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의 이름을 들으면 대개 『아Q정전』을 함께 떠올립니다. 제가 배웠던 교과서에서도 중국의 작가하면 루쉰, 루쉰하면 아Q가 거의 공식과도 같은 시험문제였죠. 그래서 이름은 익숙합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인물이어서 그런지 루쉰의 작품은 꽤 많이 번역된 편입니다. 많은 번역본 중 어떤 책을 선택해야할지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 글을 준비했습니다. 빠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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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나는 종종 남을 해부한다. 하지만 더 많은 경우 더 사정없이 나 자신을 해부한다. 조금만 발표해도 따뜻함을 몹시 좋아하는 인물들은 이내 냉혹함을 느껴 버리는데, 만약 내 피와 살을 전부 드러낸다면 그 말로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Q. 루쉰이 누구죠?
A. 흔히 중국 현대문학은 루쉰(魯迅, 1881~1936)에서 시작해서 루쉰으로 끝난다고 합니다. 중국 현대문학을 연 첫 작품(「광인일기」)을 루쉰이 창작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문체와 사상, 그가 관련한 굵직한 현대 사건이 지금도 여전히 문제적이기 때문이지요. 그 없이는 중국의 5·4운동을 논할 수 없고, 중국 현대혁명사와 문학사, 학술사, 심지어는 미술사까지도 논할 수 없으며, 최근의 저명 학자들(예컨대 첸리췬錢理群과 왕후이汪暉)은 그를 통해 오늘날의 중국을 사유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의 글 쓰는 정신이랄까, 마음가짐이랄까 하는 것은 바로 루쉰의 그것이에요. 글 쓰는 기법, 문장의 아름다움, 속에서 타는 분노를 억누르면서 때로는 정공법으로, 때로는 비유·은유·풍자·해학·익살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세련된 문장작법을 그에게서 많이 배웠지요.”
― 리영희

“루쉰은 중국 문화혁명의 우두머리 장수였다. 위대한 문학가였을 뿐만 아니라, 위대한 사상가였으며, 위대한 혁명가였다. 루쉰의 정신은 굽힐 줄 몰랐으며, 노예근성과 아첨하는 태도가 조금도 없었다. 이 점은 식민지 또는 반식민지 민중에게 가장 고귀하고 소중한 품성이다. 루쉰은 문화 전선에서 전체 민족을 대표하여 적진을 향해 돌진한, 가장 정확하고 가장 용감하며 가장 견결하고 가장 충직하고 가장 정열적인 절세의 민족 영웅이었다. 루쉰이 나아간 방향이 바로 중화민족이 새로운 문화를 세워 나갈 방향이다.”
― 마오쩌둥(모택동毛澤東)

“루쉰은 중국의 현대 작가 중에서 유일하게 ‘천재’라고 부를 수 있는 그러한 기이함과 보기 드문 품격을 지닌 사람이다. 중국에는 재능과 능력을 갖춘 작가들이 매우 많지만 루쉰은 유일한 천재 작가다. 작가로서, 붓을 든 투사로서 그는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재능을 뒷받침하는 것은 바로 그 끝을 알 수 없는 집요함이다.”
― 아그네스 스메들리(『프랑크푸르터 차이퉁』 중국특파원)

Q. 루쉰 전집이 출간된 적이 있나요?
A. 전집은 그린비에서 나오는 것이 국내 최초입니다. 예전에 나온 선집은 여강출판사와 일월서각의 두 종류가 있습니다. 선집은 루쉰의 서간문과 소설, 잡문 등을 선별하여 구성한 것입니다. 여강출판사의 <노신선집>은 4권까지 출간되었고, 일월서각의 <노신문집>은 일본의 루쉰 연구자인 다케우치 요시미(竹內好)가 엮은 내용을 번역한 것으로 현재는 구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그 외에는 『아Q정전』과 『광인일기』, 『들풀(야초)』, 『고사신편』, 『아침 꽃 저녁에 줍다』등이 루쉰 소설 전집으로 묶이거나 혹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을유문화사와 서울대학교출판부의 <루쉰 소설 전집>은 루쉰의 소설집인 『외침(납함)』, 『방황』『새로 쓴 옛날이야기(고사신편)』만을 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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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일월서각  (오른쪽) 여강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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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출판사에서 「아Q정전」을 출간하였다. 루쉰의 다양한 번역본을 함께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Q. 그린비에서 <루쉰전집>이 출간되었다고 하던데, 어떤 점이 다르죠?
A. 그린비에서 출간 중인 <루쉰전집>은 중국의 런민문학출판사(人民文學出版社)에서 펴낸 1981년본과 2005년본을 바탕으로 번역, 모두 20권으로 구성되었습니다(2005년본은 특히 기존에 소개되지 않은 일기와 편지글을 많이 추가했습니다). 루쉰의 글은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글 속에 담겨 있는 맥락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러한 부분을 고려하여 <루쉰전집>에는 국내외의 루쉰에 대한 연구성과와 주석을 참고하여, 옮긴이들이 새롭게 주석을 정리하였고, 그 내용도 무척 풍부합니다. 루쉰의 글에 대한 정본을 세우는 전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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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쉬광핑을 비롯한 종사자들의 노력에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나는 루쉰 작품 전부를 통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 다케우치 요시미, 『루쉰』, 35쪽

