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텍스트, 읽는 이미지』를 만나다

어떤 이에게는 텍스트가, 어떤 이에게는 이미지가 더 선호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지를 읽고, 텍스트를 보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그림에 단어나 문장을 넣어 보는 이들을 당혹시켰던 르네 마그리트, 텍스트가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것을 보여준 카상드르, 몸을 캔버스로 삼은 독특한 영화 「필로우북」을 통해, 이제껏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관념이 뒤흔들리는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책에도 이미지가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지만, 책에 담기지 않은 장면들을 책 속 문장들과 함께 배치해 봤습니다. 읽고-보는 과정에서 '텍스트'와 '이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이미지도 하나의 언어이며, 특별하고 이질적인 언어이다. …… 이미지는 현실세계와 구별되고, 특별한 기호 수단을 통해 필연적으로 방향성을 지니고 선택된 표상을 제시한다.

─마르틴 졸리(Martin joly)

 # 이미지 마그리트(Rene Magri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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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이미지의 배반>은 언어와 형상에 대한 탐구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그림에는 아주 사실적인 파이프의 이미지와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상반되는 언술이 공존한다. 이 작품을 통해 마그리트는 우선 그림과 지시 대상의 관계를 질문한다. 그림 속의 파이프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듯이, 이미지는 실재 사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윤경, 『보는 텍스트, 읽는 이미지』,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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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는 제목을 붙이지 않은 1948년의 한 그림에서 다시 파이프를 등장시킨다. 이때의 파이프는 사람의 코에 연결되어 있고, 남성의 성기를 환기시키고 있다. 여기서의 파이프는 구강적 만족과 자위적 행위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도구, 입과 성기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 그렇다면 여러 형태로 자유롭게 변형되는 마그리트의 파이프는 나의 욕망과 무의식, 언어 자체와 형상 자체의 무의식의 표현이라는 것일까? 마그리트는 대상과 그림, 대상과 언어의 관계가 자의적이듯 그림과 언어의 관계도 자의적임을 보여 줌으로써, 언어와 그림과 인간의 무의식이 세계와 맺고 있는 모든 관습적인 약속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같은 책, 33쪽)

 # 타이포그래피 카상드르(Adolphe Mouron Cassand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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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포스터는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며 전보처럼 상인과 소비자 사이의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포스터 작가는 전보 보내는 사람의 역할을 한다.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의 의견을 묻는 게 아니라 명확하고 강렬하며 자세한 의사소통을 해주기를 바란다.(같은 책,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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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지 단어가 가진 이미지로서의 원초적인 힘을 되살리고자 했을 뿐이다. 가장 벌거벗은 표현, 가장 단순한 형태로 축소된 단어는 우리의 피곤한 망막 속에서 더욱 사진을 잘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고 나는 믿는다"라고 카상드르는 말한다. (…) 비퓌르(Bifur)체가 그중 하나이다. 타이포그래피는 글이 언어를 표기하는 역할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 주며, 언어적·도상적 기호들이 가진 지각의 직접성을 노린다. (…) 텍스트는 이미지가 된다. (같은 책, 71쪽)

 # 캘리그래피 「필로우북」(The Pillow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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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래피는 무엇보다도 몸짓과 리듬을 환기시키며, 정적인 것과 역동적인 것, 긴장과 이완,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을 함께 내재하고 있다. 이렇게 손글씨는 타이포그래피와는 달리 손의 힘과 속도, 리듬에 의해 좌우되는 매우 촉각적인 장르이다. 그런데 손글씨를 살갗 위에 씀으로써 촉각에 근육감각적인 의미가 더해진다. 등장인물들이 종이의 냄새를 맡고 붓을 입으로 적실 때, 시각·후각·청각·촉각·미감의 오감이 모두 동원된다. 이러한 동작들은 관능과 합일을 지향하는 에로스의 언어, 육체의 언어로 기능한다. (같은 책, 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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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몸에 관해 말할 뿐 아니라 책의 몸, 영화의 몸을 '독자-관객'에게 직접 느끼게 해준다. 나-타인, 주인공-관객은 감각적으로 연결된다. (…) 그럼으로써 이 영화는 언어가 가장 근원적인 커뮤니케이션 체계라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몸에는 관능, 광기, 단죄, 저항, 분노, 조롱, 야유의 기호들이 구현된다. (…) 글자가 몸 위에 쓰여지고 타인에 시선에 의해(혹은 몸에 의해) 읽히고 지워지거나 소멸될 때 몸이 표현해 내는 '몸의 언어'는 관능을 향한 침해의 글쓰기, 합일을 향한 혼종의 글쓰기, 소멸 후의 궁극적인 생성을 향한 에로스/타나토스/크로노스가 합일된 글쓰기로 표출된다. (같은 책, 115~116쪽)
보는 텍스트, 읽는 이미지 - 10점
조윤경 지음/그린비
2012/04/06 09:00 2012/04/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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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spy espada sunglas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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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비출판사 :: 말장난에서 새로운 의미가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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