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문화 시대의 이미지 기호학 입문서
- 만화‧영화‧애니메이션―대중문화 속 이미지의 작동법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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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들 너머: 기호와 기호 사이』

시리즈명 : 사이 시리즈 07
이수진 지음|예술‧인문|신국판 변형(140×210mm)|192쪽|9,800원
2013년 8월 30일 발행|ISBN : 978-89-7682-605-3  03600

이 책은 이미지 기호학에 대한 입문서이다. “사고가 기호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호가 사고의 길잡이가 된다”는 소쉬르의 철학을 이미지 분야에 적용·계승한 롤랑 바르트와 크리스티앙 메츠에 기대어, 이미지 기호들이 갖는 고유한 특성과 작동 방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다루는 것은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등 이미지들의 연쇄를 통해 서사를 품은 이미지 매체들이다. 연결된 이미지들의 의미와 그 ‘틈새’에 놓인 것들을 읽어 내고 나아가 그 ‘너머’를 상상케 하고자 한다. 만화 『설국열차』, 「에일리언」과 「매트릭스」 같은 SF영화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만화가 최규석과 변기현의 『짜장면』, 그 밖의 여러 그래픽노블과 사진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독자들은 이미지를 보는 지평을 한 단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의 앱을,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기 위해 이미지로 된 아이콘을 누른다. 그러면 직사각형의 평면에서는 영화, 만화, 뮤직비디오, TV 프로그램, 광고, 게임 등이 쏟아져 나온다.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고 카카오톡으로 동영상을 첨부하면서 대화를 한다. 우리의 일상은 이처럼 수많은 ‘이미지 기호’들로 표현되고 전달되고 독해되고 또 향유된다. 현대인들에게 이미지란 더 이상 말이나 글자의 보조적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 그 자체로 의사소통의 매체이며, 풍부한 서사와 볼거리를 통해 다양한 정보와 오락거리, 나아가 예술적 감동을 제공하는 또 하나의 언어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는 교육과 학습의 대상으로 진지하게 고려되지 못해 왔다. (언어처럼) 그 나름의 체계와 표현 방식을 가지며, 또 (언어만큼이나) 일상 속에서 엄청난 빈도와 강도로 접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미지는 분석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직관적으로 보고 느끼면 그만인 것이었다. 이미지를 결합시킨 새로운 예술 형식들(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등)이 발달해 오면서 나름의 비평론을 정립하거나 작품 속 깊은 의미를 읽어 내려는 시도는 줄곧 있었지만, 이미지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해당 장르의 문법 혹은 스토리와 세계관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화면의 구성 및 배치, 문화적 상징, 기법의 의미 등 이미지 기호들 자체의 의미와 작동 원리를 밝힘으로써 이미지를 보는 안목을 키워 주는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지들 너머: 기호와 기호 사이』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한 이미지 기호학 입문서이다. “사고가 기호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호가 사고의 길잡이가 된다”는 소쉬르의 철학을 이미지 분야에 적용·계승한 롤랑 바르트와 크리스티앙 메츠에 기대어, 이미지 기호들이 갖는 고유한 특성과 작동 방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다루는 것은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등 이미지들의 연쇄를 통해 서사를 품은 이미지 매체들이다. 하나의 컷이 말하고자 하는 것, 한 컷이 앞뒤 컷 사이의 맥락 속에 놓임으로써 의미하게 되는 것, 컷과 컷 사이의 공간에서 포착해야 할 것 등 연결된 이미지들의 의미와 그 ‘틈새’에 놓인 것들을 읽어 내고 나아가 그 ‘너머’를 상상케 하고자 한다. 영화의 흥행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원작만화 『설국열차』를 비롯, 「에일리언」과 「매트릭스」 같은 SF영화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만화가 최규석과 변기현의 『짜장면』, 그 밖의 여러 그래픽노블과 사진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독자들은 이미지를 보는 지평을 한 단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탈경계인문학연구단에서 펴내는 ‘사이 시리즈’의 일곱번째 권이다.

