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나멘 총서는 도서출판 그린비가 기획한 인문사회 총서이다. 클리나멘(clinamen)은 ‘기울임/기울기를 뜻하는 그리스어의 라틴어 식 표현으로서 ‘사선운동’을 뜻한다.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에서는 원자들의 이합집산이 세상만물을 생성‧소멸시킨다고 봤는데, 원자론의 효시인 데모크리토스처럼 원자들이 수직낙하하는 직선운동만을 한다고 가정하면 원자들의 이합집산을 가져올 원자들간의 충돌(마주침)을 설명할 수 없다. 데모크리토스의 제자인 에피쿠로스는 클리나멘(사선운동) 개념을 도입해 이 난점을 해결했고, 그 이래로 이 개념은 철학사에서 필연과 운명을 거부하는 ‘자유’를 뜻하게 됐다. 왜냐하면 이 세계가 원자들의 클리나멘과 그로 인한 우발적 마주침의 결과물이라면, 세계가 어떤 의미나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다는 기존의 목적론적 세계관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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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시대, 스피노자로 돌아가자
- 자율주의자 네그리가 만난 ‘전복적’ 스피노자의 정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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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적 스피노자』
- 클리나멘 총서 002

안토니오 네그리 지음, 이기웅 옮김 | 도서출판 그린비 | 인문, 철학
발행일 : 2005년 12월 8일 | ISBN : 978-89-7682-958-1
신국판변형 (150×220mm) | 264 쪽


이탈리아의 자율주의 이론가이자 실천가로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는 네그리는 정치 활동의 이론적 근간을 스피노자를 통해 마련하였다. 그리고 이 책은 이른바 ‘스피노자 르네상스’에 한 획을 그은 책이기도 하다. 과거의 스피노자 연구는 그의 ‘범신론’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스피노자 르네상스’는 그의 인식론, 존재론, 정치철학을 모두 주목하는 연구 경향을 띠었으며, 그 중 스피노자의 정치철학을 가장 전복적으로 해석한 이가 바로 네그리이다. 그러므로 네그리의 이 책은 스피노자 철학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현재의 문제로 끌어들인다.


∎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_안토니오 네그리(Antonio Negri) | 1933년 이탈리아 파도바에서 태어났다. 1957년 독일 역사주의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파도바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던 네그리는 1959년 이탈리아사회당 지방평의원으로 선출되면서 『노동자 권력』, 『붉은 노트』 등의 잡지에 관여해 아우토노미아(자율주의) 사상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1979년 알도 모로 수상의 암살사건에 관여했다는 죄목으로 투옥된 뒤, 1983년 급진당 후보로 옥중 출마해 당선되어 일시적으로 석방되었고, 곧장 프랑스로 망명해 루이 알튀세르와 질 들뢰즈 등의 후원으로 파리8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며 잡지 『전(前) 미래』의 발간을 주도했다. 오랜 망명생활 끝에 1997년 자진 귀국해 6년간의 수감과 연금 생활을 마친 2003년, 네그리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코뮨주의의 실현을 위해 투쟁해온 투사이자 스피노자, 마키아벨리, 맑스, 들뢰즈의 사상을 창조적으로 발전시킨 당대 최고의 지성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네그리는 자신의 동료 마이클 하트와 『제국』(2000)을 발간한 뒤 전 세게,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저서로 『맑스를 넘어선 맑스』(1979), 『야만적 별종』(1981), 『구성 권력』(1992), 『디오니소스의 노동』(1994), 『다중』(2004) 등이 있다.

옮긴이_이기웅 |파리5대학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북대학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일반 언어학과 러시아 언어학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반성과 지향의 이론적 형식으로서 러시아 언어학의 흐름」, 「발화의 다성 구조 : 바흐친의 다성 이론에 대한 언어학적 접근」, 「러시아어 아나포라의 화용적 원칙들」, 「언어, 이데올로기, 실천」 등이 있다.



∎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1장_스피노자, 그가 현재적일 수밖에 없는 다섯 가지 이유

2장_『정치론』, 또는 근대적 민주주의의 토대에 관해

3장_미완의 여백, 후기 스피노자의 민주주의 개념 정의

4장_무한과 공동체 사이, 스피노자와 레오파르디의 유물론

5장_스피노자의 반근대성

6장_"스피노자로 돌아가기", 그리고 코뮨주의의 복귀

7장_스피노자에게서의 민주주의와 영원성

8장_『에티카』로 바라본 '매개'와 '구성'

