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시대의 아시아에서 균열하는 두 개의 시선을 읽는다!
- 제국 일본의 ‘이벤트’를 가로지르는 담론적 통치 전략과 그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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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이벤트:  (서로 다른) 아시아들의 경합』
시리즈명 : 아이아 총서 107
성공회대동아시아연구소 기획|유선영, 차승기 엮음
역사|신국판 변형(150×220mm)|240쪽|18,000원
2013년 8월 10일 발행|ISBN: 978-89-7682-778-4  93300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의 ‘아시아문화연구 시리즈’의 결과물 중 하나로 식민기 일본의 조선 통치 담론과 그 담론에 생긴 균열을 분석한 책이다.
이 책에서 여섯 명의 저자들은 일본의 아시아 통치를 위한 이벤트들에서 제국의 담론과 식민지민들의 주변적 담론이 교차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제국의 담론이 표방하는 보편성을 자임할 수 없기에, 각론적이고 위태롭게 유동하게 되는데, 이러한 비대칭적 갈등과 경합의 양상이 여섯 편의 논문들을 통해 역동적이고 풍부하게 다루어진다.

1926년, 자전거로 세계를 일주하던 두 명의 인도 청년이 식민지 조선으로 초청된다. 서구 열강들에 대항해 아시아 제국을 건설하고자 했던 일본이 이들을 통해 식민지민들에게 아시아의 저력과 반서구적 동일성을 확인시켜 주고자 한 것이다. 부산에서 평양까지 이어진 자전거 일주에서 군중들은 이들의 도전정신에 환호했고, 환영회와 강연회는 군중집회를 수반하며 예상을 초월한 거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른바 ‘아시아민족’의 반서구의식을 조선인들에게 심어 주고자 일본에 의해 초빙된 두 인도 청년의 자전거 일주는 당대 피식민자인 조선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이하 동아시아연구소)는 ‘아시아문화연구 시리즈’의 결과물 중 하나로 식민지기 일본의 조선 통치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벤트들의 문화정치적 함의를 연구한 『아시아 이벤트: (서로 다른) 아시아들의 경합』(유선영․차승기 엮음)을 기획․출간하였다. 여섯 편의 논문에 의해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동아시아연구소의 학술회의 ‘아시아 이벤트: (서로 다른) 아시아들의 경합’의 발표문들과 두 개의 기고문을 담고 있는 것으로, 1부에서는 식민지민들의 주변적 시선이 제국 일본의 통치전략에 균열을 내는 방식을 다루고, 2부에서는 제국 일본이 식민지를 개조하려는 방식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식민지를 둘러싼 서로 다른 시선들의 경합과 갈등 양상을 복합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1920년대의 ‘아세아민족대회’에서부터 1930년대 후반 제국 일본의 선전물인 관광문화영화 제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상들을 포괄하고 있는 이 여섯 편의 논문들이 공통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제국 일본에 의해 기획된 아시아 ‘이벤트’들의 전략이다. 이벤트란 일상적 평범성과는 구분되는 ‘사건’을 의미하며, 그 사건을 통해 변화를 이끌고자 하는 기획자들의 의도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 이벤트들이 일정 정도 기획자들의 의도를 초과하며 식민지인들의 주변적 시선에 의해 다른 방식으로 전유된다는 것이다. 그간 체제의 구조적 문제나 대중의 일상사로 양분되어 진행되었던 기존 식민지 문화연구와 달리, 이 책은 이 두 시선들의 갈등양상을 복합적으로 다룸으로써 연구의 장을 넓히고 주제를 보다 풍부히 했다 할 것이다.

경합의 장으로서의 ‘아시아 이벤트’

식민지 조선에서 일본은 제국으로서의 세력 확장을 위해 조선인들을 제국 일본으로 동화시킬 필요에 직면했다. 이들은 이 필요에 대한 응답 중 하나로 다양한 형태의 이벤트들을 기획한다. ‘아세아민족대회’(1장)에서부터, ‘극동올림픽’(2장), ‘인도 청년 자전거 일주’(3장), ‘무라야마 도모요시(村山知義)의 「춘향전」 공연’(4장), ‘이왕가박물관’(5장), 그리고 ‘관광문화영화 「동경-북경」’(6장) 등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논문들은 제국 일본의 이러한 이벤트 전략을 분석한다. 

