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포스팅하는 글은 변광배 선생님의 ‘주목할 만한 프랑스 도서들’ 세번째 글입니다. 매체이론가로 잘 알려진 레지 드브레가 ‘공동체’의 문제를 다룬『형제애의 계기』, 의식과 무의식, 이성과 욕망에 대한 이전까지의 통념을 완전히 뒤흔든 두 대가를 비교한 『프로이트와 니체』, 전통적인 프랑스 철학의 관점에서 화려했던 20세기 철학을 회고하는 『20세기 프랑스 철학사』 이렇게 세 권을 소개해 주시고 계십니다. 한 권 한 권이 매우 흥미로워 보이는데요, 특히 세 권 모두 최근작이라 더욱 관심이 갑니다.

변광배(한국외대)

I. 『형제애의 계기』(Le Moment fraternité)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림을 클릭하면 아마존 책 정보로 이동합니다.


지은이  레지 드브레(Régis Debray, 1940~)
파리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철학교수자격시험에 합격한 작가이자 매체학자로, 성스러움, 이미지, 공동체, 종교 현상과 신앙 등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지의 삶과 죽음』(Vie et mort de l’image, 1995)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치적 이성비판』(Critique de la raison politique, 1981), 『프랑스 지성의 힘』(Le pouvoir intellectuel en France, 1986), 『신성한 불: 종교적인 것의 기능』(Le Feu sacré: Fonction du religieux, 2003)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출판정보
- 출판사 : 갈리마르(Gallimard) 출판사
- 총서 : 폴리오 에세(Folio essais)
- 출판년도 : 2010년
- 쪽수 : 335쪽(포켓판)
- 언어 : 프랑스어

책내용
자유, 평등, 박애. 빅토르 위고에 의하면 프랑스의 국시(國是)인 이 세 요소는 프랑스를 상징하는 계단의 “가장 높은 세 층계”이다. 하지만 자유와 평등을 향유하는 인간과 다른 인간들 사이에는 항상 ‘박애’, 즉 ‘형제애’가 보장되는가?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과연 인간은 다른 인간들과 더불어 폭력이나 저속함에 호소하지 않고 ‘형제애’를 실현할 수 있는가? 레지 드브레는 이 책에서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이와 같은 중요한 문제를 과감하게 던지고 있다. 그러니까 “‘나-너’로 분열된 왕국에서 ‘우리들’의 의미와 힘”의 발견, 즉 공동체의 형성이라는 문제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는 길은 있는가? 인간들의 공동체는 경제적 이해관계 위에서 형성되는 것일까? 아니면 자유와 평등을 누리고 사는 인간들 사이의 ‘계약’ 위에서 형성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레지 드브레는 이른바 ‘성스러움’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 형성과 그 안에서의 ‘형제애’의 실현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종교공동체와 유사한 공동체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종교의 힘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스러움’ 위에 형성되는 종교공동체와 그 안에서 실현되는 ‘형제애’의 의미와 힘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종교가 쇠퇴하는 현대 사회에서 절대적 존재가 갖는 ‘성스러움’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찾는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점을 덧붙이자. 즉 레지 드브레가 종교적 ‘성스러움’을 대신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그 어떤 ‘성스러움’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그 기저에는 언제나 ‘폭력’이라는 요소가 따른다는 점이 그것이다. 왜 그런가? 종교적 ‘성스러움’을 바탕으로 종교공동체와 그 안에서 ‘형제애’가 실현되었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이것은 모두 ‘성스러움’을 갖는 절대적 존재에 대한 인간들의 자발적인 ‘복종’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복종’이란 무엇인가? 특히 절대적 존재가 갖는 ‘성스러움’ 앞에서의 ‘복종’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자발적으로 복종한 자들이 직접 복종을 어겼을 때 그들에게 오는 그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다짐’, 곧 ‘선서’가 아닐까?

