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 아시아의 문화적 각축을 말하다!!
- 수교의 역사와 정치를 통해 본 냉전 이후 아시아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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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는 아시아』
시리즈명 : 아이아 총서 104
김미란, 오영숙, 임우경 엮음
역사|신국판 변형(150×220mm)|276쪽|18,000원|
2013년 4월 30일 발행|ISBN: 978-89-7682-774-6 93300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의 ‘아시아문화연구 시리즈’의 결과물 중 하나로 1970~1990년대를 탈/냉전기로 규정하고, 이 시기 동아시아 문화지형의 질서재편을 분석한 책이다.
이 책에서 여섯 명의 저자들은 냉전 종식 후의 아시아 문화가 맞게 된 문화정치적 패러다임이 냉전의 잔해 위에서 움직인다고 보고, 이를 완전한 냉전으로의 탈피도, 냉전으로의 환원도 아니라는 의미의 ‘탈/냉전’기라고 규정한다. 여섯 명의 저자들은 이 탈/냉전기의 아시아 문화의 이동과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문화정치적 수교가 진행되는 방식을 다양한 소재와 관점을 통해 흥미롭게 분석한다.

“아시아에서 탈냉전은 세계적 탈냉전보다 20여 년이나 앞섰던 한편 지금도 여전히 완결되지 않은 진행형으로 존재한다.”(15쪽)

1964년 14세의 나이로 데뷔한 타이완의 가수 덩리쥔(邓丽君). 그녀의 목소리는 1980년대 초 불법음원 등의 이른바 ‘지하’매체들을 통해 중국으로 흘러가 ‘10억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패전의 기억을 안고 있는 타이완의 국민당정부에게 그것은 호기로 다가왔다. 정치․군사적 패배의 기억을 만회하기 위한 타이완의 대(代)중국 문화우월성을 그녀가 상징적으로 표현해 주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1980년대는 탈냉전의 막이 오른 이른바 ‘해빙’의 시기이기도 하다. 88서울올림픽의 동서화합 이데올로기로 상징되는 이 해빙기와 더불어 동아시아에서는 기존의 이데올로기 지평과 국가 간 관계를 재구축하기 위한 발 빠른 움직임들이 일어났다. 냉전이 국가 간 경계의 틀을 확고히 하는 구도였다면, 탈냉전은 국가 간 수교를 촉발하는 경향을 갖는다. 냉전이 국가 간 이념 대립에 뿌리를 두었다면, 탈냉전은 일정 정도의 탈이념적 문화지평을 확산하였다.
1970~1980년대를 기점으로 나타난 이러한 ‘해빙기’는 동아시아의 문화적․정치적 질서에 심대한 변화를 수반했다고 할 수 있다.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는 ‘아시아문화연구 시리즈’의 결과물 중 하나로 20세기 후반 동아시아 문화지형의 질서재편을 분석한 『이동하는 아시아: 탈/냉전과 수교의 문화정치』(김미란 외 엮음)를 기획․출간하였다. 여섯 명의 아시아 문화 연구자들이 공동 집필한 이 책에서 저자들은 1970~1990년대 동아시아의 국가 간 관계와 그 문화지형의 변동을 ‘탈/냉전’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분석한다.

그렇다면 왜 탈냉전이 아니고 탈/냉전일까? 저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냉전 이후에 형성된 아시아의 새로운 문화적․정치적 긴장이었다. 1970~1990년대의 해빙기는 냉전 시대의 종언을 알린 듯했지만, 위의 덩리쥔의 사례처럼 기존의 이데올로기적 갈등은 새로운 대중적 감수성과 국가 간 갈등 관계 속에서 재구축될 필요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냉전의 장벽이 무너지면서 유입된 타 체제 문화에 대한 대중적 열광, 중소 갈등과 중월국경전쟁처럼 사회주의 진영 내 분열은 해빙기의 이러한 혼란을 일정하게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 ‘탈/냉전’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에도 우리의 사유와 실천이 발을 딛고 있는 곳은 바로 냉전의 잔해라는 사실. 이 책의 저자들은 대중문화에서부터 정치적 당파 갈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우리에게 이러한 탈/냉전 아시아 문화변동의 다각적 함의와 역동적 흐름을 펼쳐 보여 준다.

탈/냉전기 수교 속에 담긴 문화정치의 의미

탈/냉전기의 아시아는 냉전의 잔해 위에서 깊고도 가파른 문화변동을 경험한다. 탈/냉전기에 새롭게 대두되는 문화적․정치적 갈등이란 그렇다면 어떤 것일까? 이 책의 저자들은 1970~1990년대를 그 문화변동의 핵심이 되는 시기로 규정하고, 여섯 편의 글들을 경유하며 이 질문에 응답하고자 한다.

‣ 냉전과 탈냉전 속의 정치적 분열
일반적으로 냉전을 두 개의 이데올로기 간 대립으로 규정하곤 하지만, 한 진영 내에도 노선 대립과 분열이 존재했고, 그 분열이 냉전의 구도를 움직이는 큰 축으로 작동했다. 이 분열이 가시화되는 국면은 이른바 탈/냉전기 정치지형의 형성과 맞물린다.  
이 책에서 권혁태와 장쥐안은 이러한 정치적 당파 분열에 초점을 맞춘다. 우선, 장쥐안은 1979년 중월국경전쟁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중월국경전쟁으로 악화된 중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1980년대 중국영화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른바 ‘정당방위반격 장르’라고 불렸던 당대 중국영화의 한 기류는 베트남을 사회주의의 반역자이자 지역평화의 파괴자로 묘사하며 자국의 정치적 우월성과 전쟁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경향을 띠었다.

