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에서 벗어난 당당한 목소리, 포르노를 말한다!
- 진화심리학에서 페미니즘까지―포르노를 둘러싼 일곱 가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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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이슈 ― 포르노로 할 수 있는 일곱 가지 이야기』
몸문화연구소 엮음, 김석, 김운하, 김종갑, 서윤호, 이명호, 이은정, 장대익 지음
인문| 신국판 변형(142×212mm) | 336쪽 | 20,000원
2013년 5월 10일 발행| ISBN: 978-89-7682-777-7 03300


『포르노 이슈: 포르노로 할 수 있는 일곱 가지 이야기』는 ‘포르노를 허하라!’나 ‘욕망해도 괜찮다!’ 정도의 표면적 수사로만 다루어졌던 ‘포르노라는 현상’을 과감하게 끄집어냈다.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소속 일곱 명의 저자들은 교수, 연구자, 소설가 등의 사회적 체면을 버리고 포르노로 학술대회까지 열며 한국 사회의 포르노 증상을 적극적으로 탐구해 들어갔다. 일상에서 유통되던 성적인 은어를 스스럼없이 쓰고 성별과 관심사, 전공에 따른 시각 차이와 의견 충돌을 거리낌 없이 즐기며 “야동의 중심에서 야동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은 왜 남의 성행위를 훔쳐보고 싶어 하는가? 미래의 테크놀로지는 포르노를 어디까지 발전시킬 수 있을까? 포르노의 욕망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왜 여성은 포르노를 불편해하는가 등의 주제로 21세기 ‘포르노토피아’의 면면을 솔직하게 파고들어 본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기껏해야 포르노의 역사나 도덕적 당위성을 묻는 이전의 연구서들과는 확연히 다른, 솔직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2013년 3월, 한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여성의 누드 사진을 검색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어 공개되었다. 공무를 수행해야 할 시간에 개인 유흥을 즐기는 것이 비난받아 마땅한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가 주말 골프장 날씨를 알아보거나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를 감상했어도 그만큼 구설에 오르내렸을까? 이 사건을 정치적 공세의 호기로 삼은 상대 정당은 여성 의원들을 내세워 해당 의원의 윤리특위 위원직 사퇴를 주장했고, 안 그래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정 및 음란물 규제 강화 등의 조치에 시끄럽던 ‘넷심’은 의원 측의 변명을 패러디하면서 조롱해 댔다. 볼 권리와 자기통제권을 가진 성인이 음란물을 즐긴다는 것의 도덕적 의미, 그것이 공개되었을 때 받게 되는 사회적 시선, 그러한 음란물을 규제하려는 권력과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 등, 이 에피소드는 음란물 혹은 포르노그래피를 둘러싼 몇 가지 맥락 혹은 단면들을 잘 보여 주는 사례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여겨볼 만한 지점은 음란물을 보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이다. 많은 사람들이 밀실에서 포르노를 즐기면서도 광장에서는 그것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혹은 뿌리 뽑아야 할 악인 것처럼 행동한다. 자신의 가장 은밀한 욕망과 그것을 향유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야 인지상정이겠지만, 유독 한국 사회는 포르노에 관한 한 철저히 가면을 쓰고 있다. 법 규제는 엄격하지만, 영국 잡지 『포커스』가 포르노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로 꼽을 정도로 음지에는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익명의 인터넷상에서는 신작 포르노에 대한 평가가 활발히 공유되고 포르노 배우가 스타 대접을 받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남성들만의 소규모 ‘카르텔’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포르노는 그저 망측한, 아니 어쩌면 망측한 척해야 마땅한 주제였던 것이다.

여기, 이 불편한 주제를 광장, 그것도 ‘학문적 논의’의 광장으로 끌고 나온 사람들이 있다. 『포르노 이슈: 포르노로 할 수 있는 일곱 가지 이야기』는 ‘포르노를 허하라!’나 ‘욕망해도 괜찮다!’ 정도의 표면적 수사로만 다루어졌던 ‘포르노라는 현상’을 과감하게 끄집어냈다.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소속 일곱 명의 저자들은 교수, 연구자, 소설가 등의 사회적 체면을 버리고 포르노로 학술대회까지 열며 한국 사회의 포르노 증상을 적극적으로 탐구해 들어갔다. 일상에서 유통되던 성적인 은어를 스스럼없이 쓰고 성별과 관심사, 전공에 따른 시각 차이와 의견 충돌을 거리낌 없이 즐기며 “야동의 중심에서 야동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은 왜 남의 성행위를 훔쳐보고 싶어 하는가? 미래의 테크놀로지는 포르노를 어디까지 발전시킬 수 있을까? 포르노의 욕망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왜 여성은 포르노를 불편해하는가 등의 주제로 21세기 ‘포르노토피아’의 면면을 솔직하게 파고들어 본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기껏해야 포르노의 역사나 도덕적 당위성을 묻는 이전의 연구서들과는 확연히 다른, 솔직하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왜 야동을 끊을 수 없을까?_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본 포르노

