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현 온더로드>의 작가 유재현이 이번에는 미국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행이 끝나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통해서 기행의 흔적들을 먼저 연재하려고 합니다. 작가가 전하는 따끈따끈한 미국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글과 사진을 보내주고 계신 작가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_루트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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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오밍의 191번 도로를 빠져나와 록 스프링(Rock Spring)에서 하룻밤을 머문 후 다시 떠난 길은 주간(州間, Interstate)80번 도로로 접어들었다. 해발 2500미터를 오르내리는 도로변은 눈이 쌓여 있고 어떤 구간에서는 눈발이 흩뿌린다. 음산한 날씨인데 도로는 육중한 화물트럭들로 빈틈없이 메워져 장관을 이룬다. 미국의 하이웨이에서 화물트럭이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딱히 새로울 것도 없지만 그 트럭들이 도로 위를 가득 메우고 줄을 이어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쩌면 바로 이 시간, 바로 이 장소 80번 도로에서만 겪을 수 있는 진기한 경험일지도 모른다.

트럭들의 질주는 미국자본의 질주이자 상표의 향연이다. 코카콜라와 페덱스, 월마트와 세이프웨이(Safeway)가 색과 상표로 달리는 가운데 크라이슬러와 GM은 트럭의 적재함과 지붕까지를 점유한 신형의 자동차들로 세브론과 쉘은 상표가 새겨진 은빛의 유조탱크로 달리고 있다. 물화된 자본이다. 14개의 바퀴를 달고 11톤 이상의 화물을 적재한 거대한 트럭은 달린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기묘한 힘을 발산한다. 마치 탱크가 달려오는 꼴을 마주보고 있는 느낌이다.

탱크들은 미국이 실현하고 있는 '거대한' 소비를 연상시킨다. 상품을 단지 운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에 퍼붓기 위해 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소비란 것이 합의나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힘과 체제에 의한 것이라는 느낌도 덤으로. 자본의 힘과 그 종착역인 상품의 소비를 연결하는 트럭들의 꼬리에 꼬리를 잇는 끝없는 질주가 내뱉는 굉음에서 광포함을 함께 엿듣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서
유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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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작가 소개 유재현 |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아주대 전자공학과에서 공부했고, 그 후 여러 사회운동 단체들에서 활동했다. 1992년 『창작과 비평』(봄호)에 중편소설 「구르는 돌」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인도차이나 3국(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을 여행한 기록을 모은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열대과일로 남아시아의 문화사를 풀어낸 『달콤한 열대』, 쿠바를 여행하며 만난 인간적인 사회의 가능성과 희망을 담아낸 『느린 희망』, 『담배와 설탕 그리고 혁명』, 아시아 각국의 잊혀진 역사를 되돌아본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캄보디아인들의 삶을 통해 한국을 되돌아본 『무화과나무 뿌리 앞에서』 등과 소설집 『시하눅빌 스토리』, 『난 너무 일찍 온 것일까 늦게 온 것일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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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30 14:02 2007/11/3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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