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중국 현대문학은 루쉰(1881~1936)에서 시작해서 루쉰으로 끝난다고 합니다. 중국 현대문학을 연 첫 작품 「광인일기」를 루쉰이 창작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문체와 사상, 그가 관련한 굵직한 현대 사건이 지금도 여전히 문제적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고문(문언문)에 정통했지만 구어체(백화문)를 제창하여 문학혁명을 주도했고, 서양의 근대지식을 선구적으로 학습했지만 중국의 현실과 인민의 입장에서 발언하고 행동했으며, 국민당의 수배령을 피해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문학청년을 지도하고 판화운동을 전개하며 중국의 미래를 주도한 루쉰. 이제 그의 모든 글을 한국어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국내의 루쉰 글은 「아Q정전」을 필두로 한 소설과 잡문 중 일부를 가려 뽑은 편역서, 그리고 루쉰의 전기가 소개되어 왔습니다. 루쉰 문장의 진면목이랄 수 있는 잡문과 구체적인 상황과 사건에 대한 소회가 기록된 서신과 일기는 좀처럼 접하기 힘들었지요. 이번에 발간되는 『루쉰전집』은 다양한 루쉰의 글을 만나고, 더 깊이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투창과 비수로서의 루쉰 잡문을 느낄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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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처음으로 펴내는 한국어판 『루쉰전집』은 중국 런민문학출판사(人民文學出版社)에서 펴낸 1981년본과 2005년본을 바탕으로 번역, 모두 20권으로 구성하고, 지금까지의 국내외 연구성과와 주석을 참조하여 각 옮긴이들이 새롭게 주석을 정리하였습니다. 특히 기존에 많이 소개된 소설작품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도 소개되지 않은 수많은 잡문(주로 신문‧잡지 등에 발표한 짧은 글을 말함), 서신, 일기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1차분에서는 1권, 2권, 7권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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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청년 루쉰의 고뇌와 열정

제1권은 1907년에서 1925년 사이의 잡문 23편이 수록된 『무덤』(1927년 초판 발행)과 1918년에서 1924년 사이의 잡문 41편이 수록된 『열풍』(1925년 초판 발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학을 버리고 문학으로 전향한 청년 루쉰이 필묵으로 중국을 개조하기 위해 쓴 초기 글에서부터 오사운동을 거치며 주로 전통적 구습을 타파하는 데 힘쓴 잡문이 실려 있다. 루쉰의 잡문은 문집이 14개에 이를 정도로 그의 평생을 함께한 작법으로, 전기작가 왕스징의 말을 빌리면 “어둠 속에서 전투의 빛을 발하는 비수”였다. 루쉰에게 잡문은 세계와 통하는 길이자 적을 향해 쏘는 비수이며 중국의 미래를 여는 길이었던 것이다. 1권의 잡문은 이런 루쉰의 문체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원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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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중국인의 영혼을 깨운 소설집

제2권은 「아Q정전」, 「광인일기」, 「고향」 등 잘 알려진 소설 14편을 수록한 『외침』(1918~1922년 집필)과 1924~25년 사이의 소설 11편이 수록된 『방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단편소설들은 중화민국 시기에 중국인들이 체험한 고통과 혼란, 오사운동 이후 길을 잃고 헤매는 지식인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러시아 평론가 바실리예프는 이런 루쉰의 소설을 비평하며, “루쉰은 중국 대중의 영혼을 반영한 작가이다. 그의 유머적 풍격은 사람들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그러므로 루쉰은 단지 중국의 작가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세계의 일원이기도 하다”며 극찬한 바 있다. 중국인의 삶을 해학적으로 푸는 루쉰의 소설을 통해 그의 생애에 걸쳐 나타나는 민중에 대한 애정과 번민, 자유를 향한 의지와 희망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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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권 권력에 맞서는 투쟁과 논쟁

