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배 선생님께서 이번에도 세 권의 책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첫 번째 책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애매성의 도덕을 위하여』입니다. 『제2의 성』의 저자, 사르트르의 연인으로(만?) 잘 알려져 있는 보부아르는 이 책에서 사르트르가 완결 짓지 않은(혹은 못한) ‘도덕론’을 제시합니다. 두 번째 책은 루이-장 칼베의 『롤랑 바르트, 1915~1980』입니다. 구조주의를 대표하는 사상가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불운한 삶을 살았고, 결국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바르트의 지적‧개인적 생애를 면밀하게 추적하는 책입니다. 마지막 책은 작년 출간 후 프랑스를 강타했고, 한국에도 신문을 통해 알려진 스테판 헤셀의 『분개하라!』입니다. 한 작은 출판사에서 출판된 소책자이지만, 부패한 사회에 불만을 느끼는 프랑스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변광배
(한국외대)

I. 『애매성의 도덕을 위하여』(Pour une morale de l’ambiguït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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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1908~1986)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철학자, 페미니스트, 소설가 및 에세이스트. 사르트르와의 계약결혼으로 유명하며, 특히 『제2의 성』과 『노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얌전한 처녀의 회상록』, 『나이의 힘』, 『사물의 힘』, 『결국』, 『모든 인간은 죽는다』 등과 같은 에세이와 『초대받은 여자』, 『타인의 피』, 『결국』, 『레 망다랭』 등과 같은 소설을 썼다. 또한 사르트르의 말년을 고통스럽게 이야기한 『작별의 의식』을 쓰기도 했다.

출판정보
- 출판사 : 갈리마르(Gallimard)
- 총서 : 폴리오 에세(Folio Essais)
- 출판년도 : 2003년(초판1947년)
- 쪽수 : 316쪽(포켓판)
- 언어 : 프랑스어

책내용
‘실존주의 여사제’라는 칭호를 들었던 보부아르는 주로 『제2의 성』과 『노년』의 저자, 그리고 『타인의 피』, 『초대받은 여자』 등을 쓴 소설가, 『얌전한 처녀의 회상록』 등과 같은 자서전적 에세이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보부아르가 프랑스 최연소 철학교수자격시험 여성 합격자라는 사실과 여기에서 소개하는 철학 저서 『애매성의 도덕을 위하여』를 집필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보부아르의 평생의 동반자였던 사르트르는 『존재와 무』의 말미에서 자신의 ‘도덕론’을 곧 집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그의 도덕론은 1983년에야『도덕을 위한 노트』라는 제목의 유고집으로 간행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유고집이 실제로는 1947경에 집필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르트르는 도덕론을 집필했으며, 그것도 『존재와 무』(1943)의 출간 직후에 집필한 것이다. 그럼에도 사르트르의 『도덕을 위한 노트』는 『존재와 무』와 40여 년의 시간적 간격을 두고 출간되었다. 
  사르트르가 도덕론을 『존재와 무』에 바로 이어 출간하지 못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인간 각자가 갖는 절대적 존재로서의 가치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신’으로 상징되는 절대적 가치가 사라진 상황에서, 이제는 절대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 여겨지는 인간들 각자의 행동을 규준할 수 있는 기준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사르트르는 자신의 도덕론의 정립을 뒤로 미루다가 끝내 살아 있는 동안에 출간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사르트르와 함께 도덕론 정립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려 했던 보부아르의 노력의 결과가 바로 『애매성의 도덕을 위하여』라는 저서이다. 보부아르는 이 저서에서 인간들 각자가 처해 있는 실존 조건은 본래적으로 우연적이고, 근본적으로 애매하며, 따라서 그들의 행동을 규준하는 기준 역시 애매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가령, 인간들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지고의 ‘목적’으로 여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필요성으로 인해 그들은 서로를 ‘수단’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또한 그들 각자는 자신의 삶이 그 무엇에도 비교될 수 없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각자는 자기가 몸담고 있는 집단에서 한 마리의 곤충처럼 무의미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인간들 각자는 자신의 삶에서 이와 같은 사실을 직시하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 각자의 삶의 조건에 철저히 스며들어 있는 이와 같은 근본적인 애매성을 스스로 떠맡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처럼 철학자 보부아르는 우리 모두를 ‘애매성의 도덕’으로 초대하고 있다.

2. 『롤랑 바르트, 1915~1980』(Roland Barthes, 1915~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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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루이-장 칼베(Louis-Jean Calvet, 1942~)
언어학자 및 기호학자. 소르본 대학에서 『언어, 신체, 사회』로 국가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액상프로방스(Aix-en-Provence)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73년에 『롤랑 바르트: 기호에 대한 정치적 시선』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출판정보
- 출판사 : 플라마리옹(Flammarion)
- 출판년도 : 2008년(초판1990년)
- 쪽수 : 338쪽
- 언어 : 프랑스어

