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공간을 갖게 되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시골에서 자랐는지, 도시에서 자랐는지 등 환경의 영향도 크죠. 저(만수)는 맑은 날이면 중국에서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외딴 섬에서 자랐습니다. 그리 넉넉지 않은 살림이었기 때문에 이사도 꽤 자주 다녔고, 한 방에서 가족이 함께 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섯 살 즈음에는 겨울이 너무 싫었지요. 솜이불은 너무 무겁고, 손을 이불 밖으로 내놓을라치면 아빠가 “손!” 하며 손을 이불 안으로 넣으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게다가 엄마와 아빠 사이에 자다보니 솜이불의 답답함을 해소할 방법이 없어 잠들기 전에 꽤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열 세 살에 ‘내 방’이 생겼을 때 무척 기뻤습니다. 이젠 내 멋대로 해도 되겠구나 하는 속마음 때문이었죠. 엄마의 발걸음 소리만 빨리 알아챈다면 들키지 않고 만화책을 보거나 인형놀이를 한다거나 하는 좋아하는 일을 몰래 할 수 있었죠.

가질 수만 있다면, 내 방은 ‘뭘 하든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는’ 공간이었습니다. 서경재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궁금했던 점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러한 사적인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정말 느끼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죠.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참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궁금증도 함께 따라왔지요. 서경재 사람들은 어떤 생각(속마음)을 갖고 있을까요?


혼자만의 공간을 고수하고 있는 저에게 공동생활은 아직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공동생활을 하기에는 짐도 너무 많습니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만 하며, 가진 것을 놓지 못하고 있는 셈이죠.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고, 앞으로도 쓸 것 같지 않지만 버리지 못하고 있는 물건들을 찾아서 그 물건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생리현상이 부끄럽다거나, 타인의 생활 습관이 못 견디게 힘들다거나 하는 마음도 함께 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혼자 사는 것보다 함께 사는 것이 훨씬 더 즐거울 것 같습니다.(월세도 줄어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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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오는 사진 갤러리에는 '마이룸' 카테고리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개인 공간이 너무 당연시 되는 것은 아닐까?

문득, ‘사생활’이 언제 어떻게 생긴 것일까 궁금해졌습니다. 다른 사람과 살을 부딪치며 사는 것을 언제부터 두려워하게 되었는지도요.

개인이 타인의 눈길에 대처하기 위해 자신을 가다듬는 장소는 사적인 공간이다. 이곳에서 개인은 육체에 대한 사회의 이미지에 맞추어 자신의 겉모습을 준비한다. 이 방면에서도 하나의 혁명이 발생했다. 19세기에는 외양의 전략, 그리고 사적인 공간만을 겨냥한 엄격한 예법과 의식 체계가 생성되어 점차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인식되어나갔다. 안과 밖 사이의 경계를 극히 엄격하게 구별하고자 하는 원칙에 입각한 이 특수한 체제는 그후 점진적으로 쇠퇴했지만, 19세기에는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다. 몇십 년간의 시기에 걸쳐 점차 사람들은 잠옷을 입고 침실 바깥으로 나서는 것을 금기 사항으로 여기게 되었다. 잠옷은 성적 내밀성의 상징이 되어 심지어 암묵적인 방식으로라도 잠옷을 언급하는 것은 이제 점잖지 못한 일로 간주되었다. 부부 침실용 잠옷이 어린 시절의 단순한 잠옷과는 다른 모양새를 띠기 시작했으므로 더욱 그러했다. 아침에 몸단장할 때 걸치는 실내복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졌다. 하지만 단정한 여자라면 외부 사람들 앞에 실내복 차림으로 나타나는 것은 생각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연인은 예외였지만. (알랭 코르뱅, 「개인의 비밀」,『사생활의 역사 4』, 618~619쪽)

여러분은 서경재 스캔들을 보며 어떤 생각과 만났는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혹시 서경재 스캔들을 계기로 마음에 맞는 사람과 공동생활을 꾸릴 수 있게 된다면 더더욱 좋겠지요! ^^ 

- 웹기획팀 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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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9 13:59 2010/11/0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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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루 2010/11/10 14:19

    1주일에 한번만 청소하고 밥 당번도 연구실에서 1주일에 한번만 해도 되고....우와 정말 부럽습니다. 공동생활의 가장 큰 장점으로 느껴집니다. 돈도 아끼고 가사노동도 적게 하면서 잘먹고 잘살 수 있군요.^^
    저는 육아를 하면서 정말로 3가구(부부로 계산하면 6명) 정도가 같이 살면 일주일에 한번만 일찍 들어가서 아이들을 보면 되겠다라는 상상에 많이 빠졌었습니다.^^;;

    • 그린비 2010/11/10 15:15

      전 혼자 살지만 일주일에 한번 청소하고, 밥도 한두번 해먹습니다.(그래서 방이...음...;;)

      옆집, 윗집, 아랫집~! 여러 세대가 공동육아를 하면서 산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예전에는 드라마에서도 이웃사촌의 훈훈한 정을 나누는 모습들을 자주 봤는데 요즘은 TV를 멀리해서 어쩐지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