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반대나 찬성이나

얼마 전에 치러진 대선이나 ‘뉴스에 나오는’ 정치 따위엔 아무런 관심이 없어서 지금 인터넷 포털 뉴스 정치면을 들끓게 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가 어떤 맥락을 가지고 논의되고 있는 것인지 잘 몰랐습니다. ‘여론’이 흐르고 있는 인터넷 페이지 어느 곳을 가 보아도 ‘대운하’이야기가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기에 무슨 말인지는 알아야겠다 싶어서 글들을 죽 훑어봤습니다. 찬성과 반대가 명확하게 갈리는데, 한쪽은 화물운송의 효율성과 고용창출에 따른 경제효과 증대를 들어 찬성하고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환경적으로 엄청난 재앙이 될지도 모르고 사실상 경제효과가 있을까 의심스럽다는 주장을 들어 반대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어느 쪽의 의견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왜 우리사회는 어느 문제를 만나던지 ‘경제적 효율성’을 중심으로 찬성과 반대를 가르는 걸까하는 의문 때문입니다. ‘대운하’와 관련된 논의들을 보면서 건설에 찬성하는 주장들을 보며 얼마나 더 ‘발전’해야 ‘발전’에 대한 욕망이 사그라들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건설에 반대하는 주장을 보며 경제적인 이득이 확실하면 건설해도 되는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가 볼 때 우리사회는 물자가 부족하고,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누어 쓰는’ 능력을 상실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대운하’를 둘러싼 찬성과 반대 양쪽의 의견 모두에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가진 재화의 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굶는 이유가 먹을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살빼기 위함이 대부분이고, 컵 씻는 것이 귀찮아서 물 한번 따라 마신 종이컵을 쉽게 버리는 사무실이 대단히 많은 이 사회가 얼마나 많은 부를 쌓아야 만족하려는 것인지, 저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뺄 살을 더 만들기 위해, 종이컵을 끊임없이 버리기 위해 더 많은 이득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대운하’와 관련된 기사들에서 우리 사회의 ‘풍요’에 대한 해석이 얼마나 ‘전도’되어 있는가를 읽었습니다.

‘부족’하다고 느낄 때, 부족해진다

“‘발전’은 ‘아직도 저발전이다’고 믿는 자의 마음속에서 가장 발전하며, ‘완성’은 ‘여전히 미완성이다’고 믿는 자의 마음속에서 최고로 완성되는 법이다.”
(『소수성의 정치학』-부커진R NO.1,「R을 쓴다」고병권)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풍요롭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의 부모님들은 피와 땀을 물질적인 풍요와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그 피와 땀 위에 서 있기 때문에 제가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일테구요. 그렇게 일군 풍요, 이제 좀 나눠쓸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위에 인용한 문장대로 아직도 저발전, 미완성이라고 믿는 순간 우리는 ‘부족’한 것들을 너무나 많이 보게 됩니다. 사실은 꼭 필요한 것들이 아님에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있으면 좋은 것’과 ‘부족한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종이컵 한번 쓰고 버리면 편합니다. 그런데 거기엔 온갖 비용이 따라올 것입니다. 멀쩡한 나무를 잘라야 하고, 쓰레기화된 멀쩡한 컵을 처리해야 하고, 종이컵을 만드는데 들어간 (가혹한 착취를 수반하는) 제3세계 노동자의 노동력까지 말입니다. 그냥 컵 씻어가며 쓰고, 좀 불편한 쪽이 더 이득이 아닐까요? ‘대운하’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어야 할 것은 이득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더 큰 이득이 필요한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대운하’건설에 바늘 한 장 들어갈 틈도 없이 반대합니다.

무서워할 필요없다

제가 평소 ‘뉴스에 나오는’ 정치 따위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그 ‘정치’가 스스로를 유지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늘 ‘공포’를 조장합니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지수를 들먹이거나, 온갖 경제지표들을 들이밀며 우리가 ‘위기’에 처해있음을 강조합니다. 그럼 우리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있었을까요? 20대 태반이 백수인데다가, 어쩌다 들어간 직장에선 온갖 스트레스에 빠져있고, 혹시라도 전세 값이 오를까봐 늘 불안해하는 그런 우리에게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없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불안의 정치가 주입하는 ‘공포’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경제적 이득으로 쏠려있는 초점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돈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 돈을 벌려면 직업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 규칙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패배자라는 것 이런 온갖 공포들을 몰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나눠 쓰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난한 사람들끼리 서로 부족한 것을 채우면서 살아간다면, 친구보다 많이 벌고자하는 욕심, 지금 자리에서 밀리면 죽는다는 불안감들을 떨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848년 『공산당 선언』에서 맑스와 엥겔스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저 말을 공유와 연대라는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다시 말해서 경쟁을 강요하는 질서에 반하여 있는 것을 나눠 쓰는 공유와 각자가 고립되어 불안에 파묻히는 것을 거부하는 연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생존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돈이 없으면 굶어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릴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그들의 규칙을 반대하는 우리의 규칙을 생산하자