책내용
기호학자, 문학이론가, 문학평론가 등의 직함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고, 지금도 여전히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바르트, 『신화학』에서 『사랑의 단상』을 거쳐 『밝은 방』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저서들을 집필했던 바르트. 그러면서도 결코 우아한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바르트. 이와 같은 면모를 가진 바르트의 연구 활동은, 문학을 위시해 영화‧광고‧의복 등을 비롯한 문화의 모든 영역에 대한 연구에서 커다란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다.
  루이-장 칼베는 이 책에서 바르트가 영위했던 구체적인 삶의 여정을 면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바르트를 좀더 자세하게 알게 해주는, 바르트는 어떻게 해서 지금의 바르트가 되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문자 그대로의 ‘평전’에 해당한다. ‘국가가 보살피는 전쟁고아’ 시절, 아버지의 죽음의 결과, 그리고 특히 그의 운명을 갈라놓았던 청소년 시절의 질병 등에 대해 저자는 현미경과 확대경을 동시에 들이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 책은 프랑수아 미테랑(François Mitterrand),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 필리프 솔레르(Philippe Sollers), 에드가 모랭(Edgar Morin), 알기르다스-줄리앙 그레마스(Algirdas-Julien Greimas), 모리스 나도(Maurice Nadeau) 등 많은 지인들과 주고받았던 바르트의 서한, 바르트에 대한 그들의 증언과 추억담도 상세하게 싣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바르트가 살았던 시대에 대한 일종의 연대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 세기, 다양한 기호 활동을 가장 날카롭게 분석한 바르트의 모습이 이로 인해 더욱 부각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이 책만의 특징일 것이다.

3. 『분개하라!』(Indignez-v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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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스테판 헤셀(Stéphane Hessel, 1917~)
베를린에서 태어난 프랑스인으로,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제1차 대전에 참전해 포로가 되었다가 석방된 후 뉴욕, 사이공, 알제, 제네바 등지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다. 현재에도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 여러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출판정보
- 출판사 :  앵디젠느(Indigène)
- 총서 : 바람을 맞으면서 걷는 사람들(Ceux qui marchent contre le vent)
- 출판년도 : 2010년
- 쪽수 : 32쪽
- 언어 : 프랑스어

책내용
2010년 말에 프랑스 전역을 강타한 책이다. 93세의 저자, 인생의 종착역에 서 있는 저자,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삶을 영위한 저자가 쓴 32쪽 분량의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이 2010년 프랑스 세밑을 강타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 책은 2010년 12월 말에 프랑스 국영 텔레비전 저녁 정규 뉴스 시간에 소개될 정도로 화제가 된 책이다. 최근 집계에 의하면 이 책은 2010년 10월 초판 인쇄 이후 60만 부나 팔렸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2010년 프랑스에서 발생한 여러 사건, 특히 집시들의 추방이라는 사건을 떠올리고 있다. 물론 직접적인 방식으로는 아니다. 저자 자신의 과거 포로 생활을 회상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저자의 술회에 따르면, 자신이 나치 포로수용소에서 극단적으로 비인간적인 상황을 참고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불의에 맞서 분개하는 것”, “불의에 맞서 화를 내는 것” 덕분이었다고 한다. 2010년의 상황이 나치가 득세하던 시대의 상황과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때와 지금 모두에 여전히 유효한 하나의 원칙을 외치고 있다. 즉 ‘비인간적 행위가 자행되는 곳’, ‘인권이 무시되는 곳’, ‘억압과 폭력이 자행되는 곳’, 요컨대 ‘인간이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는 곳’에서 저자는 “분개하라”라고 외치면서 이른바 ‘평화적 봉기’에 호소하고 있다.
  이 책의 집필 배경에는 근대적 시민사회의 가치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짙게 깔려 있다고 하겠다. 프랑스의 한 블로거가 지적한 것처럼 저자는 우리 모두가 “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에 대해 무관심해서는 안 되는지”, “그런 것에 대한 분개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 준다. 요컨대 이 책을 관통하는 ‘분노 신드롬’은 불의가 지배하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해 분노하지 못하는 우리 자신에 대한 강한 질타가 아닌가 한다.
  “분노할 이유를 발견하는 것은 귀중한 선물이며, 분노할 것에 분노할 때 당신은 거대한 역사의 흐름의 일부가 된다. 그 흐름이 우리를 더 많은 정의와 자유로 이끈다. 그 자유는 여우가 닭장 속에나 맘껏 누리는 자유가 아니다.”(2011년 1월 4일자 『한겨레신문』에서 인용(원문 보러 가기)

2011/01/28 09:00 2011/01/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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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ipp 2011/01/31 19:29

    스테판 헤셀의 <분개하라>는 지난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죠. 75만이 넘었다는데..
    물론 30여쪽 분량이라는걸 감안하더라도 놀라운 이변을 일으킨 일이라는 생각이에요.
    프랑스라는 나라가 그리고 프랑인들이 아직 이렇게 깨어있다는 사실이 반갑더군요.

    • 그린비 2011/02/03 08:55

      기존에 획득한 사회복지가 사르코지 정권에 박탈당하는 것을 보면서 속으로 분노를 삼키고 있었던 프랑스인들에게 『분개하라!』가 경종을 울렸다고 하네요. ^^
      그리고 출판 시기가 선물을 주고받는 연말이었는데 초콜릿 대신에 한 권에 3유로인 이 책을 선물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고 하는데요, 저렴한 값이 한몫하긴 했겠지만... 초콜릿대신 책이라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