그리고 이와 같은 ‘성스러움’이 없는 경우에는 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장치를 고안해내야 할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직접적으로 눈에 띄지는 않지만 ‘선서’와 그 효과로 나타나는 일종의 ‘강제력’이 바로 이와 같은 ‘성스러움’을 대신하는 장치가 아닐까? 그러니까 ‘내’가 ‘나’와 같은 입장에 있는 ‘타자들’에게 ‘내’가 그들을 위반하면 ‘나’를 처벌해도 좋다는 일종의 자발적인 다짐이 그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다짐은 상호적이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타자들 역시 나에게 같은 조건에서 같은 다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이루어진 ‘선서’를 바탕으로 ‘나-너’는 ‘우리들’ 안에서 ‘형제애’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행해지는 ‘선서’와 그 결과 나타나는 ‘형제애’에는 반드시 ‘처벌’이라고 하는 ‘폭력’이 따른다는 것이다. 레지 드브레는 과연 이 책에서 이런 문제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흥미로운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관련 도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에티엔느 드 라 보에티, 『자발적 복종』, 박설호 옮김, 울력, 2004.

근대의 수많은 혁명과 사상에 크나큰 영향을 준 고전. 인간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자유롭기를 원하는가? 하지만 때로 우리는 타인의 지배하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지 않는가? 자신의 자유를 지키려 하는 대신 타인의 의지에 복종하려는 인간 심리의 메커니즘을 파헤치는 책.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르네 지라르, 『폭력과 성스러움』, 김진식·박무호 옮김, 민음사, 2000.

인간공동체의 문화를 유지하는 장치로 이용되어 온 ‘희생제의’를 분석하는 책. 어떤 동물이나 인간이 ‘성스러움’을 지니고 있어 희생물로 바쳐지는 것이 아니며, 그런 희생제의는 공동체의 안정 유지를 위해 사람들의 분노 등을 다른 대상에게 돌려 버리는 제도라는 주장을 펼친다. 그리고 이 같은 ‘희생’을 통한 ‘공동체의 유지’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희생물에 대한 ‘폭력’이며,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기만’일 수도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II. 『프로이트와 니체』(Freud et Nietzsche)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림을 클릭하면 아마존 책 정보로 이동합니다.

지은이 폴-로랑 아숭(Paul-Laurent Assoun)
정신분석학자이자 파리 7대학 교수로, 프랑스대학출판사(PUF)에서 ‘오늘날의 철학’(Philosophie d’aujourd'hui) 총서를 주관하고 있으며, ‘크세주’(Que sais-je?) 총서의 『라캉』(Lacan, n° 3660)을 집필하기도 했다.

출판정보
- 출판사 : 프랑스대학출판사(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PUF)
- 총서 : 카드리즈(Quadrige) 총서
- 출판년도 : 2008년
- 쪽수 : 352쪽
- 언어 : 프랑스어

책내용
프로이트는 이렇게 쓰고 있다. “니체, 바라건대 그는 내 안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한 설명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다.” 프로이트와 니체, 이들의 이름을 병치하는 작업은 오래전부터, 다시 말해 정신분석학의 태동기부터 이루어졌다. 특히 무의식의 발견자인 프로이트와 그의 선구자로서의 니체와의 병치가 그것이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니체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제에서 ‘생각한다’의 ‘주체’로서의 ‘나’의 지위를 부정한다. 니체에 의하면 이 명제에서 ‘생각한다’라는 동사의 주어로 등장하는 ‘나’는 실제로는 서구 언어의 문법적 타성의 결과로 인한 오해에서 비롯된 허구의 주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서구 언어의 문법에서는 항상 어떤 동작이 있으면 그 동작의 주체를 상정하는 타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데카르트는 별다른 주저 없이 ‘생각한다’라는 동사의 주어로서 ‘나’를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 니체의 견해이다.

