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공황을 예방하기 위한 핵심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사실상 모든 현실적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199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커스)

굳이 경제학 이론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경제나 공황을 일상에서 경험하면서 살아간다. 당장 리비아의 사태에서도 우리가 뉴스에서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은 다름 아닌 석유의 가격이고, 이에 못지않게 염려하는 바는 주가폭락에 대한 가능성이다. 일본의 지진에서도 역시 인명이 소중하긴 하나, 그 재해가 우리의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치열하게 분석해 내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 즉 일상이 곧 경제인 현실을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니, 자본주의의 붕괴니, 새로운 대공황이니 하는 말들을 많이도 하지만 경기란 것이 공황에서 불황으로, 불황에서 다시 회복기를 거쳐 호황을 맞이한다는 ‘경기순환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지금 단순히 짧은 공황의 끝에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뿐일까? 아니면 일부 논자들의 말처럼 여전히 공황 속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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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잃고, 자신을 광고하는 남자의 뒷모습. 경제위기 때마다 늘 궁지에 몰리는 사람들이다.

『현대자본주의와 장기불황: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시각』은 이처럼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경제적 위기와 갈등을 ‘맑스주의 위기론(공황론)’의 입장에서 분석하는 책이다. 이 책은 맑스주의의 한 경향인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관점에 입각해 필연적․주기적으로 위기를 초래하는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최근의 경제위기의 기원과 양상을 분석한 뒤, 그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한다. 국내의 대표적 맑스주의 경제학자이자 공황론 전문가인 김성구 한신대 교수가 편저했으며, 편저자가 집필한 네 편의 논문과 함께 여러 해외 맑스주의 학자들의 연구를 번역해 싣고 있다.

다양한 사회과학적 논쟁이 만개했던 1980년대에 맑스주의의 주요한 경향 중 하나였던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은, 그 현실적 토대였던 현실사회주의의 붕괴와 함께 이론적 유효성을 상실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 책에서 편저자는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이 여전히 현대자본주의를 분석하는 데 적합한 이론틀이라 주장한다. 그뿐 아니라 이 책은 그 학술적 성취도와 정치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제대로 소개되지 못한 에르네스트 만델(Ernest Mandel), 엘마르 알트파터(Elmar Altvater), 외르크 후프슈미트(Jörg Huffschmid) 등의 번역 논문도 수록하고 있어, 국내 맑스주의 경제학 논의의 다양성을 한층 더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세미나 네트워크 새움’과 그린비가 함께 펴내는 <새움 총서>의 두번째 책이기도 한 『현대자본주의와 장기불황』은, 맑스주의 역사 입문서로서 호응을 얻은 바 있는 총서의 첫번째 책 『맑스주의 역사 강의』와 더불어 신자유주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미 낡은 것으로 치부되는 ‘맑스주의’를 어떤 식으로 우리 삶에 풀어낼 수 있을지를 이야기한다.

경제위기는 언제나 과잉자본의 표현이고, 금융위기는 언제나 과잉자본의 폭발을 극적으로 가져간다. 특히 신자유주의 금융위기의 경우 그 근저에 구조화된 과잉자본이 자리 잡고 있었고, 이 때문에 실물부분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화폐자본이 금융부문을 비정상적으로 비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금융부문의 투기이익도 궁극적으로는 실물부분의 이윤증식에 의해 규제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불균형은 금융위기로 폭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위기는 동시에 과잉자본을 청산하는 자본주의의 기제이기도 하다. 과잉자본의 청산을 통해서만 가본축적의 조건을 다시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경제위기와 금융위기는 실물부문에서의 새로운 이윤증식 조건의 회복과 함께,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의 불균형을 정정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새로운 성장조건을 만들어 준다. (김성구, 「신자유주의 금융위기와 주기적 공황」, 3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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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의 띠 안을 돌고 있는 개미가 혹시 내 모습이 아닐까?

지은이 소개

김성구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였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독일 브레멘대학교(Universität Bremen)에서 외르크 후프슈미트(Jörg Huffschmid) 교수의 지도하에 박사학위(Dr. rer. pol.)를 취득하였다. 석사학위 논문 주제는 공황론이었고, 박사학위 논문은 독점자본주의론(특히 독점적 가치수정 테제)과 공황론에 입각하여 독점자본주의에 고유한 정체경향을 이론적으로 논증하는 것이었다. 1992년 이래 한신대학교 국제경제학과에 재직하고 있으며, 그밖에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사무처장 및 정책위원장, 민주사회정책연구원 부원장, 민중언론 참세상 편집위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전공분야는 현대자본주의론과 공황론이며, 현실사회주의의 붕괴 후에도 여전히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입장을 견지하고 그 이론적 발전에 주력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1998), 『자본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공저, 1998), 『사회화와 이행의 경제 전략』 (편저, 2000), 『사회화와 공공부문의 정치경제학』(편저, 2003) 등이 있다. 이 책의 1장 「만델, 알트파터, 월러스틴, 아리기의 장기파동론」, 5장 「일본에서의 현대자본주의 논쟁」, 6장 「현대자본주의의 위기와 사회화 프로그램」, 11장 「신자유주의 금융위기와 주기적 공황」을 저술하였다.

