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푸코가 있다

고미숙(감이당 연구원)

'투사이며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 ─ 프랑스의 한 언론은 푸코를 이렇게 제시한 바 있다. 얼굴 표정만으로도 수많은 이미지를 발산하는 철학자에 대한 설명치고는 너무나 간결한 요약인 셈이다. 하지만 거꾸로, 상당히 먼 거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두 지시어 사이에 징검다리들을 놓을 수만 있다면, 이 요약만큼 푸코를 잘 말해주는 것도 없을 듯싶다. 정말로(?) 그는 68년 5월 혁명 이후부터 84년 사망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거리에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절은 그가 프랑스 최고의 명문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교육자로나 학자로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시점이기도 했다.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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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푸코의 모습, 푸코의 오른쪽에 사르트르의 모습이 보인다.

기자 출신의 저자 에리봉의 이 전기는 그에 대한 멋진 보고서다. 그는 치밀한 자료를 바탕으로 데모꾼과 천재 철학자 사이를 날렵하게 오가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푸코의 역동성과 강렬함에 매혹되도록 이끈다. 특히 『말과 사물』이라는 초유의 히트작을 낸 뒤, 맑시즘을 둘러싸고 당대 철학계의 거장 사르트르와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장면, 또 이후 이 '백전노장'과 모든 종류의 반파시즘 투쟁을 함께 하는 장면은 가슴벅차게 감동적이다.

'저기 푸코가 있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그는 모든 종류의 투쟁에 참여했다. 스페인, 브라질, 폴란드, 이란 등 국경을 무시로 넘나들었고, 감옥정보그룹, 이민자운동, 사형제도 폐지 등 근대권력의 폭력성에 맞서 온몸으로 싸웠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감시와 처벌』, 『성의 역사』와 같은 저서, 그리고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했던 명강의가 바로 이 투쟁의 기록이기도 했던바, 그는 몇백 년 전의 역사자료와 임박한 현실문제를 '대각선으로' 잇는 천재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특히 환기해야 할 사항은 그 천재성이 '밴드'를 조직하는 능력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학생들과 세미나를 조직하는 푸코, 뒤메질·알튀세르·장 주네·들뢰즈 등과 열렬하게 교유하고 토론하는 푸코. 바리케이드 위에서 이질적인 존재들과 연대하는 푸코. 말하자면, 푸코가 지닌 '천의 얼굴'은 20세기 후반 유럽 지성계의 '별들의 전쟁', 바로 그것이었다.

그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를 만끽하노라면, 그가 동성애자이며, 에이즈에 걸려 『광기의 역사』에서 상세하게 분석했던 그 병원에서 죽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조차 그저 사소한 에피소드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푸코는 늘 전투의 먼지나 술렁임을 환기하고 있습니다. 사유 자체가 그에게는 하나의 전쟁 기계인 것처럼 보입니다.

─1986년 클레르 파르네와의 대담에서 들뢰즈가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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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이렌느 혹은 금지된 책> _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예술이 더 이상 개인들 혹은 인생과 관계를 맺지 않고 오로지 사물과만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인생은 모두 하나의 예술작품이 아닐까?"
─디디에 에리봉 지음, 『미셸 푸코, 1926~1984』,
박정자 옮김, 633쪽

※ 이 글은 『book+ing 책과 만나다』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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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푸코, 1926~1984 - 10점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그린비
book+ing 책과 만나다 - 10점
수유연구실+연구공간 '너머' 지음/그린비

2012/02/07 09:00 2012/02/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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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nother 2012/02/07 10:30

    아, 좋습니다....^^

    • 그린비 2012/02/07 10:48

      푸코의 삶이 더더욱 궁금해지는 글이지요~ 하하하하;;; ^^

  2. 홍위묘 2012/02/08 03:11

    여담이지만 제가 leopord와 "먀오포덕" 그리고 "홍위묘"로 자꾸 아이디를 바꿔서 그린비 웹담당님께서 헷갈리실 것 같군요^^;

    자꾸 이렇게 맛난 떡밥이 던져지는 걸 보면 (응?) 책이 잘 나갈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듭니다ㅎㅎ;

    • 그린비 2012/02/08 10:40

      앗! 하하하하하;; 동일인이셨군요. 앞으로 기억해두겠습니다. (응? ㅎㅎ;)
      좋은 예감을 전해주셔서~ 저도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될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