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으로부터의 메시지, 이러지 말자!

때는 1990년대의 어느 날, 아직은 작가가 아니었던 방위병 김연수는 그날도 부대로 출근해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과연 효용이 있었을는지는 의문이지만 그 부대의 화장실 안에는 ‘이 주의 금언’이란 것이 있었다고 합니다. 비닐을 붙인 합판에다가 매주 이런저런 금언을 붙였다는데, 방위병 k에게 ‘이 주의 금언’보다 훨씬 중요했던 것은 화장실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였다지요. 그런데 여느 때처럼 집게로 담배꽁초를 줍다가 언뜻 본 ‘이 주의 금언’은 하필 『논어』의 이 구절이었습니다.

즐거워하되 음란하지 말며 슬프되 상심에 이러지 말자
樂而不淫 哀而不傷

화장실 청소하다 말고, 방위병 k는 (짐작건대 실성지경으로) 웃기 시작합니다. 저도 서너 해 전에 이 글을 읽었을 때, 지하철에서 웃음을 참느라 아주 혼이 났습니다. 김 일병은 혼자였지만 저는 중인환시리의 지하철에 타고 있던 젊은 여자였으니까요(하...하마터면;;). 눈치 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아닌 분들을 위해 그 이유를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오줌이 묻은 양철 집게를 들고 서서 나는 웃었다. 한참 동안 웃었다. 웃음을 그치고 담배꽁초를 줍는데 다시 배시시 웃음이 터져났다. ‘이러지 말자’가 아니라 ‘이르지 말자’라고 해야 옳았기 때문이었다. 자꾸만 내 머릿속으로는 공자님이 이른 아침 왜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가야만 하는 부대 화장실에서 집게로 담배꽁초를 줍는 내 소매를 붙잡고, ‘김 일병, 이러지 말자. 우리 아무리 슬프되 상심에 이러지 말자’라고 애원하는 광경이 떠올랐다. 알겠습니다, 공자님. 잘 알겠습니다.”(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157쪽)

‘작가의 젊은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들을 모아 놓은 저 『청춘의 문장들』이라는 책에서 저는 겨우 저 한 문장을 건졌습니다. 오리지날도 아니고 짝퉁으로, 흑. 좌우간 당시에는 저도 “공자님, 알겠습니다. 이러지 말겠습니다”라고 다짐한 것도 같은데 한동안 잊고 있다 이번에 『고전 톡톡 : 고전, 톡(talk)하면 통(通)한다』(☞ 이 책이 궁금하시면 요기)이란 책을 편집하면서 다시 이 글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이제 저에게 고전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한때는 분명 눈물의 씨앗이었으나 지금은) “이러지 말자”고 톡(talk)하는 책이라고 말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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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믿지 않았지. 믿을 수 없었지~"
흑. 이 노래를 듣는데 왜 『고전 톡톡』이 떠올랐을까요. 『고전 톡톡』은 말하는 대로 '통'합니다!! 자, 용기를 갖고, "맘 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고전을 읽어 보아요!!^^

이러지 말기는 뭘 말이냐? 라고 물으시는 분들, 분명 계실 것입니다, 암요. 고것은 바로 살던 대로 사는 것입니다. 몸 아픈 데 생기면 하던 일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저절로 몸 낫기만을 기다리면서 자리보전하고 드러눕거나, 병든 몸을 한탄하면서 세월을 보내거나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 남북공동으루다가 강추하는 ‘민족의’ 고전 『임꺽정』입니다. 그럼 몸 말고 마음 아플 땐 하던 일 다 작파해도 되느냐, 이것 역시 ‘그러지 말자’라는 게 고전입니다. 자식이 아파서 죽어 가도, 혹은 애인과 헤어져서 괴로울 때에도 공부하고, 쉼 없이 몸을 움직이라는 것이 왕양명(『전습록』)과 허준(『동의보감』)의 가르침입니다. 청년가장으로 가족들에게 쪽쪽 빨리며 죽지 못해 사느니 그러지 말고 차라리 벌레라도, 다른 존재가 되라고 진심으로 충고해 주는 것(『변신』), 이것이 고전입니다.

그리하야 고전은 우리를 꼬드깁니다. 그렇게 말고, 요롷게도 살아 보라고, 그런 세상 말고 다른 세상도 있다고 말입니다. 축적이 아닌 나눔을 경쟁하는 사회(『증여론』)가 있고, 양쪽의 점수가 똑같아야 끝나는 승부(『야생의 사고』)가 있고, 머리가 없는 괴물이 사는 세계(『산해경』)가 있고, 곰이 사람 되고, 아이까지 낳는 괴력난신의 세계(『삼국유사』)가요.
 
그리고 여기, 우리를 고전의 꼬드김에 홀랑 넘어가게 할 한 권의 책, 『고전 톡톡』이 있습니다. 'talk'이 자신 없으면 ‘톡’ 하고 건드려라도 보셔요. 고것이 고전과 ‘通’하는 첫번째 방법이랍니다.

- 편집부 봉토어멈

☞ '말하는 대로'를 듣고 싶은 여러분들의 5초를 아껴드립니다! +_+
고전 톡톡 : 고전, 톡하면 통한다 - 10점
고미숙 외 지음, 채운.안명희 엮음/그린비
2011/07/13 09:00 2011/07/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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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책] 청춘의 문장들

    Tracked from true 2012/05/10 18:10  삭제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연수 작가의 수필. 청춘의 문장들.우습습니다. 서른 권도 더 펴낸 소설가이자 시인의 책 중에 처음 읽은 게 에세이라니. 웃었습니다. 한 작가의 추억을 담은 이 수필집엔 저를 소리 내어 웃게 하는 부분이 종종 보였거든요.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메모를 해 둡니다. 그중에 한 권을 읽게 되면, 다시 한두 권의 책이 도서 목록의 새로운 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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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그런지 2011/07/13 18:03

    유재석 노래부르는 모습을 보고 어쩐지 울컥했던 한 사람.
    저는 "이러지 말자"보다는 "이러지'는' 말자"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더 많이 하는 편입니다......하....

    • 그린비 2011/07/14 11:22

      저는 '될 수 있단 걸 믿지 않았지' 이 부분에서 찡~ 했습니다.
      사람마다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조금씩 다른 만큼, 그 부분을 넘어가는 방법도 다르겠지요? 자신을 직시하는 것, 그것이 시작이 될 거라 믿습니다. 저의 기운을 보내 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