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역사』편집후기 
“불쌍한 멕시코야, 미국과 너무 가까이 있구나”!


시우다드 후아레스. 미국의 엘 패소와 리오그란데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이 국경도시는 오늘날 범죄도시로 악명이 높다. 콜롬비아에서 주로 생산된 마약을 최대 소비처인 미국으로 반입하기 위한 중개지로서, 갱단들이 군대나 경찰을 압도할 정도의 무장력을 갖추고 무차별적인 폭력과 살해를 일삼고 있다고 한다. 멕시코 정부가 선언한 ‘마약과의 전쟁’ 이후 갱단들의 범죄는 오히려 기승을 부리는데, 군인이나 경찰들, 심지어는 ‘마약과의 전쟁’을 이끄는 고위 관료들이나 그들에게 비판적인 기자들까지도 위협하고 잔인하게 살해하는 등, 이미 정부가 손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게다가 1993년부터 현재까지 수백 명의 여성들이 살해당하고 있는 연쇄적인 살인 또한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 대부분 ‘마킬라도라’(미국-멕시코 자유무역지역, NAFTA 이후 면세에 가까운 세금과 멕시코의 저임금을 이용하기 위한 다국적 기업의 공장들이 많이 설립되어 있다)의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로, 밤늦게나 새벽에 귀가를 하다가 살해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다국적기업들은 안전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멕시코의 역사』 작업을 하면서 자료를 찾기 위해 검색을 하다 보면, 멕시코의 ‘어려운’ 현재에 대한 기사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치안 부재와 경기 침체, 극심한 빈부격차에 관한 기사들. 이중에서도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참혹하게 살해된 시체들, 보복을 두려워하는 경찰과 군인들, 성폭행 당하고 살해당한 여성들, 그리고 그들을 기리기 위한 분홍색 십자가들……. 이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은, 도시의 이름과 함께 어떤 아이러니를 보여 준다. 가난한 인디오 가정에서 태어나 대통령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1862년 멕시코 시를 점령하고 막시밀리아노를 황제로 세운 프랑스에 맞서 승리를 이끌어 낸 인물, 뛰어난 정치력으로 멕시코의 격동기 정치가로서는 드물게 대통령 의자에 앉아 ‘평화롭게’ 숨을 거둔 인물, 베니토 후아레스. 그런 인물을 기리는 도시가 세계적인 범죄도시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는 이 아이러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희생된 여성들을 추모하는 분홍 십자가

하긴, 에르난 코르테스에 의해 멕시코-테노치티틀란(아즈텍 문명의 중심)이 무너진 이후, 멕시코 역사에서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시기가 한 순간이라도 있었을까? 본국의 지속적인 착취 압력 하에 있어야 했던 식민시기를 차치하더라도, 멕시코의 근현대사는 항상 ‘황폐해진 경제 기반’, ‘정치적 불안정’, ‘외세의 압력’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이러한 멕시코의 불행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이 아닐 수 없다. 1876년부터 35년간 통치한 독재자 포르피리아 디아스가 “불쌍한 멕시코야, 너는 하느님으로부터는 참 멀리도 떨어져 있고, 미국과는 너무 가깝게 있구나”라고 한탄했듯이, 1836년 텍사스의 독립에서부터 시작된 미국과 멕시코의 ‘악연’은 21세기가 된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듯 보인다. 텍사스 독립 이후, 영토의 거의 절반을 미국에 넘겨야 했던 뼈아픈 역사, 초강대국으로 성장한 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어야 했던 20세기를 거쳐, NAFTA 이후 극심한 경제적·사회적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미국이라는 ‘악재’는 멕시코를 점점 더 어려운 상황 속으로 몰아넣어 왔다.

시우다드 후아레스의 현 상황에는 마치 이 역사적 ‘악재’들이 집약되어 있는 듯 보인다. 리오데그란데 강을 국경으로 확정한 것, 그래서 시우다드 후아레스를 국경도시로 만든 것이 1848년의 과달루페-이달고 조약이었고, 시우다드 후아레스에 마킬라도라가 생겨난 것은 NAFTA 때문이었다. 마약 갱단이 흥성한 것은 1차적으로 미국의 마약 수요 때문일 것이다. 결국 미국의 풍요와 쾌락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 도시는 지옥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 편집부 박순기
멕시코의 역사 - 10점
멕시코대학원 엮음, 김창민 옮김/그린비
2011/12/28 09:00 2011/12/28 09:00
RSS를 구독하시면 더욱 편하게 그린비의 글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 ]

trackback url :: http://greenbee.co.kr/blog/trackback/1641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wonder 2011/12/30 09:29

    어떻게 든 뭐에든 만만한 미국을 물고 늘어지면 뭔가 좀 더 의식있어 보이는 줄 아는
    설익은 반미 지성인(자칭)들....안타깝...

    • 그린비 2012/01/01 22:33

      wonder님 안녕하세요.
      공공의 적(!)을 욕하는 것은 비교적 쉽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인것도 같습니다. 그런데(그렇기 때문에?) 저는 요즘 남탓(사회 때문, 혹은 제도 때문)을 하지 않는 방법이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