인간은 대체 왜 남의 성행위를 보면서 만족을 얻는 것일까? 우리가(특히 남성이) 야동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1장 「포르노그래피의 자연사」에서 장대익은 이러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책의 서두를 연다. 사실 외계인의 시선에서 본다면 포르노 속 타인의 성행위를 보고 자신이 그 주체가 된 양 만족을 얻는 인간의 행위는 매우 기묘해 보일 것이다. 인간의 포르노 소비는 ‘짝짓기 심리’에서 출발하는데, 이는 번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 진화 과정에 나타난 특별한 장치이다(42쪽). 종족 번식이라는 ‘사명감’에 휩싸인 남성은 여성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섹스 파트너를 추구하게끔 ‘마음’을 진화시켰고, 이러한 성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남성의 욕망은 성적 판타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측면에서도 여성과는 다른 방식을 택하도록 설계되었다(남성과 여성이 각각 포르노와 로맨스 소설을 더 선호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최대한 많은 성적 파트너와 접촉해야 번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남성에게 포르노 속 수많은 대상들과의 성적 결합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포르노 시청이 종족 번식의 확률을 직접적으로 높여 주는 것도 아닌데 남성은 왜 포르노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것은 ‘거울뉴런’의 활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거울뉴런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몸으로 그 행동을 이해하게 만든다. 즉 포르노를 시청하는 사람이 자신이 섹스를 ‘직접’ 하고 있다고 믿게끔 만든다는 말이다. 실제로 포르노 시청과 거울뉴런 작동 사이의 관련을 알아본 실험도 있었다. 포르노를 볼 때 발기된 남성의 겨울뉴런이 그의 발기 강직도와 비례하여 함께 활성화되었다는 실험 결과는, 뇌의 활동 측면에서만 보면 “보는 것은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가져왔다(58쪽). 이처럼 짝짓기 심리와 거울뉴런으로 인한 인간의 포르노 소비는 과학적 인간 진화의 관점에서 포르노를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해 준다.

포르노에는 ‘진짜’가 있다?_‘실재’를 향한 혹은 ‘과장된 몸’을 좇는 열정

물론 인간의 성적 욕망은 종족 보존의 본능 이외의 이유로도 나타난다. 어떤 사람들에게 포르노는 ‘성관계의 끝에 찾아오는 사정’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육체적 한계를 초월해 지속적으로 성적 환희를 지속시킬 수 있는, 어쩌면 이것이 ‘진짜’일지도 모르는 섹스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인식된다. 3장 「실재를 향한 열정으로서 포르노」에서 김종갑은 가짜와 가상이 판을 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의지할 것을 찾기 위해 ‘더욱더’를 외치며 실재에 강박적으로 집착하게 되고(99쪽), 이러한 실재에의 추구는 진짜 성과 섹스를 찾으려는 욕구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화면 속 여성의 무엇이 자기에게 만족을 가져다주는지, 만일 그것이 성기라면 성기의 실재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는다. 그것의 한 극단적 표현이 바로 성기 끝에 소형카메라를 달아 상대 여성의 성기 안쪽을 관찰하는 장면이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섹스를 찾기 위해 포르노를 끊임없이 소비하는 중독의 과정을 거치면서까지 이들이 찾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존재 이전의 성적 근원일지도 모른다.
한편 5장 「‘여성의 몸’과 불가능한 주이상스」에서 김석은 불가능한 쾌락에 도달하려는 절대적인 욕망의 상태(가령 엄청난 크기의 남성 성기가 여성의 만족을 위해 그야말로 ‘끝도 없이’ 움직인다든지 하는)에 이르기 위해 포르노를 탐닉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한다(157쪽). 그러나 이들은 포르노의 함정에 빠져 있는 측면이 크다. 포르노가 인간의 성을 ‘재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현실적이지 않은 것들로 현실을 대체하면서 온통 자극적인 대상으로 가득한 ‘가짜 현실’을 만들어 사람들을 현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158쪽). 특히 포르노는 ‘여성의 몸’을 과도하게 변질시키는데, 정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과장된 가슴 크기나 아주 작은 자극에도 몸을 비트는 여성의 몸짓과 신음소리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이유로 포르노를 즐기는 사람들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쾌락과 성적 환상을 채우고자 실제 성관계보다 화면 속에 표현된 환상을, 즉 과잉 표현된 여성의 몸과 과잉 섹스를 추구하려 계속해서 포르노를 찾는다. 그러나 이들이 느끼는 과잉은 왜곡을 불러와 자칫 환상 속의 성관계를 꿈꾸는 성범죄로 발현될 수도 있다(184쪽).
그렇다면 포르노를 시청하는 여성의 경우는 어떠할까? 포르노가 주로 남성의 시점에서 제작됨을 떠올릴 때 여성도 포르노 속 여성의 몸을 보며 섹스를 관찰하거나 만족감을 얻게 될까? 여성의 환상도 남성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걸까?