니체는 이와 같은 비판에서 출발해서 이 ‘생각한다’라는 동사의 주어로서 ‘그 무엇’(ça)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그 무엇’이 후일 프로이트에게서 ‘무의식’의 다른 이름인 ‘이드’(Id)와 유사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렇게 해서 니체는 프로이트의 무의식에 관한 사유를 선취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문제는 니체와 프로이트의 관계가 단지 이와 같은 단순한 무의식 개념의 선취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 문제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이들 두 사람을 정면으로 대조해 보아야 할 것이다. 폴-로랑 아숭이 이 책에서 시도하고 있는 작업이 바로 이와 같은 대조이다. 그는 이를 위해 본능과 충동, 니체의 심리학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사랑과 섹슈얼리티, 무의식과 의식, 꿈과 상징, 신경증과 도덕, 문화와 문명, 치유, 권력의 의지와 죽음 충동 등을 비교, 검토하고 있다.

III. 『20세기 프랑스 철학사』(Histoire de la philosophie française au XXe siècle)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림을 클릭하면 아마존 책 정보로 이동합니다.

지은이  장-프랑수와 프티(Jean-François Petit)
파리 가톨릭연구소(Institut catholique de Paris) 철학과 교수로, 기독교 계통의 신문 『라 크루아』(La Croix)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으며,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우정』(Saint Augustin et l’amitié, 2008) 등의 다수의 저서가 있다.

출판정보
- 출판사 : 데클레 드 브루베르(Desclée de Brouwer, DDB) 출판사
- 총서 : 슘/필로소프(SCHUM/PHILOSOPH) 총서
- 출판년도 : 2009년
- 쪽수 : 504쪽
- 언어 : 프랑스어

책내용
20세기 프랑스는 마치 과거 중국에서 제자백가(諸子百家)가 활약했던 전국시대(BC.5세기∼BC.3세기)와 비슷한 모습이다. 다른 분야가 아니라 철학 분야에서만큼은 분명 그렇다. 사르트르나 알튀세르 등과 같은 ‘거대담론’ 주창자들의 뒤를 이어 현상학, 구조주의, 후기구조주의, 해석학, 과학철학, 정신분석학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가 폭넓게 이루어졌다. 라캉, 푸코, 데리다, 리쾨르, 들뢰즈 등과 같은 철학자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처럼 다양하고 풍부했던 20세기 프랑스 철학사를 기술하려는 작업은 모험이 따르는 위험한 작업임에 틀림없다. “어떤 기준에 의해서?” “어떤 자료들을 근거로?” 등과 같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장-프랑수와 프티는 ‘관념론’, ‘실재론’, ‘유심론’이라는 프랑스 철학 전통으로의 비판적 회귀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기독교적 시각에서 지난 세기를 수놓았던 수많은 프랑스 철학의 문제와 방법 등에 주목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메를로퐁티가 누락되어 있다는 점이다.

▷ 8월 프랑스의 주목할 만한 책들 보러 가기
▷ 9월 프랑스의 주목할 만한 책들 보러 가기

2010/10/23 10:58 2010/10/23 10:58
RSS를 구독하시면 더욱 편하게 그린비의 글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 ]

trackback url :: http://greenbee.co.kr/blog/trackback/1204

  1. Subject: http://www.mondoinweb.it/okbags/DIOR/icbwZk9vVE.html

    Tracked from http://www.mondoinweb.it/okbags/DIOR/icbwZk9vVE.html 2014/09/15 15:08  삭제

    『コミックマーケット79』最終日もコスプレが持り上がったでゲソ!企業ブースもちょっと紹介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nminusone 2010/10/23 12:21

    <프로이트와 니체> 제발 번역 원추!

    • 그린비 2010/10/23 17:31

      번역본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2. 말랑말랑제리 2010/10/23 14:43

    요즘 프랑스 문학에 빠져 있는데...

    감사한 정보 입니다.^^*

    • 그린비 2010/10/23 17:32

      와~ 프랑스 문학이라니! 프랑스 철학과 찰떡궁합(!)이군요.
      매달 한번씩 업데이트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댓글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