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현 온더로드>의 작가 유재현이 이번에는 미국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책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통해서 기행의 흔적들을 먼저 연재하려고 합니다. 작가가 전하는 따끈따끈한 미국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글과 사진을 보내주고 계신 작가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_4백만 마일의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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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번 도로 위. 두 대의 트럭이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자신보다 3-4배나 긴 적재함을 매단 11톤급 이상의 트럭이 급정거를 하거나 도로를 벗어나 튕겨나가면 무거운 컨테이너나 트레일러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트럭을 젖히게 되고 트럭은 뒤로 돌아 앞으로가 되어버린다.

미국에서는 한 해 5,600명이라는 적잖은 수의 인간이 이런 종류의 트럭들이 일으키는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간단하다. 수면부족으로 인한 졸음운전이 압도적이다. 요컨대 괴물 같은 트럭을 운전하는 운전사들은 양순한 노동자들이다. 네브래스카의 그랜드 아일랜드(Grand Island)의 주유소에서 만난 듀에인(Duane)이란 미국인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앞에 서 있는 흰 수염 난 노인을 떠올리게 하는 털털한 사내였다. 아이오아에서 출발한 그는 아칸소의 리틀락 근처까지 간다고 했다. 붉은 색 트럭의 적재함에 실린 것은 아이스크림이었다. 비교적 근거리인 400마일 쯤을 운전해야 한다는 그는 하루 뒤에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묻자 그는 운전석 쪽의 차문 옆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엄지손가락 끝에는 '듀에인 라일리. 4백만 마일의 사나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백만불의 사나이가 아니라 4백만 마일의 사나이인 그는 회사의 '백만 마일 무사고 팀(Million Mile Team Safe Driver)'의 정회원이다. 6백40만 킬로미터의 사나이.(서울과 부산 사이를 몇 번이나 왕복한 셈인지는 여러분들이 계산하시기 바란다.)

"할 만 해요?"
"뭘?"
"트럭 운전."
"나쁘지 않지요."


그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사람 좋은 웃음을 날린다. 사진 한 장 찍자는 부탁에 '잠깐'이라던 그는 빗을 꺼내 머리털과 수염을 단장한다.

"조심운전 하세요."
"좋은 여행하시구려. 친구(Buddy)."

미국에서
유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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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작가 소개 유재현 |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아주대 전자공학과에서 공부했고, 그 후 여러 사회운동 단체들에서 활동했다. 1992년 『창작과 비평』(봄호)에 중편소설 「구르는 돌」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인도차이나 3국(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을 여행한 기록을 모은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열대과일로 남아시아의 문화사를 풀어낸 『달콤한 열대』, 쿠바를 여행하며 만난 인간적인 사회의 가능성과 희망을 담아낸 『느린 희망』, 『담배와 설탕 그리고 혁명』, 아시아 각국의 잊혀진 역사를 되돌아본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캄보디아인들의 삶을 통해 한국을 되돌아본 『무화과나무 뿌리 앞에서』 등과 소설집 『시하눅빌 스토리』, 『난 너무 일찍 온 것일까 늦게 온 것일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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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5 12:47 2007/12/0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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