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종문화』의 탄생, 표지 디자인의 앞태와 뒤태!!

안녕하세요. 오늘은 그린비에서 나오는 책의 표지가 어떤 과정을 통해 여러분과 만나게 되는지 소개하려고 합니다. 작업 과정에서 탈락하는 비운의(!) 표지들도 있기 때문인데요, 어떤 표지가 선택되고 어떤 표지는 탈락했을지 한번 살펴보실까요?

표지는 사람으로 치면 ‘얼굴’입니다. 소개팅에서 얼굴이 다음 만남으로 이어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아니라고 부인하지 마세요!!!) 표지 역시 독자 여러분과 소개팅을 할 때, 얼굴 역할을 하는 셈이죠. 보는 사람이 책에 대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표지를 디자인하고, 고르는 작업은 무척 중요합니다.

그린비에서는 편집자가 디자이너에게 ‘표지디자인 발주서’를 보내면서 표지 작업이 시작됩니다. 발주서에는 책에 대한 기본 정보와 책의 특징이 반드시 들어가야 디자이너가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겠죠? 그럼, 『혼종문화』의 의뢰서를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1. 라틴아메리카의 80년대 문화를 분석하는 책입니다. 핵심은 유럽의 국민국가를 모델로 하는 근대성이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어떻게 나타났는지,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이 유럽적 근대성의 모델로 설명가능한지를 논하는 데 있습니다.

2.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용어로 등장하는 것이 혼종성(hybrid)과 다시간적 이종성(multitemporal heterogeneity)이라는 개념입니다. 이 둘은 맥락상 같은 말인데, 이 용어들은 서구에서는 역사발전 단계에서 차례대로 나타났던 개별 시대(고대, 중세, 근대라는 시대들)의 속성들이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동시적으로, 즉 혼종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 혼종성은 역사의 보편적(서구적) 발전단계가 있다는 틀을 가정하는 서구중심적 눈에는 혼란과 같은 것으로 다가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시대, 하나의 문화권으로 한정할 수 없는 중첩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표지에는 다양한 시대의 속성들이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중첩적으로 나타난다는 점, 혹은 라틴아메리카인들의 삶에서 여러 시간대의 문화가 교차한다는 점이 표현되었으면 합니다.

약간 막막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편집자가 생각하는 이미지는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구체적이면서,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해치지 않는 범주에서 이야기되어야 합니다. 참 어렵죠잉~ ^^; 설명이 어려울 때에는 편집자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유사한 자료들을 디자이너와 함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편집자와 디자이너 간의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작업이죠. 이번에는 이 정보들을 통해 나온 표지 시안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번 시안은 고대 유적과 유물 이미지를 많이 사용한 디자인입니다. 디자인 작업을 할 때 라틴 아메리카의 미술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라틴 아메리카 미술의 공통적인 요소는 바로 울창한 자연에 대한 표현이라고 하는데요~ 1번 시안에서는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문화를 녹여내기 위한 노력이 들어가 있습니다. 2번 시안은 주요 단어들을 이용해 교차로를 연출한 디자인입니다. 시안은 의견 조율을 통해 수정 작업이 이루어지는데요, 편집자는 어떤 시안에 더 점수를 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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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메리다, <나야리트 여인> _ 1번 시안 디자인할 때 영감을 받은 작품

책의 특징에 1번이  더 부합하지만, 이미지 사이의 경계를 부드럽게 수정하고, 이미지에 묻힌 제목을 살릴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2번은 직접적인 단어의 표현으로 인해 1번 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죠. 자, 그럼 의견을 반영한 표지를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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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이미지가 잘 어우러지도록 달라졌군요! 시안 1과의 차이가 느껴지시죠? +_+ 잘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은 다시 한 번 번갈아 보세요! 느껴지실 겁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앞표지가 결정이 되면, 책등과 날개와 뒤표지도 디자인 작업을 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완성된 ‘펼침면’을 함께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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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등에는 제목과 출판사, 시리즈 이름과 번호가 들어갑니다. 앞날개 부분은 대개 저자, 역자 소개를 하고 뒷날개에는 시리즈의 다른 책을 소개합니다(함께 읽으면 좋을 책을 홍보하는 공간인 셈이죠!). 뒤표지에는 책의 추천사가 들어가기도 하고, 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넣기도 합니다. 책의 가격과 ISBN이 들어가는 중요한 부위(!)입니다! 뒤태가 중요한 건 책에도 해당됩니다.^^ 표지와 연결된 양 날개는 표지가 휘지 않게 책의 형태를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어떤 분들은 책갈피로 활용하시기도... ^^;)
  책날개를 만들기 시작한 건 1980년대에 들어서인데, 책을 만들고 버려지는 종이들의 운명을 너무 안타깝게 생각한 어떤 헌신적인 출판인에 의해 고안되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합니다. 그분 덕분에 양장이 아닌 무선 단행본에 책날개가 있는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우와아~~여러분은 지금 고급 정보를 읽고 계십니다! 대형서점에 가실 때 외서 코너에 꼭 들러보세요!

책의 표지는 이렇게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책의 특징을 보여주는 역할과 함께 책의 형태를 완성시키는 임무를 맡고 있답니다. 어느 것 하나 안 중요한 게 없죠? 아하하;;

이렇게 탄생한 『혼종문화』를 만나 보실까요?

모방과 경쟁 앞에서, 독자에게 남겨진 것은 책에 ‘권위’를 부여해 주는 헌사와 서명의 제의다. 어떤 독자라도 익명으로 만들어 버리는 급증하는 판매량 속에서, 작가와의 이러한 ‘개인적인 ’관계는 작품과 고급 독자의 원본성과 비반복성을 복원한다. “나는 너무 많은 책들에 사인을 했기 때문에 죽는 날, 서명이 없는 책을 가진 사람은 대단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책이 그렇게 값싸게 팔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서명을 지워 버릴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보르헤스는 밝혔다. 출판 기념 저자 사인회가 열리고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서점에서, 그가 장님이라는 것을 아는 독자가 지금 앞에 놓인 것은 독일어 번역본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보르헤스는 “그럼 제가 고딕체로 사인해야 합니까?”라고 대답했다. (네스토르 가르시아 칸클리니, 『혼종문화』, 155쪽)


혼종문화 - 10점
네스토르 가르시아 칸클리니 지음, 이성훈 옮김/그린비
2011/02/22 09:00 2011/02/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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