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주의, 포스트모더니즘, 탈구조주의 등등. 세상에는 ‘~주의’라는 단어가 참 많습니다. 워낙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포스트주의는 뭐뭐다”라고 말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80년대 말 이후 포스트주의가 많이 수용되었다고 하는데요, 그 중 푸코와 들뢰즈가 많이 번역되고 논의되었습니다.

저는 요즘 푸코의 『성의 역사』에 관한 강의를 듣습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느꼈던 놀라움과 충격은 바로 ‘권력’에 대한 사유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이제껏 권력이란 정치하는 사람들, 혹은 돈이 많은 사람들이 소유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수업 중에 권력은 물건처럼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국가와 국가 사이, 국가와 국민 사이뿐 아니라 스승과 제자, 심지어 연인의 사이에도 권력은 ‘작동’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 수업 뒤로, 저는 '권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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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당시의 '현상'은 2년이 되어가는 지금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이런 ‘다른’ 생각들은 지난 20년 동안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요? 저는 진태원 선생님이 들뢰즈에 대한 대중적인 영향력을 한국 사회의 현상과 함께 말씀해주신 내용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저는 노사모는 아니었지만, 2009년 갑작스런 그의 죽음이 아직 기억납니다. 덕수궁 앞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 그것은 추모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죠.

제가 볼 때에는 들뢰즈에 대한 대중적인 열광은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과 상당히 겹친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0년대 한국의 정치와 사회, 문화를 규정하는 핵심단어 또는─정신분석적인 의미에서의─‘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인민주의(populism)라고 부를 수도 있겠죠. 단 이 경우 인민주의에 대한 부정적이거나 악마적인 평가에서 벗어나 그것이 지닌 양가성을 공정하게 파악한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인민주의로서의 노무현 현상은 기성의 제도정치에 대한 실망감과 그것을 변혁하거나 넘어설 수 있는 진정한 정치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 표현된 것입니다.
─『인터뷰 한국 인문학 지각변동』, 「진태원과의 인터뷰」, 489쪽

확실하다고 믿었던 것을 의심하는 계기나 현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은 이렇게 책에서 촉발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인터뷰 한국 인문학 지각변동』을 통해 1980년대 이후 사회의 변화 과정 속에서 ‘~주의’들이 어떻게 등장했는지, 그것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미리 보기

인터뷰 한국 인문학 지각변동 - 10점
김항.이혜령 기획,인터뷰,정리/그린비
2011/02/10 13:46 2011/02/1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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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an 2011/02/10 13:57

    권력 = 관계속에서 작동하는 힘
    와닿는 말이네요~ 연인사이에도 권력이라~~
    오랬동안 연인이 없어서 잘 모르겠음~

    • 그린비 2011/02/10 20:22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의 관계에서든 권력은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
      연인 사이에서의 밀땅(!)도 그 예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하하...

  2. d 2011/02/11 17:43

    갑자기 푸코 이야기를 하다가 들뢰즈 이야기가 왜 나오는 지 모르겠네요
    이것도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 그린비 2011/02/14 12:02

      어떤 정치적인 의도를 상상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본문 내용에서는 9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 강한 영향을 주었던 계기들로서 푸코와 들뢰즈를 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3. d 2011/02/11 17:52

    그리고 populism을 굳이 '인민주의'라고 말하는 것은 굳이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인 것으로 보이네요.

    • 그린비 2011/02/14 11:59

      본문에 인용한 인용문의 문구에서 아래와 같이 언급한 것을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단 이 경우 인민주의에 대한 부정적이거나 악마적인 평가에서 벗어나 그것이 지닌 양가성을 공정하게 파악한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인민주의로서의 노무현 현상은 기성의 제도정치에 대한 실망감과 그것을 변혁하거나 넘어설 수 있는 진정한 정치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 표현된 것입니다."─『인터뷰 한국 인문학 지각변동』, 「진태원과의 인터뷰」, 489쪽

  4. 행인 2011/09/28 00:02

    포스트주의는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봅니다^^;
    이상적으로 봐서 권력이 일반 사람들의 손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그 권력을 없애야 한다 말할테니까요... 단지 권력이니까요ㅜㅜ
    짧은 식견으로 포스트주의는 포섭된 일탈이라 생각합니다.

    • 그린비 2011/09/28 04:13

      행인님의 말씀처럼 무언가에 반대하는 성격의 탈주는 오히려 예속되어 있는 상태일지도 모릅니다.(혹시 저의 추측이 말씀하신 의도와 다르다면 말씀해주셔요 ㅠㅠ) 하지만 탈주의 방향을 가진다는 점에서, 하나의 표지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비판'이라는 시각을 말씀해 주셔서 생각해보니 완전한 이론, 비판받지 않을 이론이 있을까 싶은 마음도 드네요. ^^;;

      우야튼 말씀 감사합니다! (훈훈한 마무리가 되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