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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이후의 정치와 철학' 심포지엄 폐회사

심세광

『광기의 역사』 이전의 푸코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3대에 걸친 의사 집안이라는 부르주아 환경에서 1926년에 태어난 푸코는 고등사범학교(École Normale Supérieure)에 입학하고 철학교사자격시험(agrégation)에 합격하는 등 총명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푸코의 학창 시절은 우울한 에피소드와 실존의 고뇌로 점철된 시기이기도 했다. 청년기 푸코의 삶은 역사에 대한 강력한 호기심과 철학에 대한 열정으로 특징지을 수 있을 것이다. 푸코는 당대의 인간과학들을 잘 알고 있었다. 그중 특히 심리학에 정통했고, 심리학에 문제를 제기하고 한때 가르치기도 했으며 줄곧 비판하게 된다. 청년기 푸코는 역사․철학․문학에 심취하게 된다. 푸코는 프랑스의 헤겔 전문가 장 이폴리트(Jean Hyppolite), 인도-유럽 신화학의 대가 조르주 뒤메질(Georges Dumézil), 생명과학 철학의 대가 조르주 캉길렘(Georges Canguilhem)과 같은 위대한 스승들과도 만나게 된다.

지식인은 도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는 것일까? 푸코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을 것이다. 누구도 들으려 하지 않고 누구도 들을 수 없는 목소리들을 부상시키는 것이라고. 그래서 만인이 망각하고 싶어 하는 그 목소리들의 실존을 부각시키는 것이라고 말이다. 권력과 제도가 질식시키고 컨센서스와 진부한 사유가 익사시킨 목소리, 주변부의 목소리, 저항의 목소리 말이다. 왜냐하면 항시 동일자들이 말하고 있고 우리가 듣는 것은 항시 동일한 것들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푸코에게는 아주 이상한 계획이 있었다. 사료들로부터 미미하지만 일탈적이고 반항적이며 거칠게 살다 간 사람들의 삶의 흔적들을 발굴해 내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자신의 성(性)을 강압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에르퀼랭 바르뱅(Herculine Barbin)의 이야기, 초창기 정신의학의 골칫거리가 되었던 피에르 리비에르(Pierre Rivière)의 이야기 그리고 왕의 봉인영장에 등장하는 ‘무질서한’ 삶을 살았던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항시 이들의 이야기들은 그들이 권력, 경찰, 사법, 의학의 명령과 대립할 때의 충격의 소리를 통해 우리에게 울려 퍼진다. 바로 이런 충격을 통해서만, 이 불명예스러운 자들이 말하는 바는 사회가 그들에게 강제하려는 이분법적 분할―남자냐 여자냐? 착란적이냐 제정신이냐? ― 을 벗어나 현란한 실존의 광휘 속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너는 누구냐?”라는 물음은 기독교적인 문제이다. “너는 네 삶을 무엇으로 만들어야 하느냐?”라는 물음은 그리스의 문제이다. 자기 자신의 삶을 어떤 것으로 변화시키기, 자신의 삶에 아름다움과 규칙성을 부여하기, 자신의 품행에 질서를 부여하기, 자신의 행위와 말을 조화시키기, 식별할 수 있는 찬탄할 만한 형식을 부여해야 하는 원료로서 삶을 간주하기, 요컨대 자기가 자기에 가하는 작업(travail de soi sur soi)이라는 그리스적 문제이다. 이와 같은 자기 구축과 발명은 영적인 수련과 주체화의 실천의 원동력이다. 푸코는 이와 같은 자기 구축과 발명 행위를 그리스 윤리의 핵심이라고 단언하며 이것을 기독교의 자기 기술(고해, 자기 욕망의 해부와 해석)과 대립시킨다. 왜냐하면 자기와 자기 자신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는 인식해야 할 비밀과의 거리가 아니라 구축해야 할 작품과의 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존의 미학을 통해 자신을 구축하는 주체는 정치적 행동의 주체이기 때문에 푸코의 실존의 미학을 나르시시즘에 대한 은밀한 예찬이나 개인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푸코는 역사 연구를 혁명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는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지반을 동요시키려고 했다. 사유를 통해 푸코는 우리의 현재에 대해 부단히 문제제기를 하였고 그 균열 지점들을 탐색하였고 또 침묵 지점들의 지도를 제작하려고 시도했다. 『광기의 역사』에서 『성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업은 특이한 하나의 작품, 요컨대 철학․역사․문학 간의 선을 작도해 내고 있다.