Q. 그럼 <루쉰전집>은 지금 몇 권이 나왔고 언제 다 나오는 건가요?
A. 현재 <루쉰전집>은 1권 『무덤, 열풍』, 2권 『외침, 방황』, 3권 『들풀, 아침 꽃 저녁에 줍다, 새로 쓴 옛날이야기』, 7권 『거짓자유서, 풍월이야기, 꽃테문학』까지 총 네 권이 출간되었습니다. 올해 말~내년 초 사이에 3권 정도 더 펴낼 예정이며, 해마다 꾸준히 펴내 2015년 완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루쉰의 각 문집을 가볍게 들고 다니시면서 볼 수 있도록 <루쉰문고>도 펴내고 있습니다. 각 문집뿐 아니라 엄선한 일기, 편지글 등을 편집할 예정이므로 편하게 루쉰을 만나고 싶으신 분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봅니다.(☞ 루쉰문고 소개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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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전집 3권 - 10점
루쉰 지음, 루쉰전집번역위원회 옮김/그린비
2011/08/10 09:00 2011/08/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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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순진한양 2011/08/10 10:15

    ㅎㅎ 하루 빨리 제 책장의 한줄이 '루쉰 전집'으로 가득 차릴 기다리고 있어요.
    앞으로 4년... 올림픽이 한 번 더 열려야겠죠? ㅋㅋ
    위에서 말씀하셨듯이 루쉰 전집을 읽다가 '이게 뭔 상황임?' 하면서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봤던 기억도 있네요.
    단순히 '문학 작품'을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루쉰의 글을 통해 역사도 함께 공부하고 사유의 폭도 넓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깐! 나머지도 빨리 출간해주세요!!!! ㅋㅋ

    • 그린비 2011/08/10 10:36

      네, 저도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루쉰의 잡문과 서간, 일기를 빨리 보고 싶습니다. +_+

      함께 읽으면 나눠서 자료 조사를 해도 되고, 이야기도 서로 나눌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습니다. 전집 완간을 기다리는 동안 책 모임에서 루쉰을 함께 읽어보시는 건 어떠신지요? 하하~!

    • 순진한양 2011/08/10 10:42

      아... 요렇게 하는 것이군요... ㅡㅡ;
      드뎌 컴맹 탈출? ㅋ

    • 그린비 2011/08/10 10:49

      탈출 축하(!)드립니다. ㅎㅎ

  2. 순진한양 2011/08/10 10:40

    오오~ 책 모임에서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대신 그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려면 엄청난(?) 공부를 해야겠죠?
    기대 반 두려움 반이네요... ㅋㅋ

    • 그린비 2011/08/10 10:53

      이야기 나누는 과정 자체가 공부가 되겠지욤? ^^
      저도 예전에 루쉰의 소설 『방황』을 읽어온 후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일까요, 같은 장면도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잡문의 경우에는 함께 읽은 후 "이 사건에는 이러한 문장을 써먹을 수 있겠다"고 한 문장씩을 뽑아오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 순진한양 2011/08/10 16:24

      넵! 조언 감사합니다.
      모임 때 꼭 건의해서 써먹을께요~ ㅋㅋ

    • 그린비 2011/08/10 17:37

      네~ 나중에 책 모임 후기(!) 같은 이야기도 듣고 싶네요.
      화이팅입니닷! ^^

  3. 미영 2011/10/24 07:35

    루쉰 전집을 검색하다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린비에서 출간된
    루쉰전집 1,2,3,7권과
    루쉰문고 1~7권 14~16권
    의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루쉰전집의 문고판이라는 뜻인가요??,,,

    • 그린비 2011/10/24 09:50

      미영님, 루쉰 문고본은 루쉰 전집을 분책한 것입니다.
      물론 두 버전의 차이는 가격과 두께의 차이 뿐 아니라 화보의 유무에도 차이가 있는데요, 루쉰 문고본에는 루쉰 전집 앞에 나오는 화보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들고 다니기에 편한 문고본, 여러 권이 합본되어서 읽기 편한 루쉰 전집 중 더 마음에 드는 것으로 구매하실 수 있도록 준비한 것으로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