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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저는 한글을 막 뗐던 초딩(^^;)이었기에 그 사건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습니다. 독일이 어찌되었든, 저는 해마다 6월이 되면 '공산당은 싫어요'라는 글짓기를 하고, 친구들 앞에서 "이 연사 이렇게 외칩니다!"라는 웅변대회를 나가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쓴 포스터를 그려야만 했습니다. 당시에는 '독일도 통일이 되었는데, 왜 우리는 아직일까?'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1994년 김일성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는 몇 년 안에 통일이 될 줄 알았지요.

과거와 끊임없이 단절하도록 만들어진 시대일수록 과거와의 연속성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커지기 마련인데 언론은 대중의 구미에 맞춘 국민사, "역사 유산", 고대 사회로 꾸민 놀이공원을 통해 그럴듯하게 역사를 날조하여 더욱 부채질한다. 권력 기관이 과거와 현재에 대한 언급을 통제할 수 없는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압력 집단, 선정적 언론의 위협,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이나 대중의 히스테리는 회피와 침묵,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공공의 자기 검열을 강요한다.
─ 에릭 홉스봄, 『미완의 시대』, 이희재 옮김, 민음사, 2007, 669~670쪽

여러분의 기억 속 1990년대는 어떤 모습인가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22년이 지난 지금, 그 사건은 '나와 상관없는 일' 혹은 '시험 문제에 등장하는 사건' 정도로만 남아 있지는 않나요? 『인터뷰 한국 인문학 지각변동』을 통해 하나의 기억만을 역사로 믿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의심하고, 과거의 사건이 여전히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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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인터뷰·정리 : 김항, 이혜령
인문·인터뷰집|신국판(152×224mm)|640페이지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시작된 1990년대, 진보 담론뿐 아니라 사회 이론 곳곳에 영향을 미치던 맑스주의에 ‘위기’라는 말이 붙기 시작한 그때부터 한국의 인문학에는 각종 포스트 담론, 근대성 논의, 민족주의 비판과 파시즘 논쟁, 문화연구와 페미니즘 등, 다종다양한 인문학 담론들이 폭발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제대로 정리하거나 돌아볼 틈도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새로운 이론의 홍수와 학술진흥재단(약칭 학진, 현재명은 한국연구재단) 발 국내 인문학계 시스템의 변화가 한국 인문학계에 가져온 변화는 무엇이었는가? 이 책 『인터뷰 한국 인문학 지각변동』은 바로 이러한 폭발 혹은 ‘지각변동’의 시점부터 오늘날까지 한국의 인문학이 어떤 궤적을 거쳤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성과와 한계를 드러냈는가를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 고찰하려 했다. 맑스주의라는 자장(磁場)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했으나 현재는 여러 인문학 담론의 대표적인 학자로 인정받고 있는 중견 연구자 15명과의 인터뷰, 그리고 오늘날 변화된 학술환경에서 연구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젊은 인문학자 4인의 좌담회는 이 지각변동을 체험한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함께 한국 인문학의 자기성찰을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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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인터뷰들, 사이에서-보기
 
1부 지각변동의 징후
01 김철: 한글세대와의 단절
02 정근식: 사회과학의 시대, 그 속살과 결
03 백영서: 방법으로서의 동아시아

2부 근대성·자본주의·문화
04 조한혜정: 자본주의적 신체의 감각과 지식생산
05 강내희: 문화/과학 이론의 정치성
06 황종연: 종언 없는 비평

3부 내셔널리즘 비판과 비교사의 관점
07 임지현: 일상에서 국가까지, 역사학의 모험
08 이성시: 역사학의 역사성을 생각한다

4부 암중모색의 역사학
09 윤해동: ‘회색지대’의 역사학
10 이영훈: 탈이론, 탈신화의 경제사
11 양현아: 모든 이론은 역사로부터

5부 인문학 연구의 지평 확장
12 천정환: 지식생산의 탈위계화를 위해
13 진태원: 맑스주의의 전화와 현재적 과제

6부 인문학자의 정치성과 정체성
14 김영옥: 지식인의 몸과 언어
15 김진석: 근본주의와 싸우는 상식의 철학
16 좌담회: 김영미·김원·신지영·이현우 사이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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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에 수록된 사진은 흑백입니다. 다음 『인터뷰 한국 인문학 지각변동』 포스트에서는 챕터별로 인상적인 구절을 소개하는 등 더욱 상세한 소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2011/01/25 09:23 2011/01/2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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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르래 2011/01/26 18:26

    인터넷이나 가끔의 독서를 통해서만 학계(?)의 소식을 접하는 저로서는 이 책이 참 반갑습니다.
    정근식 교수님의 글이 제일 궁금하네요.

    • 그린비 2011/01/26 20:15

      네! 그야말로 인문학자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으실 수 있는 인터뷰집입니다.
      반가우시다니 신이 납니다!
      정근식 선생님께서는 ‘광주’라는 화두는 한국적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에서 매우 중요한 상상력을 제공한다고 하십니다. 선생님의 도전적인 연구활동에 관한 인터뷰 저도 아주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도르래 님도 만나보세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