유사한 맥락에서 권혁태 역시 1967년 일본의 선린학생회관에서 일어난 사건을 일본공산당 학생들과 중국공산당 학생들 간의 폭력사태를 통해 이러한 사회주의 진영 내부의 갈등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이 선린학생회관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일어난 폭력사태에는 한편으로는 소련에 반대하는 중국공산당과 소련에 비교적 우호적인 일본공산당 간의 입장 차이가 반영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의 전쟁책임 문제로부터 벗어나려던 일본공산당의 내셔널리즘적 입장이 반영된 것이었다. 요컨대 냉전이라는 이름 속에 각인된 두 개의 진영 논리가 내부 갈등에 따른 입장차 및 국민국가의 내셔널리즘적 논리에 의해 파괴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두 사례들은 냉전의 이름으로 지속되었던 두 진영 간 대립의 구도가 70년대를 전후로 하여 해체되고 있음을 알려 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특히 장쥐안의 글은 1980년대 중국의 ‘정당방위반격 장르’가 냉전의 혁명적 영웅주의의 색채보다는 인도주의적 탈이데올로기화를 일정 정도 수반하고 있음을 지적한다는 점에서 이 냉전 진영 논리의 와해가 탈이데올로기 문화의 확산을 잠재적으로 수반하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탈이데올로기화와 진영 내부의 대립은 또한 새로운 형태의 국민국가 정치와 문화의 긴장을 야기하는 것이기도 했다.

‣ 대중문화와 탈/냉전의 문화정치
임우경의 「중일 인민연대와 탈/냉전 문화이동」과 오영숙의 「탈/냉전 시기, 남한의 영화문화와 중국영화 수용」은 1980~1990년대 사이에 일어난 동아시아 대중문화지형의 변화를 분석한 것이다. 임우경이 분석하는 영화 「망향」(望鄕)과 「추포」(追捕)는 중국으로 수입된 일본 영화들로 이들은 1978년 중일평화우호조약 체결을 기념한 일본영화주간에서 상영된 영화들이었다. ‘인민외교’의 차원에서 활성화된 이러한 교류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 일본 영화들이 모두 ‘국가를 회의하는 개인’들의 개인주의적 감성과 성적 욕망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한편 오영숙은 사회주의권 몰락 이후 국가 간 수교의 확장으로 중국 5세대 영화감독들의 작품이 한국사회에 수
입되면서 미친 영향들을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탈정치적 경향을 걷던 한국의 문화지형에서 중국 5세대 영화들은 사회실천에 참여하는 예술성과 보편적인 인간사의 문제에 천착하려는 긴장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냉전기의 경직된 정치성 강조로부터 벗어남으로써 탈/냉전기 영화담론의 정치성과 사회성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아울러, 쩡전칭은 ‘덩리쥔’이라는 타이완 가수에 대한 중국인들과 타이완정부의 반응을 통해, 김미란은 타이완의 ‘대륙친지방문’ 이후 나타난 타이완의 민족 정서의 변화를 통해 유사한 분석을 시도한다.

이 여섯 편의 연구들은 각기 상이한 사건과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냉전의 종식 이후 일어난 수교의 물결이 동아시아의 문화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수반했다는 점, 그리고 기존의 이데올로기적 장벽과 갈등이 새로운 문화적 지형 속에서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 집중한다는 점에서는 하나로 수렴된다. 앞서 간략히 봤듯이, 그 문화적 재편은 기존의 이념적 장벽들을 넘나드는 면이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긴장 속에서 다른 정치와 문화의 결들을 양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탈/냉전을 보는 아시아적 시각을 위하여

탈/냉전은 냉전의 종식 이후의 시대를 일컫지만, 그렇다고 냉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시대를 지칭하는 것 또한 아니다. 탈/냉전기 아시아의 문화변동에 대한 연구는 이러한 기존 냉전의 이념 대립에 문화․정치적 수교가 일으킨 파장의 의미를 해독하는 작업이며, 나아가 이러한 흐름이 마련해 놓은 21세기의 아시아 문화의 기초를 이해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이 연구서는 서구를 중심으로 사유되었던 ‘냉전’과 ‘탈냉전’을 아시아적 사건과 상황에서 재사유하려는 고민 속에서 기획되었다. 오래도록 동아시아의 문화를 연구해 온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가 기획한 이 연구서는 각 방면의 밀도 있는 연구들을 모아 놓았다는 점뿐 아니라, 그 연구를 ‘탈/냉전’과 ‘수교’라는 키워드로 수렴시켜 일관된 시각과 고유한 해석의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요한다고 할 수 있다. 탈/냉전기 아시아의 문화와 정치는 냉전기의 그것과 어떻게 단절되고, 어떻게 연결된 것일까? 독자들은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글들을 경유하며 이제 동아시아만의 ‘탈/냉전’적 질서의 역사와 그 의미를 조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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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6 08:55 2013/05/0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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