여성이 원하는 포르노는 따로 있다!_야동으로부터 소외된 여성들

남성에게 그만의 문화로서 포르노가 있다면, 여성에게는 로맨스가 있다. 무수한 여자와의 (사랑이 없어도 되는) 섹스를 꿈꾸는 남자와 한 남자와의 낭만적 사랑을 꿈꾸는 여성의 성차(性差)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여성은 포르노와 절대 함께할 수 없는 존재일까? 여성의 사랑은 남성의 사랑보다 덜 섹슈얼하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6장 「여자도 포르노를 할 수 있을까?」에서 이은정은 여성이 포르노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성적 쾌락을 향유할 자유에 붙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이해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188쪽). 사회적 학습의 결과,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의 몸이 주는 기쁨을 누리는 데 익숙하지 않으며 도리어 그것을 죄악시해 왔다. 게다가 포르노는 여자의 관능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데, ‘사정’이라는 남성의 최종적 쾌락만큼이나 여성에게 중요한 ‘전희’가 포르노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환희를 느끼는 여성의 얼굴이나 성기에 집중된 쾌락만을 보여 주는 대부분의 포르노에서 여성의 쾌락은 단지 남성의 쾌락을 위해서만 존재할 뿐이다(210쪽).
7장 「남성 성자유주의를 넘어」의 이명호 역시 ‘만나서, 흥분하고, 사정하는’ 패턴을 가진 남성 중심의 포르노에 문제를 제기한다. 포르노에서 발기에 실패하는 남성을 본 적이 있는가? 그 성기의 삽입에서 오르가즘을 느끼지 않는 여성을 본 적은 있는가? 포르노에서 남성의 성기는 언제나 발기돼 있고 자신은 언제든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표현하지만, 섹스를 위한 여성의 준비는 좀처럼 고려되지 않는다. 포르노는 이렇게 남성을 유혹하는 동시에 여성을 외면하고 있다. 만일 여성과 섹스를 물건이나 도구로 보는 시각을 넘어 감성의 충족을 동반하는 존재, 성적 쾌락을 나누는 파트너로 그려 낸다면, 포르노 시장에서의 여성의 소비도 분명 늘어날 것이다(250쪽).

포르노의 바깥에서 포르노를 만드는 것들_법 그리고 테크놀로지

이러한 포르노는 성적 욕망이 과학기술 및 사회의 변동과 더불어서 진화한다는 사실을 가장 첨예하고도 극적으로 보여 주는 공간, 곧 그 사회의 가장 적나라한 반영물이다. 4장 「법은 포르노를 어떻게 판단하는가?」에서 서윤호는 법의 관점에서 포르노를 둘러싼 사회적 변화를 살핀다. 사실 동서양의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여 포르노의 기준과 정의가 명확했던 사회는 없었다. 예술과 외설의 차이는 언제나 모호했으며, 판단주체의 개인적 심미안에 따라 포르노를 규정하는 기준도 달랐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저속’, ‘선정’, ‘외설’, ‘음란’ 등의 용어 규정이 명확하지 못한 탓에 더더욱 혼란이 가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장은 성도덕주의에 입각한 보수주의적 관점,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중시하는 자유주의적 관점, 양자 모두에 권력관계라는 질문을 제기하는 여성주의적 관점 등 다양한 시각들이 맞부딪치는 음란물 규제의 역사와 현실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포르노의 향유 방식과 기술적 발전도 포르노의 양상을 변화시킬 중요한 요소이다. 2장 「미래의 포르노는 어떤 미래를 만드는가?」를 통해 김운하는 21세기 정보통신과 로봇기술의 발달로 생기는 첨단 포르노 테크놀로지가 과거의 포르노와는 차별화된 위상을 갖게 될 것이고, 이것은 사회와 인간관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사이버섹스의 쾌감이 실제처럼 촉각적인 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면, 또 섹스 로봇이 육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실제 인간처럼 감정적인 소통이 가능해진다면 연애나 사랑, 결혼 같은 인간의 생활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러한 기술사회의 각종 테크놀로지들이 인간의 자리를 차지한다면 전쟁, 산업현장, 심지어 성의 영역에서조차 기계적인 것들이 인간을 대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75쪽). 시각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내 손안의 아이포르노(i-porno) 시대가 시작되며 다양한 종류의 포르노를 개인의 기호에 따라 원하는 방식으로 골라볼 수 있는 이 시대, 포르노와 인간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포르노라는 화면 속 현실에 도취되어 비판적 사유마저 불가능해지는 시대가 오기 전에, 우리는 포르노가 변화시키는 인간의 삶, 포르노를 변화시키는 인간의 성적 욕망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보고도 못 본 체했던, 수면 아래 잠겨 있던 포르노라는 실체를 대중 앞에 과감히 세워 대면시킴으로써, 이 책은 그 출발점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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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은이/ 지은이 소개

2013/05/14 09:00 2013/05/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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