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통해 유입된 근대 러시아 문학과 예술은, 우리에게 ‘러시아’라면 무엇보다도 우선 ‘문화강국’의 이미지를 심어 놓는 데 성공했다.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집을 사다 놓는다든지, 클래식 감상을 위해 차이코프스키나 라흐마니노프 등을 선택하는 것은 근대 한국의 문화사에 낯선 풍경이 아니다. …… 그러나 우리를 이토록 매혹시키는 ‘러시아 문화’가 실상 100년 전의 과거 혹은 서구의 시선과 감수성을 투과해 전해진 형태라는 데 주목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지 않다. …… 더구나 지금 우리가 접하는 러시아 현대 문화는 실제 전통의 일부라기보다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 이후 상업적으로 다듬어진 상품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한국에서 러시아 문화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아직 절반의 얼굴밖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최진석,「옮긴이 서문」, 『러시아 문화사 강의』, 5쪽

얼마 전 종영한 TV 프로그램 중 개그콘서트의 ‘발레리NO' 코너를 보신 적이 있나요? 저는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볼 때마다 으하하 웃음을 터뜨리곤 했지요. 실제로 발레 공연을 본 적은 없지만 만화로 발레를 접하곤 했습니다. 만화 속 여주인공들이 프리마돈나가 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며(물론 천재성을 타고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요)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32회전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발레 좀 하는 친구들은 모두 러시아로 유학을 가곤했지요. 그래서 저에게 러시아는 왠지 ‘발레의 나라’ 같았습니다.(현실에서도 러시아 발레학교가 유명하지 않습니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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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서점에 나가 보거나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러시아에 관한 상투적이면서 착종적인, 모순된 인식을 금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문학도 빼놓을 수 없지요. 『안나 카레리나』, 『전쟁과 평화』,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등 익숙하지만 읽기 쉽지 않은 작품들도 함께 떠오릅니다. 예전에 그 책들을 읽을 때에는 책이 무척 지루했고, 어렵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러시아의 문화나 역사에 무지했기 때문에 작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일단 읽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겠지요.

어떤 문화를 체험하고 알기 위해서 가장 쉬운(?) 방법은 책으로 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직접 가서 몇 년 이상 살아보면 더욱 좋겠지만 그런 기회는 흔치 않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영화, 책, 미술작품, 연극 등을 통해 드문드문 알고 있던 러시아 문화사를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책이 나와 무척 반갑습니다. 언어와 종교, 문학, 미술, 음악, 연극, 영화와 이데올로기 구조 등을 시대 순으로 정리한 연표만 읽어도 대략적인 흐름을 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책을 펼친 분야는 문학, 그 다음은 미술이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이름을 보니 반갑더라구요.^^ 올해에는 꼭 그의 작품을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답니다.

서구 내 러시아 문학에 대한 이해와 수용에 있어 도스토예프스키보다 더 중요한 작가는 없다. 서구에서 그토록 사랑을 받은 러시아 문학에 대한 수많은 클리셰(예를 들어 ‘러시아의 혼’)와 우리가 ‘러시아의 패러독스’와 연결시키는 많은 인물과 상황들(지하생활자, 라스콜리코프, 소냐 마르멜라도바, 미슈킨, 나스타샤 필리포브나, 스타브로긴, 대심문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본질적으로, 확실히 ‘도스토예프스키적인 것’이다.
─데이비드 베데아 씀, 박선영 옮김, 「8장· 문학」, 『러시아 문화사 강의』, 2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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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딘스키의 추상을 향한 움직임은 여러 상황에 자극을 받았을지라도, 러시아의 세기말 미학적·철학적 문화 양식에 가장 큰 빚을 지고 있다. 칸딘스키가 정신적인 것을 선호하여 물질주의를 거부한 것은 「즉흥」들과 「구성」들, 그의 많은 에세이들, 특히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 관하여』(1911)의 주요 동기를 구성하고 있다.
─존 볼트 씀, 박선영 옮김, 「9장· 미술」, 『러시아 문화사 강의』, 343쪽

저는 요즘 루쉰에 관련된 책을 읽고 있는데, 루쉰이 러시아 문학작품을 좋아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해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이 얘기를 들으니 소설이나 미술작품이 하나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나 문화가 다른 세계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지요. 영향을 받은 작품은 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이런 생각이 들 때 왠지 신이 납니다. 좋아하는 작가가 어떤 작품에 영향을 받았는지, 그 길을 함께 따라갈 수 있는 지도가 생긴 것 같거든요.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작가들과 화가들, 그리고 작품들에 무수한 가지를 따라가는 것도 흥미진진한 여정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이 책이 다른 세계와 연결되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러시아 연구의 최고 권위자들이 쓴 문화사 입문서
러시아적 삶과 러시아 예술의 근원과 역사를 밝힌다!!

러시아의 삶과 문화, 정치와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 기획된 그린비 ‘슬라비카 총서’의 첫번째 권. 러시아의 문학, 미술, 음악, 연극, 영화의 역사는 물론이고 그 근저에서 이러한 역사를 추동해 온 언어와 종교, 이데올로기의 역사까지 폭넓게 아우름으로써 러시아 문화의 총체적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러시아적 삶’과 ‘러시아 예술’에 관한 풍부한 지식들을 접하는 한편으로, 문화와 문화사를 바라보는 태도와 방법론에 대해서도 고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출판부의 권위 있는 입문서 시리즈 중 한 권인 The Cambridge Companion to Modern Russian Culture를 완역했다.
러시아 문화사 강의 - 10점
니콜라스 르제프스키 엮음, 최진석 외 옮김/그린비
2011/09/05 09:00 2011/09/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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