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은 어린 시절 뇌봉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바리때에 갇힌 백사 낭자를 안타깝게 여겼다고 합니다. 잘 살던 커플을 갈라놓은 법해 선사에게는 분노를 느꼈지요. 요괴는 악한 것, 물리쳐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어린 루쉰의 마음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함께 읽어볼까요?

허선이라는 어떤 사람이 푸른 뱀, 흰 뱀, 두 마리를 구해주었는데, 나중에 흰 뱀은 여인으로 변하여 은혜를 갚으려고 허선에게 시집을 왔고, 푸른 뱀은 여복으로 변하여 역시 함께 따라왔다. 법해선사라는 득도한 한 중이 허선의 얼굴에 요사한 기운—보통 요괴를 아내로 맞이한 사람의 얼굴에는 요사한 기운이 도는데, 비범한 사람이라야만 그것을 볼 수 있다—이 도는 것을 보고, 곧 허선을 금산사의 불상 뒤에 숨겨 두었고, 백사 낭자가 남편을 찾으러 오자 “금산사를 물바다로 만들었다.” (…) 종합하여 말하면, 백사 낭자는 마침내 법해의 계책에 말려들어 자그마한 바리때 속에 갇히고 말았다. 바리때를 땅 속에 묻고 그 위에 짓누르는 탑을 하나 세우니, 그것이 바로 뇌봉탑이다.(…)
  그때 내 유일한 희망은 바로 이 뇌봉탑이 무너졌으면 하는 것이었다. 후에 내가 어른이 되어 항저우에 가서 이 남루한 탑을 보았을 때 마음이 편치 않았다. 후에 내가 책을 보았더니, 항저우 사람들은 또 이 탑을 ‘보숙탑(保叔塔)’이라 하지만, 사실은 전왕의 아들이 세운 것이므로 ‘보숙탑(保淑塔)’이라고 해야 마땅하다고 씌어 있었다. 그렇다면 그 속에는 당연히 백사 낭자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편치 않았고, 탑이 무너졌으면 하고 여전히 희망했다.
  지금 탑이 확실히 무너졌으니 온 세상 인민들에게 그 기쁨이 얼마나 클 것인가?
  이는 사실로 증명할 수 있다. 오월 지방의 산간 마을이나 해변으로 가서 백성들의 말을 들어 보라. 농부나 누에 치는 아낙이나 농촌 사람들 중에 머리가 좀 이상한 몇몇을 제외하고 백사 낭자에 대해 의분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으며, 법해가 지나치게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나무라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 『루쉰 전집』1권, 「무덤」, 259~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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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 "희망을 믿느냐"고 편 영상 보러 가기

루쉰전집 1 : 무덤.열풍 - 10점
루쉰 지음, 홍석표.이보경 옮김/그린비
2010/12/27 09:31 2010/12/2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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