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크족(Naerok)

내로크족 사람들은 손이나 다리가 불편한 사람,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 발달이 좀 늦은 사람 등 전혀 공통점도 없는 사람들을 일정한 손상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부른다. 그러나 눈이 손상되어 ‘안경’이라는 도구를 차고 다니는 사람들은 장애인이 아니지만, 귀가 손상되어 ‘보청기’라는 도구를 끼고 다니는 사람들은 장애인의 범주에 들어가는 등 그 기준에도 별로 일관성이 없는 듯하다. 더욱 희한한 것은 그러한 사람들의 몸에 내로크족이 즐겨 먹는 쇠고기나 돼지고기처럼 (1등급부터 6등급까지) 등급을 매긴다는 것이다. 자신의 자녀가 태어나 장애인이라는 판정을 받게 되는 부모들은 처음에는 높은 등급이 부여되면 충격을 받고 슬퍼하며 대성통곡을 하기도 하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조금이라도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애를 쓰는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이는 내로크족 내에서 장애라는 것이 결손, 비정상, 무능력이라는 의미가 각인되어 있는 부정적인 낙인이기는 하지만, 높은 등급을 받지 못하면 공동체가 제공하는 돌봄서비스나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위에 등장하는 내로크족은 다름 아닌 한국인입니다. ‘Korean’의 철자를 거꾸로 적은 것이지요. 이방인의 시각으로 한국사회의 장애현실을 본다면 이렇게 기록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우리가 아는 장애는 없다』의 후기에 있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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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현장에서 강제 연행을 당하며 전동휠체어를 빼앗길 때, 제 중증장애인 동료들은 "이 자식들아, 그건 내 몸의 일부야"라고 외칩니다.(『우리가 아는 장애는 없다』, 548쪽)

작년과 올해 장애계에서는 ‘장애등급심사제도’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조금 전 김도현 선생님과의 인터뷰에서도 잠깐 들을 수 있었는데요, 2007년부터 조용히 장애등급심사제도를 실시해 많은 장애인들의 등급이 떨어졌다고 합니다.(김도현 선생님의 인터뷰는 다음 주에 만나실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올해부터는 (다른 복지예산들은 실질적으로 동결 내지는 삭감하면서도)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예산을 투입하여 1~6급 전체 장애인에게 장애등급심사를 실시할 예정에 있습니다. 이러한 장애등급심사 결과 전체 장애인의 36.4%가 장애등급이 하락되었고, 상향된 경우는 0.4%에 지나지 않습니다. 1급에서 2급으로 등급이 하락된 장애인들은 하루아침에 활동보조서비스가 끊겨 버렸고, 3급 이하로 떨어진 장애인들은 몇 푼 안 되는 장애인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장애인콜택시도 이용할 수 없게 되었지요. -「옮긴이 후기」, 『우리가 아는 장애는 없다』, 543쪽

일단 장애인의 등급을 매기는 제도는 복지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넘어가더라도(그러나 계속 넘어갈 수만은 없는 문제죠!), 그들을 재심사해 등급을 조정하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어제의 몸과 오늘의 몸이 다르지 않은데, 갑작스런 등급 조정을 통해 어제는 되던 것(서비스의 이용)이 오늘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저에게는 무척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장애인의 등급을 무 자르듯이 나눠 서비스에 제한을 두고 있었던 것도 저는 오늘 처음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의 무지와 무관심이 부끄러웠고, 장애인등금심사 제도가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지요.

다음 주인 4월 20일은 장애차별철폐의 날입니다(정부에서는 '장애인의 날'이라고 공식적으로 지정하고 있지요). 유엔이 ‘세계장애인의 해’를 선포하고 12월 3일을 ‘세계장애인의 날’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장애인 당사자들의 힘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는 4월 20일로 장애인의 날을 지정했고, 매년 기념식을 개최하지만 장애인들은 여전히 동정과 시혜를 받는 입장에 머물러 있을 뿐입니다. 420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단에서는 1회성 행사로서 그치는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의 인간적인 권리 확보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1000인 선언단은 장애인의 억압을 철폐하는 모든 분들과 5월 1일 메이데이까지 함께하려고 합니다. 이번 4월 20일에는 장애인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제도’ 자체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그러한 ‘차별’을 없애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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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장애는 없다 - 10점
베네딕테 잉스타 & 수잔 레이놀스 휘테 엮음, 김도현 옮김/그린비
2011/04/15 09:00 2011/04/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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