9장_스피노자와 포스트모더니스트들

원문출처 및 참고문헌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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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전복적 스피노자』는 근대 여명기의 철학자 스피노자(Benedictus de Spinoza, 1632~1677)와 안토니오 네그리(Antonio Negri, 1933~ )의 ‘마주침’을 통해 새로운 정치철학적 사유를 빚어낸다는 의미에서 도서출판 그린비의 ‘클리나멘 총서’ 두번째 책으로 기획되었다. 이탈리아의 자율주의 이론가이자 실천가로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는 네그리는 정치 활동의 이론적 근간을 스피노자를 통해 마련하였다. 그리고 이 책은 이른바 ‘스피노자 르네상스’에 한 획을 그은 책이기도 하다. 과거의 스피노자 연구는 그의 ‘범신론’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스피노자 르네상스’는 그의 인식론, 존재론, 정치철학을 모두 주목하는 연구 경향을 띠었으며, 그 중 스피노자의 정치철학을 가장 전복적으로 해석한 이가 바로 네그리이다. 그러므로 네그리의 이 책은 스피노자 철학이 갖는 정치적 의미를 현재의 문제로 끌어들인다.

이번에 발간되는 한국어판에는 특별히 네그리의 허락과 도움을 얻어 7~9장까지 새롭게 번역하여 실었다. 이탈리아어판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은 이 새로운 논고들은 스피노자의 전체 철학 속에서 그의 정치철학적 입장을 좀더 확연히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에티카』에 나타나는 스피노자 사상의 변화를 단절과 발전이라는 두 시점에서 새롭게 해석하는 부분(8장)은 스피노자의 사상이 어떻게 네그리에게 창조적으로 계승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한국어판 『전복적 스피노자』는 이처럼 완전한 형태를 갖춤으로써 스피노자의 철학, 특히 윤리학·정치학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네그리의 정치 활동을 이끄는 이론적인 모습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스피노자에게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

스피노자로 돌아가자! “스피노자의 비판은 세계사의 현재성 속에서 지금의 생산력에 근대를 넘어서는 전복의 훌륭한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9쪽) 『제국』을 비롯해서 이미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된 여러 연구서들로 잘 알려진 안토니오 네그리. 스피노자는 그의 사유가 딛고 서 있는 존재 기반이다. 그는 계속해서 스피노자에게 돌아감으로써, 스피노자를 재해석함으로써, 그 세계와 혁명의 이미지를 갱신해왔다. 그는 스피노자 위에서 스피노자를 바꾸면서 스피노자와 더불어 사유한 이론가이다.

네그리는 자신이 스피노자에 빠져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스피노자 연구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평생의 작업입니다. 스피노자 연구에 내가 그토록 몰두한 것은 그의 내재성(immanence) 개념 때문입니다. …… 이 세계의 외부에 존재하는 어떤 합리성, 어떤 이념, 어떤 권력, 어떤 도덕적 의무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여기 표면에서 존재합니다. 모든 것은 우리에 의해서 구성된 것입니다.”

그는 스피노자의 철학을 통해 초월적 권위나 목적 따위는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의 세계는 우리 자신의 힘에 의해서, 우리들 서로의 능력들을 결합시킴으로써 구성된다고 하는 복음을 읽어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모든 초월적인 것들이 공격받고 무너진 것처럼 보이는 포스트모던한 시대에, 네그리 자신이 어떤 ‘외부’도 없다고 말한 ‘제국’의 시대에, 스피노자에게로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네그리에 따르면, 우리 시대 모든 신성한 것들, 모든 초월적인 것들이 비판받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니힐리즘의 냉소를 통해서이다. 역사의 종말, 이데올로기의 종말은 자본주의와 제국적 주권의 전일적 지배를 의미할 뿐이다. 포스트모던한 철학자들처럼 초월적인 것의 비판을 피상적 환영으로 대체할 때, 우리는 유령과도 같은 공허한 현실에서 허위의 생성만을 목격하게 된다. 초월주의의 죽음 뒤에 남아 있는 무감각한 광경. 그것이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의 냉소적 존재론이다. 비판은 내재성의 평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냉소가 아닌 존재의 긍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심층은 없고 모든 것이 표면이지만, 표면은 모든 것을 생산하고 존재를 끊임없이 갱신해온 힘과 능력의 장이다.

“지금의 이 세계, 즉 이데올로기의 종말과 ‘역사의 종말’의 세계를 우리가 다시 건설해야 할 세계로 파악한다는 사실.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개인들과 다중의 존재론적 일치야말로 우리가 저항과 창조의 행동으로서 삶의 모든 특이적 출현을 고대할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240쪽) 이것은 단 한 번도 변한 적 없는 세계의 혁신, 혁명의 혁신, 유물론의 혁신, 코뮨주의의 혁신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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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6 11:07 2007/12/0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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