의학은 과학 이전에 신체를 향한 시선이자 권력이다. 1963년 『임상의학의 탄생』에서 푸코는 근대의 임상의학을 시선과 말이 죽음의 빛 속에서 역사적으로 만난 사건으로 이해한다. 1970년대 푸코는 의학을 개인의 신체적 삶의 통제, 생물학적 종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통제와 같은 생명관리정치와 연관시켜 분석한다. 근대 병원의 조직을 통해 규율권력의 실험이 가능해졌다. 푸코는 의학을 규범을 보급하는 주된 심급으로 간주한다. 고통을 치료하고 완화하는 것이 병원의 본질적 기능이 아니다. 병원의 주된 기능은 인민을 항시 더 정상화하는 것, 인민을 정상성으로부터 소외된 자로 만드는 것이다. 의학은 질병과 싸우는 것과는 다른 일을 실제로 수행한다. 의학은 건강과 생명의 규범을 제안하고 부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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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에게는 ‘참을 수 없음’이라는 모랄만이 존재한다. 푸코는 고상하고 근엄한 단언과 행복한 미래의 약속과 같은 고전적 지식인의 태도보다는 현재 상황에 대한 비판과 구체적 투쟁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구체적이고 국한된 지식을 구축하는 것을 선호했다. 대대적인 해방을 약속하기보다는 수용할 수 없는 것을 비판하는 쪽을 선택하였고 예언하기보다는 분노하는 쪽을 선택했다. 수감자들에게 발언권을 확보해 주기 위해 그들 편에 서는 것, 사르트르와 함께 인종차별주의에 맞서는 것, 시몬 시뇨레(Simone Signoret), 이브 몽탕(Yves Montand)과 함께 프랑코의 독재를 고발하는 것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정치적 참여는 어떤 개인이 가혹 행위나 고문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반드시 거기에 맞서 봉기하는 그러한 윤리를 보여 준다.

남용적 권력에 반대해 어떤 개인이 봉기하고, 상부 당국에 반대해 저항할 때는 항시 그 개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 윤리에 입각해 그는 튀니지 사태에, 스페인 독재에, 폴란드 사태에, 이란 혁명에 정치적으로 참여했던 것이다. 그것이 군사적인 것이 되었건 역사적인 것이 되었건 정치적인 것이 되었건 간에 그 어떤 상위의 논리도 이러한 윤리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런 상위의 논리는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 필연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 심세광
  
※ 이 글은 2월 23일(목) '푸코 이후의 정치와 철학' 심포지엄의 기획자 중 한 분이신 심세광 선생님의 폐회사입니다. 많은 분께서 다시 읽고 싶다는 요청을 하셔서, 심세광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 그린비 블로그에 포스팅합니다. (담당 편집자였던 섭씨의 후기도 준비 중입니다. ㅎㅎ)

푸코 심포지엄에서 (저희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500여 분과 만났습니다. 이틀 동안 함께 푸코를 읽고, 푸코에 관해 이야기했던 기억이 오랫동안 남아 있을 듯합니다. 오셨던 한 분, 한 분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 또 이번 심포지엄을 기획해 주신 서동진 선생님과 심세광 선생님, 진태원 선생님께, 그리고 너무나 멋진 발표문으로 푸코와의 깊이 있는 만남을 주선해 주신 고원 선생님, 심재원 선생님, 임동근 선생님, 허경 선생님, 홍태영 선생님께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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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4 09:00 2012/02/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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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베리 2012/02/24 09:40

    정말 너무너무 좋네요! 많은 분들의 수고로움이 느껴지는 자리였습니다. 준비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

    • 그린비 2012/02/24 12:53

      오옷! 베리님도 다녀가셨군요.
      저희에게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2. 비밀방문자 2012/02/24 23:33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그린비 2012/02/25 12:40

      안녕하세요.
      댓글은 남기지 못했으나, 남겨주신 주소를 따라 블로그에 다녀왔습니다.
      찬찬히 읽으며,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

  3. 홍위묘 2012/02/25 02:33

    지식인이 어디에 쓸모가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푸코의 대답이 "누구도 들으려 하지 않고 누구도 들을 수 없는 목소리들을 부상시키는 것, 그래서 만인이 망각하고 싶어 하는 그 목소리들의 실존을 부각시키는 것"이리라는 말이 새삼 떠오르네요.

    이틀 동안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준비하신 모든 분들, 특히 그린비 식구 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어요. :)

    • 그린비 2012/02/25 12:45

      네, 저도 그 대답이 인상깊었습니다. 마음을 울린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가까울 것 같네요. 암튼 심포지엄을 통해 푸코의 책을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하하! 홍위묘님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하시니 저희도 기쁠 따름입니다. ^^

  4. 박지훈 2012/02/27 16:36

    심포지움에 부분적으로만 참가하여 자료집을 구하지 못했는데요, 혹시 발표문들을 구할 수 없을까요?ㅠ 단행본 출간까지는 너무 오래 기다릴 것 같아서요...

    • 그린비 2012/02/27 16:40

      박지훈님, 죄송합니다.
      심포지엄 자료집을 별도로 보내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책 출간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으니, 여유있게 기다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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