요한 여러 철학적 사건들을 정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연대기적 방법일 것이고, 이것이 가장 자주 동원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프레데릭 보름스가 이 책에서 동원하고 있는 방법은 조금은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는 일정한 철학적 관심사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서로 구별되면서도 일관성 있는 몇몇 ‘계기들’(moments)을 중심으로 20세기의 다양한 철학적 사건들을 기술하는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 방법은 항상 예견 가능하거나 논리적인 결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그와는 달리 단절, 반향, 다시 거론하기 등과 같은 특징을 보이게 된다.

물론 이와 같은 기술 방법에서 핵심이 되는 ‘계기들’과 그것들을 특징짓는 주제, 흐름, 유행 등도 역시 유명한 철학 저서들과 이름 있는 철학자들의 권위에서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저서들과 철학자들의 영향력이 너무 강해 그 자체로 독립되고 고립된 하나의 영역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20세기 프랑스 철학을 논하면서 ‘구조주의’, ‘실존주의’, ‘주지주의’ 등에 대해서도 말하지만, 또한 베르그손, 사르트르, 들뢰즈 등과 같은 철학자들을 마치 유성처럼 기억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철학자들과 그들의 일련의 저작들이 철학은 물론이거니와 과학, 예술, 역사 등의 분야에서 공통된 문제나 주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로부터 당연히 그들의 공통된 관심사를 하나의 ‘계기’를 중심으로 엮으면서 그 흐름을 종합, 분석, 이해하려고 하는 시도가 가능할 수 있게 된다.
프레데릭 보름스는 20세기 프랑스 철학에서 크게 세 개의 ‘계기’를 주목하고 있다. ‘1900년의 계기’(1890년대부터 1930년까지), ‘제2차 세계대전의 계기’(193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그리고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의 계기’가 그것이다. 첫번째 계기의 핵심에는 ‘정신’의 문제가, 두번째 계기의 핵심에는 ‘실존’의 문제가, 그리고 세번째 계기의 핵심에는 ‘구조’의 문제와 그 뒤로 이 개념과의 단절의 문제가 놓여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III. 『21세기에는 어떤 철학이?』(Quelle philosophie pour le XIXIe siè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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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공동 집필

출판정보
- 출판사 : 갈리마르(Gallimard) 출판사
- 총서 : 폴리오 에세(Folio Essais)
- 출판년도 : 2001년
- 쪽수 : 402쪽
- 언어 : 프랑스어

책내용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존재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존재는 실체이기도 하고, 질과 양이기도 하고, 관계이자 장소이기도 하고, 시간과 행동이기도 하고, 소유이자 정열이기도 하다. 이 개념들 가운데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것에 의해서도, 또 그 어떤 것 안에서도 존재는 완전히 실현되지 못한다. 이와는 달리 존재는 이 개념들의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속에서만 그 긍정성과 부정성을 획득하게 된다.
지난 20세기 동안 서구에서 존재를 규정한 이와 같은 개념들은 철학적 추론의 기본적인 문법을 이루고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그것들 가운데 어떤 것이 남았는가? 아니, 그 어떤 것들의 의미가 약화되었는가? 그렇다면 그런 개념들은 이제 포기해야만 하는가? 아니면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사고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가?

이 책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답을 함으로써, 한편으로는 지난 20세기 철학사를 되돌아보고, 다른 한편으로는 21세기를 맞아 철학은 어떤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인가에 대한 윤곽을 그려 보고 있다. 이 책은 경제, 정치, 안전, 문학, 과학, 예술, 역사 등의 분야에서 ‘21세기에는 어떤……?’이라는 동일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하는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다.

2010/09/16 17:07 2010/09/1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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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야기캐는광부 2010/09/17 13:14

    디자인이 끌리네요. 디자인이 예쁘면 책을 사게됩니다.프랑스어를 할줄안다면
    한번 읽어볼텐데요 흑흑 ㅜ

    • 그린비 2010/09/17 17:28

      프랑스어를 몰라도 한번쯤 탐나는 책들이 있죠!
      (저도 책장 어딘가에 사두고 안 읽은 외국책들이...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