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주의의 명령, 세계를 낭만화하라』역자 김주휘 선생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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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발리스(1772~1801), (1772~1801) 독일 시인으로 대표작으로 「파란 꽃」이 있다.

낭만주의는 예술이나 문학의 한 사조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낭만주의 작가는 노발리스, 슐레겔을 꼽을 수 있는데, 슐레겔은 "세계를 낭만화하라"는 말을 하기도 했죠. 낭만주의하면 어쩐지 자유연애주의자로 곧바로 연결되어버리곤 해서, 낭만주의 작가들은 죄다 바람둥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만큼 '낭만'이라는 단어를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초기낭만주의자들은 많은 현대 철학자들처럼 비판을 존중하면서도 회의주의를 벗어나는 인식론, 토대주의의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상대주의에 굴복하지 않는 인식론을 추구했다. 심리철학에서 그들이 목표로 했던 것도 오늘날과의 관련성을 잃지 않았다. 낭만주의자들은 자연주의(naturalism)이되 환원주의적 유물론이 아닌 것, 이원론과 기계론의 양극단 사이의 중도를 추구했다. 그들의 정치철학의 주요 문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핵심적인 쟁점이다. 공동체의 요구와 개인적 자유의 요구를 화해시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 독재적인 고전주의와 무정부주의적인 주관주의의 양극단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이 목표와 문제들이 친숙하게 들린다면, 그것은 우리가 적지 않게는 낭만주의적 유산의 상속자들이기 때문이다.
─ 『낭만주의의 명령, 세계를 낭만화하라』, 20쪽

『낭만주의의 명령, 세계를 낭만화하라』의 서문을 읽으며, 어쩐지 중용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물론 그 단어로 인해 또다른 오해를 시작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오해를 방지(?)하고자 역자이신 김주휘 선생님에게 궁금한 것들을 여쭤봤습니다. 함께 만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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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휘 1970년생.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영국 에식스 대학교에서 니체에 관한 논문으로 철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윤리교육과에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비극의 탄생』 읽기: 니체 대 쇼펜하우어」(『철학사상』, 2008), 「니체에게서 주인과 노예의 문제」(『철학』, 2009), 「인간학적 문제로서의 삶의 부정」(『니체연구』, 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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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책의 저자 프레더릭 바이저는 저명한 독일철학 연구자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제대로 소개된 적 없는 낯선 학자입니다. 프레더릭 바이저가 지금까지 어떤 관심사 속에서 연구해 왔고, 저작들에서 어떤 주제들을 다루어 왔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국에서는 영미권의 독일철학 연구가들 가운데 찰스 테일러가 잘 알려져 있지요. 프레더릭 바이저는 찰스 테일러의 제자입니다. 바이저는 칸트에서 헤겔에 이르는 시기의 독일 철학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책을 펴냈습니다. 칸트에서 피히테에 이르는 시기를 자세히 설명한 『이성의 운명』, 그리고 다시 칸트에서 셸링까지 독일관념론의 전개를 주관주의의 극복이라는 관점에서 다룬 『독일관념론』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바이저는 독일관념론의 발전 과정에서 흔히 주변부적 인물들로 여겨져 왔던 초기낭만주의자들의 역할을 중요하게 부각시키며, 초기낭만주의자들이 절대적 관념론의 진정한 창시자였다고 주장을 합니다.
 
이 외에도 문학가로만 알려져 있는 실러를 철학자로 재조명한 책도 있습니다. 헤겔에 대해서는 따로 루트리지 출판사에서 ‘철학자들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단행본을 펴냈습니다. 바이저는 영국의 초기계몽주의에 대해서도 연구한 적이 있고, 최근에는 18세기 독일미학에 대해서도 책을 펴냈는데, 그의 관심은 두 경우 모두 당시의 이성주의 전통을 추적하는 데에 있습니다. 요즘은 이성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일종의 상식이요, 유행이 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바이저가 의식적으로 이성주의 전통을 연구하는 것은 일종의 지적 균형 잡기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2. 선생님께서는 니체를 전공하셨는데요. 얼핏 보면 니체와 낭만주의 사이에는 큰 연관성이 없어 보입니다. 어떤 계기로 낭만주의에 관한 책을, 그리고 프레더릭 바이저의 이 책을 번역하시게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제가 「옮긴이 후기」에서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프레더릭 바이저의 책에 대해서는 니체에 대해 연구를 진행시키던 가운데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니체에 대한 박사논문을 쓰던 때였습니다. 니체와 칸트 이후 독일사유 전통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던 중 바이저가 쓴 초기낭만주의와 실러에 대한 책을 만났지요. 니체와 초기낭만주의 사이에는 사실 표면적으로 큰 유사성이 있기도 합니다. 양자 모두 예술과 창조성에 커다란 중요성과 역할을 부여하지요. 이들 사이의 관계 혹은 이들 사이의 관계없음을 연구하는 것은 유혹적인 시도이고, 몇몇 단편적인 연구들도 있습니다. 언젠가의 연구주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현재로서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어떤 책을 번역하기로 마음먹는 것은 그 책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 역시 초기낭만주의에 대한 문학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가 바이저의 책을 읽었고, 낭만주의 운동의 보다 깊은 층위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깊은 철학적 ․ 형이상학적 층위에서 시작하여 교육과 문화와 예술과 정치에 커다란 파급력을 갖는, 매우 총체적이었던 어떤 운동의 존재를 혼자만 알고 있기가 아까웠던 거지요. 마침 이 책에 관심을 갖고 있던 그린비출판사를 만난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3. ‘초기 독일낭만주의’(Frühromantik)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낭만주의를 ‘문학운동’으로 한정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프레더릭 바이저는 초기낭만주의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낭만시’(romantische Poesie) 개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도 말하는데요. 문학을 넘어서는 차원을 강조하면서도 낭만시 개념을 중시하는 바이저의 태도는 모순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프레더릭 바이저는 ‘낭만시’ 개념에서 출발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면서 초기낭만주의자들에게서 ‘시’, 그러니까 독일어로 ‘포에지’가 단지 운문 형식의 문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지요. 바이저의 태도가 모순적으로 보이는 것은 아직도 [낭만주의에 대한 전통적 해석들이] ‘포에지’를 문학의 한 형식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시’ 혹은 ‘포에지’라는 말에서 김수영 시인의 시만 떠올리지 말고, 인간의 모든 창조적 활동과 그 산물들, 예술과 학문뿐만 아니라 법과 모든 제도들, 국가까지 떠올려 주기 바랍니다. 초기낭만주의자들은 스피노자처럼 자연을 ‘능산적 자연’으로 이해했고,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들이 모두 신적인 능력으로서의 창조력을 내면에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개개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창조적 힘들이 완전히 발현되는 상태를 희망했지요. 그렇게 해서 인간의 삶 전체가 하나의 자유로운 예술작품과 같은 것이 되기를 꿈꾼 겁니다. 하지만 하나의 예술로서의 삶이 ‘완성’되는 순간은 없습니다. 더 큰 아름다움과 더 큰 조화를 향해 나아가는 끊임없는 창조의 노력만이 있죠.    