그레첸 비누스(Gretchen Binus)  구동독의 할레-비텐베르크대학교 교수를 역임하였다. 구동독 독일경제연구소(Deutsches Institut fur Wirtschaftsforschung, DWI)와 국제정치경제연구소(Internationale Politik und Wirtschaft, IPW)에서 활동했고, 현재 독일 좌파당(Die Linke)에 소속되어 있다. 이 책의 10장 「현재의 위기의 분석과 평가에 대하여」와 13장 「외르크 후프슈미트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을 저술하였다.

슈테판 크뤼거(Stephan Krüger)  저널 『사회주의』(Sozialismus)에서 활동하였다. 이 책의 9장 「자본축적의 장기적 발전경향과 금융시장의 위기」를 저술하였다.

에르네스트 만델(Ernest Mandel)  1995년에 타계한 제4인터내셔널과 벨기에 사회주의노동자당(SAP-POS)의 대표적 이론가. 벨기에 브뤼셀대학교 교수를 역임하였다. 이 책의 2장 「자본주의 역사에서의 ‘장기파동’」을 저술하였다.

엘마르 알트파터(Elmar Altvater)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맑스주의 잡지 『계급투쟁의 문제들』(PROKLA)의 창간자 중 한 명이며 공동편집인. 생태 맑스주의적 경향과 함께 녹색당(Die Grunen) 창당멤버였고, 최근에는 좌파당에 가입하였다. 이 책의 3장 「발전모델의 파열과 형태변화」를 저술하였다.

외르크 후프슈미트(Jörg Huffschmid)  2009년에 타계하였다. 독일 브레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를 역임했고, ‘대안경제정책 연구그룹’(일명 메모란둠 그룹Memorandum-Gruppe)과 ‘대안경제정책을 위한 유럽경제학자 연구그룹’(일명 유로메모란둠 그룹EuroMemorandum-Gruppe)의 대표적 이론가였다. 『맑스주의 갱신의 잡지』에서 활동했으며 독일공산당 중앙위원을 역임했다. 이 책의 8장 「‘지구화한 금융시장’의 지배」와 12장 「위기 이후」를 저술하였다.

울리히 돌라타(Ulrich Dolata)  오랜 기간 독일 브레멘대학교 경제학부와 사회학부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독일 슈투트가르트대학교의 교수이다. 이 책의 7장 「국가독점적 조절의 위기」를 저술하였다.

호르스트 하이닝어(Horst Heininger)  구동독 국제정치경제연구소 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 『맑스주의 갱신의 잡지』(Z. Zeitschrift Marxistische Erneuerung)의 편집자문위원으로 있다. 이 책의 4장 「포드주의와 국가독점자본주의론」과 13장 「외르크 후프슈미트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을 저술하였다.
2011/03/15 09:00 2011/03/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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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순진한양 2011/03/15 11:58

    음... 내일 출간 예정이네요? ^^

    제가 하는 스터디에서 이번 주제가 '경제'인데요.
    5개월동안 한달에 한 권씩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내용입니다.
    저도 책을 한 권 선정을 해야 하는데 원래는 고미숙 선생님께서 쓰신
    '돈의 달인....'으로 하려고 했는데요. 요 책을 보니 확 땡기네요.
    경제를 주제로 한 토론에서 이 책을 선정해도 무리가 없는가요?
    아직 이 책 내용을 몰라서요... 헤헤헤~

    • 그린비 2011/03/15 13:24

      와~ 스터디에서 토론을 하시다니! 짝짝짝!

      『현대자본주의와 장기불황: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시각』은 논문들을 모아둔 것이라 『돈의 달인』에 비해 어렵게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병권 선생님의 『화폐, 마법의 사중주』도 추천하고 싶네요. 화폐가 어떻게 화폐가 되었는지에 대한 책이거든요.
      책세상의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도 추천해드립니다.
      작고 가벼운 책이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답니다.

      마음에 맞는 책을 만나서, 즐겁게 토론하시면 좋겠네요. ^^

    • 순진한양 2011/03/15 13:38

      우왓! 감사합니다...
      주제가 '경제'이긴 하지만 뭐 두루두루 여러가지도 이야기를 나누니, 추천해주신 책들도 매우 유용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한번 봐야겠어요~ ^^

    • 그린비 2011/03/15 13:42

      넹~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궁금해지네요.
      담에 시간이 되시면, 스터디 후기도 들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