‘대운하’를 둘러싼 논란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여기까지 와버렸습니다. ‘대운하’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어떤 경제적인 이득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면, 경제적 이득이 우선시 되는 규칙이 그 주장에 선행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그 규칙에 반대합니다. 그러한 규칙은 빈곤에 대한 공포를 만들고, 충분한 풍요를 결핍으로 전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만의 규칙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규칙이 어떤 규칙인지는 당장 생각하기 어렵지만, 그것을 하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 것 같습니다. 다름아닌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능력을 최고의 능력으로 칠 때, 타인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이 최고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상상력 말입니다. 두서없이 길어진 말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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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하는 자가 원하는 것은 세계 속의 이권이지, 새로운 세계가 아니다.”
(『세계를 뒤흔든 공산당 선언』데이비드 보일 저, 유강은 옮김)
“지금 한국 사회를 솔직한 눈으로 바라보자. ‘전체’를 위해 희생해야 할 ‘부분들’이 사실상 전체이고, ‘정상’에서 벗어난 ‘예외’가 정상을 이룬다.”
(소수성의 정치학』-부커진R NO.1,「R을 쓴다」고병권)

이명박이 경쟁력 저하로 우리를 위협할 때 그가 바라는 것은 자신의 이권이지 우리의 행복이 아닙니다. 한국의 부를 위해 비정규직을 강요받는 우리는 곧 우리 사회 전체와 다름없으며, ‘보통사람’은 없고 빚쟁이만 남은 우리가 ‘보통사람’인 것입니다.

- 웹기획팀 鄭君 (junggu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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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든 공산당 선언』- 세계를 뒤흔든 선언 1
데이비드 보일 지음, 유강은 옮김, 한글판 해제:고병권 | 갈래 : 인문, 사회과학

발행일 : 2005년 2월 28일 | ISBN : 978-89-7682-943-3
신국판 변형|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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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성의 정치학』- 부커진 R No.1
편집인:고병권, 편집위원:고미숙,신지영,이진경,정정훈,조원광,현민,황희선
도서출판 그린비 | 갈래 : 인문, 사회과학

발행일 : 2007년 4월 30일 | ISBN : 978-89-7682-980-1
46배판 변형|3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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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0 15:00 2008/01/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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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대운하에 대한 비난, 추한 서울경기인들이여 배아파 하지 말라!

    Tracked from 뒷골목인터넷세상 2008/01/10 23:27  삭제

    오늘 줄기차게 욕을 한번 먹어볼 작정으로 이글을 씁니다. 여러분, 도대체 양심에 털은 났습니까? 신문이나 블로그에서 모두들 대운하를 까대기위해 난리가 났군요. 경제적 실효가 없다느니 ..

  2. Subject: 경부 대운하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

    Tracked from 친절한곰탱이 2008/01/14 07:41  삭제

    지난 해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것이 "경부 대운하"였습니다. 다른 선거 공약은 이슈가 될만한 것은 없었고 단지 "경부 대운하"에 대한 찬반 논란이 심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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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mmortality 2008/01/10 23:17

    이제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덴 공감하지만,,

    당장 내가 하기 어려운 것 처럼,,

    말처럼 쉽지는 않을꺼 같네요,,,;

    • 그린비 2008/01/11 15:49

      그린비 블로그를 찾아주셔 감사합니다.
      당장 내가 하기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래서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2. 운하반대 2008/01/13 17:18

    대운하반대서명운동에 동참합시다!!!

    대운하반대시민연합
    http://www.gobada.co.kr/sig/sig.php

    모두 동참합시다!!!!

  3. 까마귀 2008/01/13 18:35

    뒷골목인터넷세상 뒷골목인생답게 노는구나 ㅉㅉㅉㅉ

    • 까마귀야 2008/01/13 22:52

      백로들 노는데서 설치지지말고 좀 꺼져

  4. 쉐아르 2008/01/23 00:54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이명박에 대한 찬선 반대 이전에 근간에 깔려있는 원칙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 동감합니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무한경쟁이 최고의 가치인양 사회전체가 그렇게 가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런 사회가 어디까지 갈지가 걱정도 되고 무섭기도 합니다.

    좋은 글에 ... 생각 짧은 댓글들이 참 아쉽네요 ㅡ.ㅡ

    • 그린비 2008/01/23 11:56

      경쟁보다는 협동이 훨씬 행복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행복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ㅎㅎ
      부족한 글,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