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보내준 책을 보면서 ‘세상은 참 재미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읽는 그림책을 보내줬는데, 그 그림책에서 다루는 사람이 마르크스였으니 말입니다. 어린이들에게 마르크스를 소개하려고 그림책을 만들다니… 도대체 어떤 저자인지 궁금해서 살펴봤더니 독일 사람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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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마르크스를 두 가지 방식으로 받아들입니다. ‘낡아서 폐기처분해버린 사상가’‘아직도 급진적 변혁의 원천을 제공하는 사상가’, 지극히 상반되는 두 모습의 마르크스는 현재 한국 현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작년 모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개최하려던 강연회를 학교 측에서 강제로 막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때 학교 교직원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직도 마르크스를 읽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그림책까지 만들어 아이들에게 마르크스를 읽히고 있더군요.

『마르크스가 꿈꾼 더 나은 세상이야기』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설명하는 방식의 고리타분한 형태를 띠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주인공인 마리아가 과거로 시간여행을 해 마르크스를 만나고 돌아온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간단하고 45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에 대해 기초적인 내용을 잘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이 어린 독자에게 무엇을 이야기해주려는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책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마르크스가 꿈꾼 더 나은 세상’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이 책의 장점은 마르크스의 문제의식을 어린이들의 눈높이로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3세계 노동력의 착취 문제를 어렵지 않게 아이들에게 인식시켜 주고 있으며, 마르크스가 꿈꾼 세상은 어린이 노동력의 착취도 없고 모든 사람들이 잘 사는 '더 나은 세상'이었다는 것을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현실 사회주의가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현실 사회주의의 실험 덕분에 지금 그나마 더 나은 세상이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적어도 마르크스가 살던 시대에 비해, 노동시간은 줄어들었고, 굶는 사람들은 줄어들었으며(유럽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린이 노동도 거의 사라졌다(물론 선진국 이야기이죠)고 말하면서, 그림책의 저자는 이러한 변화가 마르크스 덕분이었다고 이야기 해줍니다. 그리고 그림책은 아직도 제3세계 노동력의 착취가 문제가 되고 있음을 말해주면서 끝을 맺습니다.

『마르크스가 꿈꾼 더 나은 세상이야기』는 참 좋은 어린이용 마르크스 입문서(?)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책을 만들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할 때는 아직 힘들 것 같습니다. 독일에서 이런 책이 나와 아이들에게 읽힐 수 있는 것은 사회의 두께가 한국보다 뚜껍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생각들이 존중받고 허용될 수 있는 것을 사회의 두께라고 한다면 한국은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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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아이들에게 마르크스를 읽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마르크스가 생각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고민’이 어느 정도 사회의 상식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저는 모든 사람들이 좌파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회에서 통하는 상식의 범주가 좀더 왼쪽으로 가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통하는 상식의 잣대는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쳐져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 한반도 대운하 문제, 재벌 문제 등, 최근 현안들을 다루는 사람들의 판단 잣대는 발전주의의 함정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나 잠깐 멈춰 생각한다면, 발전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아주 단순화 시켜서 이야기하자면, 마르크스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자본주의 발전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들, 그들을 어떻게 하면 다시 역사의 주체로 세울 수 있을까?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마르크스는 아직도 필요합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마르크스를 읽어야 한다면 바로 소외된 사람들을 역사의 주체로 세우려고 한 마르크스의 문제의식을 알아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적어도 마르크스의 문제의식 정도는 어느 정도 상식으로 통할 수 있는 사회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 편집부 진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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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1 11:10 2008/01/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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