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 혹은 이방인과 만나는 방식들

권용선

그러자 오뒷세우스는 돼지치기가 자기를 맞아 주는 것이 기뻐서 이렇게 말했다. “주인장! 그대가 나를 기꺼이 맞아 주시니 제우스와 다른 불사신들께서 그대의 간절한 소원을 이루어 주시기를!”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여, 그대는 그에게 이렇게 대답했도다. “나그네여! 그대보다 못한 사람이 온다 해도 나그네를 업신여기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요. 모든 나그네와 걸인은 제우스에게서 온다니까요. 우리 같은 사람들의 보시는 적지만 소중한 것이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천병희 옮김, 숲, 2009

20여 년에 걸친 오디세우스의 귀향 모험담을 이끌어 가는 숨은 키워드는 ‘환대’이다. ‘환대’라는 고대 그리스 특유의 생활양식이 없었다면, 음식점도 편의점도 여관도 휴게소도 변변히 없었던 기원전 800년 무렵의 ‘여행’은 목숨을 걸고 행하는 풍찬노숙의 연속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낯선 이방인 혹은 여행자들에게 베푸는 한 끼의 식사, 하룻밤의 잠자리, 그리고 친절한 길 안내는 오디세우스를 맞이하는 돼지치기의 말처럼 ‘제우스에 대한 공경심’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낯선 이에 대한 환대는 그들이 처해 있는 삶의 조건과 필요에 의한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환대는 ‘싸울 의사가 없음’을 표현하는 한 가지 방식이었다.

이동의 자유가 극히 제한적인 사람들에게만 허락되었던 시대, 뉴스를 전달하는 미디어가 희소했던 시대에 낯선 이방인이나 여행자에 대한 환대는 그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중요한 방식이었다. 집주인 혹은 방문지의 사람들은 낯선 이방인이나 여행자를 환대하고 환대를 받은 쪽은 자신이 알고 있는 외부의 소식을 전해 주거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줌으로써 그것에 보답하곤 했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의 모험담이 알키아노스 왕의 환대에 대한 답례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이나, 그의 복수가 자신의 집에서 구혼자들로부터 받은 냉대로부터 정당성을 찾고 있다는 점 등을 보더라도 ‘환대’가 얼마나 중요한 일상의 윤리였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근대는 여행자를 위한 공간(다양한 등급의 숙박시설과 휴게·편의시설)과 그 지역 정착민들의 일상적 삶의 공간을 분리시켰고, 근대 이전에는 결코 낯선 것이 아니었던 이방인과 여행자에 대한 ‘환대’를 낯선 것으로 바꾸어 버렸다. 이방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대가 불가능해진 시대, 낯선 존재에 대한 반가움이나 호감이 공포와 적대감으로 바뀐 시대, 우리와 다른 피부색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이방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공공연해진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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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TV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이 길을 물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실험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피부색이 어두울수록 불친절하거나 상대를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피부색에 대한 무의식적인 판단이 이주노동자들의 단속과 추방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 시대의 이방인 혹은 여행자는 누구일까? 우리 자신과는 다른 국적, 다른 피부색,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다른 시간과 문화적 경험을 개인의 역사로 신체 속에 저장한 채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난 사람들, 법의 보호 바깥에 있는 사람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 이방인과 여행자에 대한 환대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추방이 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기록된 고대 그리스인들의 환대의 윤리를 보며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으며 가장 비인간적인 법 집행인 단속추방의 현실을 떠올린다. 이주노조(MTU)에서 노동운동을 했던 샤킬과 마숨, 이주노동자방송(MWTV)에서 영상을 만들고 스탑크랙다운밴드에서 노래를 불렀던 미누에게 한국은 그들의 청춘 한 시절을 온전히 바친, 어쩌면 고향보다 더 소중한 장소였다. 하지만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20여 년 가까이 살아온 곳에서, 온갖 차별과 고된 노동이 기다리고 있던 그들의 일터로부터 단속추방되었고, 그들의 삶과 친구들로부터 강제로 떨어져 나와야만 했다.

우리 시대에 환대는 조건부로만 존재한다. 그 대상은 초대받은 자와 특정한 이익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다. 자본과 국가 권력이 환대를 허용하는 낯선 자는 자신이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로 이동해 그 지역의 관광 상품을 소비하고 구매하는 관광객, 즉 의사(擬似) 이방인, 의사 여행자로만 제한되는 것이다.

권용선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인하대학교 국문과에서 「1910년대 근대적 글쓰기의 형성과정」이라는 제목의 박사논문을 제출함으로써 긴 제도권 수업시절을 마감했다. 『이성은 신화다, 계몽의 변증법』, 『세계와 역사의 몽타주,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등을 지었다.

※ 『고전 톡톡』의 2부 '고전과 通하다!'에 수록된 글입니다. 다음 주에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한 박정수 선생님의 글이 연재됩니다.
오뒷세이아 - 10점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도서출판 숲
2011/07/26 09:00 2011/07/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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