‣ 식민지민의 주변적 시선이 제국의 담론을 전유하는 방식: 1부
1장에서 유선영은 ‘아세아민족대회’를 둘러싼 담론들을 분석하면서, 일본의 제국주의적 통치전략과 그에 대한 식민지민들의 저항담론이 일으키는 균열을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아세아민족대회’는 서구제국주의 열강과 대립하던 당대 일본의 대항담론의 하나로 기획되었다. 제국 일본을 정점으로 하여 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대항공간으로 가정하는 이러한 ‘범아시아주의’ 담론은, 그 기반에 반서구주의, 황인종주의와 더불어 제국주의의 서사를 깔고 있는 것으로, 당대 식민지 저항세력들의 사회주의적 국제주의와 민족주의 담론의 거센 저항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저항 담론의 주변성이 갖는 특징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배민족이 세계의 보편적 사고를 전유한 듯한 담론을 발설하는 반면, 피억압세력들의 언어는 파편화되고, 보편적 준거점을 상실한 듯한 유동성과 각론성을 갖기 때문이다. 유선영의 이러한 지적은 이어지는 다른 논문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극동올림픽을 다루는 2장에서 윤상길은 일본이 기획한 극동올림픽에 참가한 식민지 조선 선수들의 태도를 다룬다. 일본 대표나 민주국 대표로 출전할 수밖에 없었던 식민지 조선인들은 “제국의 올림픽을 통해 세계 만방에 조선인의 민족적 우수성을 증명해 보인다는”(8쪽) 이른바 ‘참여 속의 극일(克日)’의 관점에서 경기에 임하게 된다. 민족적 반일 감정과 충돌을 일으키는 태도임에도 ‘스포츠맨십’을 인류적 보편성으로 받아안는 이러한 태도는 제국의 논리 속에서 자신의 엄격한 자리를 찾지 못하는 식민지민들의 주변적 입장을 잘 드러내 준다고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도 청년들의 자전거 일주를 다른 3장에서 이민주 역시 일본의 반서구주의적 제국주의 기획에 의한 인도 청년 초청을 식민지 조선인들이 피압박 약소민족들의 저항정신으로 전유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조선인들은 제국의 기획 속에서 제국의 담론과 자기 담론 사이를 유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유동성과 혼란이야말로 일본의 아시아 이벤트 속에서 나타나는 담론적 경합 양상을 드러내 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 제국이 식민지를 통치하는 방식: 2부
2부의 세 장들은 1부와 달리 제국의 통치 전략과 관련된 문제들을 다룬다. 특히, 5장과 6장은 일본이 근대문명을 조선에 이식함으로써 제국의 우월성을 확인하고, 식민지의 권위를 해체하는 과정을 밝히고 있다.
5장은 이왕가박물관 설립의 근원적인 취지와 의도를 분석하고 있는 논문으로, 박소현은 순종의 새로운 취미생활을 위해 설립했다는 이 박물관의 정책을 분석하면서, 근대적 대중박물관의 탄생으로 조선 왕권의 위계가 허물어지고 제국의 근대적 문명의 스펙터클이 확립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같은 맥락에서 6장에서 김한상은 1930년대에 일본이 관광문화영화를 통해 근대문명의 화려한 스펙터클과 제국 영토의 광대함을 선전하고 있음을 분석한다.
 
반면 무라야마 도모요시의 「춘향전」 공연을 다룬 4장은 갈등의 구도를 보다 복잡하게 그려낸다. 무라야마의 「춘향전」은 조선의 ‘춘향전’을 극으로 연출한 것이지만, 아방가르드적인 예술관을 갖고 있던 연출자가 일본의 가부키 형식을 극에 결합시킴으로써 논란을 촉발한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이 극이 일본 가부키 형식의 민족적 특성을 초월하여 탈민족화-탈맥락화하는 아상블라주적 실험을 하고 있다는 점인데, 반면 조선 지식인들은 이 예술적 아상블라주의 실험을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조선적인 것’을 지켜내고자 한 것이다. 차승기에 의하면, 이러한 무라야마의 예술적 실험과 조선 지식인들의 반응은 그 관점에 있어 완전히 어긋난 것들로서, 그에 따르면 이러한 어긋남이야말로 식민지-제국 체제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균열을 암시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사건’을 통해 보는 식민지-제국 체제의 담론적 장

앞서 봤듯, 이 책의 여섯 논문들은 모두 식민지-제국 체제의 담론적 장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투쟁에 집중한다. 이 갈등에서 흥미로운 점은 지배담론과 저항담론이 대칭적으로 맞서고 있다기보다는 서로 엇갈린 채 경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앞서 유선영의 논문에서 언급한바, 주변적 담론이 갖는 근본적인 각론성과 지배담론이 갖는 보편성의 비대칭 구도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제목 ‘아시아 이벤트: (서로 다른) 아시아들의 경합’은 제국이 기획한 하나의 이벤트 속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충돌하게 되는 이러한 상황을 요약한 것이라 할 것이다. 비대칭적이고 충돌하는 목소리들은 그 경합 속에서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을 구성하고, 이 사건은 근본적으로 식민지-제국 체제의 균열이자 한계로서 기능한다고 할 수 있다.
기존 문화연구들이 지배체제의 담론적 구조나 일상문화에 대한 편향된 분석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책은 이러한 이분화된 연구 경향을 보다 복합적인 자리로 끌고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벤트’ 속에서 담론의 균열이 일어나는 사건을 본다는 것, 바로 거기에서 체제의 한계와 저항의 가능성을 보는 연구의 길이 놓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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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4 09:00 2013/08/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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