4. 흔히 독일낭만주의자들은 보수적인 정치관을 가졌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프레더릭 바이저는 ‘세계를 낭만화하라’라는 초기낭만주의자들의 모토가 당대의 현실을 개혁하려 한 급진적 기획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는데요. 바이저가 이야기하는 초기낭만주의자들의 ‘급진적 기획’이 무엇인지요. 그리고 이런 초기낭만주의의 기획이 오늘날 우리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던져 줄 수 있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프레더릭 바이저가 이 책의 1장 「‘낭만시’의 의미」에서 말하는 것처럼 ‘낭만주의’는 오랜 시기에 걸친 많은 예술가들과 많은 작품들을 포함하기 때문에, 뭉뚱그려서 ‘하나의’ 낭만주의에 대해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정치적 측면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한 것이, 초기에 낭만주의를 선도했던 이들이 대부분 후기에 가서는 입장을 바꾸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대개가 젊은 시기에 프랑스혁명을 환호했다가, 나중에는 메테르니히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섭니다. 그래서 바이저는 1797년부터 1802년까지 특별히 ‘초기낭만주의’로 불리는 시기의 입장을 그 이후와 명확하게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초기낭만주의자들은 프랑스혁명의 이념에 환호했고, 공화주의에 대한 신념을 견지하면서, 개인의 자유를 공동체적 삶과 조화시키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는 거지요. 이것은 말보다 실천이 쉽지 않은 문제이니까요.
 
하지만 바이저가 초기낭만주의의 기획을 ‘급진적’이라고 설명할 때 그것은 그들의 정치적 입장이 특별히 급진적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정치적으로 더 급진적이었던 이들은 따로 있었죠. 초기낭만주의자들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깊은 관심과 더불어 공동체주의적 이상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은 그들로 하여금 정치적으로 온건한 개혁주의의 길을 따르도록 만듭니다. 바이저가 초기낭만주의 기획의 ‘급진성’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주요하게는 그 기획의 깊이와 범위에 관한 것입니다. 바이저에 따르면 그들의 기획은 세계와 인간에 대한 철학적 ․ 형이상학적인 깊은 이해, 그러니까 자연의 창조성과 인간의 자유에 대한 깊은 믿음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각각 스피노자와 피히테로부터 물려받은) 창조성과 자유에 대한 믿음이라는 철학적 ․ 형이상학적 뿌리로부터 초기낭만주의자들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영역들을 완전히 새롭게 재조직하려 했습니다. 창조성의 발현과 자유의 실현이라는 이상에 따라서 말이지요. 그들은 학문과 예술, 그리고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면서 모든 개개인을 자각적인 예술가로 변화시키려 했죠. 그들은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 한 것입니다. 수동적인 것에서 의식적으로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것으로 바꾸려 한 것이죠. 이러한 점에서 그들의 기획이 근본적이었고 급진적이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초기낭만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창조성과 자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고민하시는 많은 분들께 초기낭만주의자들의 역사적 선례가 긍정적으로든 혹은 부정적으로든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는 향후 어떤 연구 작업을 구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당분간은 (박사논문에서부터 다루어 온) 니체에 대한 연구의 한 단계를 마무리하는 작업을 해야겠지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새로운 번역과 논문집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철학자들과 달리 니체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나 자신만의 니체를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니체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고 쉽지 않다는 뜻이겠지요. 제가 지금까지 연구해 온 니체를 소개하고 공유하는 것으로 한 단계를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그 밖에 한나 아렌트에 대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저에게는 사실 연구가 매우 드라마틱한 지적 모험입니다. 기성의 지식을 재확인하는 것이든 아니면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것이든 연구는 불안하고 초조하면서도 기대를 품게 하는 긴 과정입니다. 그 끝에 어떤 결과를 갖게 될지 지금은 알지 못하고 그래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말해 두겠습니다.     
낭만주의의 명령, 세계를 낭만화하라 - 10점
프레더릭 바이저 지음, 김주휘 옮김/그린비

2011/03/16 09:00 2011/03/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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