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가면 역사 코너가 마련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사에 관련된 책도 많이 나오는 편이지요. 한국사, 일본사, 중국사, 미국사, 유럽사 등등. 그런데 책이 많은 만큼,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가 역사에서는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역사를 ‘진보’의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어떤 역사는 진보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역사는 야만이 됩니다. 저는 이러한 ‘관점’에 포인트를 두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사건이라 하더라도 관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역사로 기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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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했고, 이후 유럽인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지금의 미국이 되었다는 역사적 사건은 누구의 입장에서 쓰인 것일까요? 당연히 그 땅을 침략하고 점거한 지금의 미국인들의 입장이지요. 아메리카 대륙은 예전부터 존재했고, 원주민들은 계속 살고 있었으니까요. 원주민의 입장에서는 콜럼버스의 발견이 오히려 대재앙에 가까웠을 겁니다. 오스트레일리아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러나 우리는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을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긍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을까요? 저는 역사책을 읽을 때 이러한 ‘시선’을 감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세기라는 관념은 서구적·기독교적 개념이다. 세계의 대다수 사람에게 1900년 1월 1일은 새로운 세기의 시작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에게 1월 1일은 심지어 그들의 달력에서 새해의 시작을 뜻하는 것도 아니었다. 중국에서 달력은 여전히 황제의 연호에 기초해 있었으며, 이런 방식은 과거에도 최소한 2,000년 동안이나 지속된 것이었다. …… 그러나 20세기를 중요한 역사적 시기로 보는 관념은, 비단 1900년이 아니라 20세기를 통틀어 서유럽과 북미 국가들이 세계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점으로 정당화되었다.
- 클라이브 폰팅, 『진보와 야만』, 24~25쪽, 돌베개

산업혁명 이후,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급속도로 팽창하며 엄청나게 불평등한 세계가 만들어집니다. 한줌의 국가가 세계의 경제를 지배하면서 거의 모든 이익을 거두어들이고, 나머지 경제와 사회들을 의존적이고 종속적인 지위에 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지배적 국가들은 상당 부분의 국가를 식민지로 직접 지배했습니다. 특히 아시아는 식민지가 아닌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침략과 전쟁이 발생했습니다. 언젠가 위성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불빛으로 인해 환한 북반구와 어두운 남반구, 이 사진이 이러한 ‘빛과 어둠’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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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의 분포를 보고 '불평등'을 떠올릴 수도, '진보'나 '계몽'을 떠올릴 수도 있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면 이런 현상을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제 남반구도 환하게 밝혀 가면 되겠군’하고 생각할 테고, 또 어떤 사람들은 ‘북반구가 편안한 삶을 사는 것은 남반구 사람들의 피와 땀이 있기 때문이구나’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생각이 옳다, 그르다로 딱 잘라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는 후자를 생각하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제껏 교과서나 역사책에서 말하지 않았던 이른바 ‘진보와 문명’이 어떻게 사람들을 희생시켰는지, 무수한 폭력 아래 감추어진 이권다툼들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드러나고 이야기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군사독재의 배후에는 미국 CIA의 원조가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는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31년 동안 독재를 했는데 이 당시 미국에서 무기를 지원받았습니다. 미국은 그 대가로 인도네시아의 자원에 대한 이득을 챙겼지요. 내전과 전쟁을 한꺼풀만 벗겨 보면 특정한 목적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부분은 전혀 알지 못한 채 드러나는 사건들만 보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사건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고,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질문하는 것! 아마 이런 방식으로 역사책을 읽으면 탐정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탐정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 볼 때, 더욱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 역사를 공부하면 좋은 점 >

① 신문을 잘 읽을 수 있게 된다    
부분적으로 나뉘어있던 사건들이 큰 흐름으로 꿰어지면, 어떤 맥락에서 이야기되고 있는지 보다 잘 알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흐름을 읽으면서 통찰력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 (정말 탐나네요 ㅎㅎ)

② 시사·정치 이야기를 사람들과 잘 할 수 있게 된다
시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할 말이 없었던 분들에게 솔깃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역사를 많이 알면, 할 이야기가 많아집니다. 예를 들어 박정희의 쿠데타와 수하르토의 쿠데타가 어떤 점이 유사한지, 그 둘의 정책은 어떠했는지, 그들의 삶은 어떻게 달랐는지를 얘기를 할 수 있고 현재의 정치 상황까지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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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야만 - 10점
클라이브 폰팅 지음, 김현구 옮김/돌베개
2011/09/08 09:00 2011/09/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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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순진한양 2011/09/08 13:28

    개인적으로는 학교에서의 교육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로 '역사적 사관'의 다양성을 설명을 하고 있지만
    (최소한 제가 배웠던 국사는) 지극히 한국적이고 편협한 역사를 배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어쩌면 맹목적인 일본에 대한 미움 같은 것들이 잔재해 있나봅니다.
    '아젠다 세팅'이라는 것이 정치판에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 그린비 2011/09/08 13:54

      저도 국사 선생님은 좋았지만, 국사는 조금 답답했습니다.
      조선시대 이후에는 거의 당파 싸움만 해온 것 같았거든요. 또 유학(성리학)이 너무 고루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중에 다른 이야기를 듣고 조선시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고려시대까지는 불교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신 중심의 세계였고, 조선시대의 유학은 인간 중심의 세계로 재편한 '르네상스 시기'와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적이 있거든요.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