잡문 43편이 수록된 『거짓자유서』, 64편이 수록된 『풍월이야기』, 61편이 수록된 『꽃테문학』으로 구성된 제7권은 1933~34년 사이 루쉰 만년의 투쟁을 그리고 있다. 당시는 일본의 중국 침략이 거세져 장성의 관문 산하이관(山海關)이 함락되고, 일본이 리턴보고서를 무시하고 국제연맹을 탈퇴하여 정세가 매우 급박한 때였다. 그러나 국민당 정권은 나라 밖에서는 나라를 팔아먹고 투항하며 나라 안에서는 민중들을 탄압하는 기만적인 정책을 펴 루쉰을 분노케 했다. 이 시기 루쉰은 매달 8~9편의 단평을 『자유담』(신문 『선바오』의 부간) 등에 게재하며 권력과 그에 아첨하는 이들을 비판하고 문단의 행태와 민중이 억압받는 세태를 풍자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루쉰의 글을 옮기는 작업은 예전부터 루쉰을 소개하고 연구한 전문 연구자들이 개별적으로 또는 소그룹을 이뤄 간간이 진행하여 번역물을 선보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007년 6월부터 유세종(한신대), 공상철(숭실대), 이주노(전남대), 김하림(조선대), 홍석표(이화여대), 이보경(강원대) 등 중문학 연구자들이 루쉰전집번역위원회를 꾸려 본격적인 번역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각 문집별로 번역자를 나눠 책임번역하고, 정기모임 때 이를 토론하여 오역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 결과, 이번 1차분(1, 2, 7권)이 탄생했습니다. 또한 이미 3권이 편집 중에 있고, 4, 5, 8권의 번역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내년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2015년까지 스무 권을 완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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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전집』에 실린 루쉰전집번역위원회의 발간사를 통해 '왜 아직도 루쉰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함께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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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전집 1 : 무덤.열풍 - 10점
루쉰 지음, 홍석표.이보경 옮김/그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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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전집 2 : 외침.방황 - 10점
루쉰 지음, 공상철.서광덕 옮김/그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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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전집 7 : 거짓자유서.풍월이야기.꽃테문학 - 10점
루쉰 지음, 이보경.유세종 옮김/그린비
2010/12/08 10:22 2010/12/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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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야기캐는광부 2010/12/08 10:41

    루쉰, 제가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들을 정리한 전집이 나와서 기쁩니다.^^

    • 그린비 2010/12/08 14:41

      이야기캐는광부님께 기쁜 소식이 되었다니 저 또한 기쁩니다!
      1차분 1, 2, 7권이 나왔고 앞으로도 쭉~ 발간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2. 순진한양 2010/12/08 17:00

    아... 정말 그동안 루쉰의 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한국에 나와 있는 책들은 뭔가 좀 2% 부족?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정말 뜻밖의 선물 같습니다.

    게다가!!! 완빵에 사는 부담감을 덜어주려고 요렇게 나눠서! ㅋㅋ

    • 그린비 2010/12/08 17:11

      가끔 '스스로에게 선물하기'를 할 때가 있잖아요.(저만 그런가요?^^;)
      『루쉰전집』을 선물한 다음에, 2011년 새해 목표로 『루쉰전집』 읽기는 어떠신지요?
      아마 알찬 새해를 보내실 수 있을거에요. ^^*

  3. knockthedoor 2010/12/08 17:51

    반가운 소식이네요. 두근두근.

    • 그린비 2010/12/08 19:45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두근두근하답니다! >_<

  4. 리경 2010/12/08 22:05

    와! 정말 반가운 책이 나왔네요.
    그동안 루쉰과 관련된 책들을 사모으고, 헌책방을 뒤져서 읽고 모셔놨는데!!
    루쉰의 글을 정리하고 전집을 내준 그린비에 넘 감사합니다.
    루쉰 바람이 불길!!!!

    • 그린비 2010/12/09 10:43

      리경님 오랫만이에요. ^^
      『루쉰전집』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정말 루쉰 바람이 불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

  5. 순진한양 2010/12/09 10:13

    ㅎㅎ 책 주문했는데 빨리 왔음 좋겠어요~
    아울로 나머지 책들도 허리업~~~ ㅋㅋ
    2015까지 어떻게 기다려요... ㅠㅠ

    • 그린비 2010/12/09 10:45

      2015년이 멀게 느껴지지만, 금방 다가올 것 같은 기분이에요. ^^;
      한 권씩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실듯!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