내러티브 이미지, 기호학을 만나다!

왜 SF영화 하면 푸른색 계열의 배경색이 떠오르는 것일까? 왜 영화를 보다가 흑백 화면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회상 장면이라고 생각할까? 만화책의 다음 페이지를 넘길 때 우리의 시선은 어떻게 흐를까? 왜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근무시간 중에 애인을 만나러 마음대로 외출할 수 있는 걸까?

얼핏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러한 질문들은 모두 이미지가 담고 있는 ‘기호’로서의 성격과 맥이 닿아 있다. 기호란 “다른 어떤 것을 명백하게 할 수 있는,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어떤 것”이며, 그렇기에 보이는 그대로가 아닌 이면의 그 ‘다른 어떤 것’으로 독해되어야 한다. 봉화를 보고 단순히 불이 났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적군이 쳐들어온다고 생각하는 것, 신호등의 파란 불을 보고 길을 건너도 된다고 해석하는 것, 연인의 말과 행동에서 숨은 의도를 포착하는 것, 문학작품을 읽으며 표면 사건 속에 담긴 인간과 사회에 대한 비유를 읽어 내는 것……. 우리는 이처럼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기호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며, 그러한 기호들은 고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맥락을 통해 이해되어야 한다. 기호학(semiotics)은 곧 이에 관한 학문이다.

이 책은 여러 기호들 중에서도 이미지 기호, 또 그중에서도 ‘이미지로 구성된 예술 작품’에 대해 기호학적 해석을 시도한다. 건축·조각·회화·무용·음악·문학 등 고전적 예술 형식의 뒤를 이어 19세기부터 등장한 새로운 예술 형식들은 기존의 예술 요소들을 더하고 합치고 이어 붙이면서 보다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되었다. “말로만 구성되었던 문학에서 그림과 말의 상호작용을 강조한 만화로, 이미지 한 장으로 구성되었던 회화에서 사진을 거쳐, 이미지를 여러 개 연결하면서 움직임과 현실감을 부여한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발전해 간 것이다(57쪽). 이를 통해 이미지 기호들(기표)에는 점차 심오하고도 풍부한 의미들(기의)이 덧붙기 시작했고 새로운 분석 틀과 인식 차원이 요청되게 되었다. 이 책 『이미지들 너머』는 이처럼 기표와 기의를 아우르는 이미지의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게 해줄 안내서이다.

개념과 효과들, 그리고 고정관념에의 도전

우리가 내러티브 이미지 작품들에서 읽어 낼 수 있는 요소 혹은 층위는 무궁무진하다. 등장인물은 누구이며 그들의 표정과 몸짓이 내포한 심리 상태는 어떠한가? 시간적·공간적 배경은 어떻고 그것들은 어떠한 요소를 통해 구축되는가? 이것들을 보여 주기 위해 작가는 인물과 사물들을 어떤 형태로 배치했는가? 어떤 색감을 사용하고, 어떤 소리들을 결합시켰는가? 독자/관객은 이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인식하는가? 이러한 요소들은 어떠한 문화적 맥락을 거쳐 독자/관객에게 받아들여지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텍스트로 된 작품을 읽을 때와는 명백히 다른 ‘시각’(성)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시각 요소에 충실하지 않은 작품 분석은 곧 기표는 제외하고 기의만 다루는 것이며, 종국에는 그 ‘이야기’만 남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내러티브 이미지 작품이 갖는 독특한 면모들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분석을 시도한다. 이를테면 연계된 이미지들 사이에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틈’(예컨대 만화의 칸과 칸 사이, 영화의 숏과 숏 사이 등)은 장면의 의미를 매듭짓고 또 새로운 장면을 맞을 준비를 한다는 점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을 뿐 시공간의 연장선상에 있는 상상 공간”이자 “주어진 단서를 가지고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 참여 공간”이다. 이 외에도 액자틀(프레임), 외연과 내포, 데쿠파주와 몽타주, 디제시스와 미메시스, 문화 약호와 특정 약호, 이미지 랑가주 등의 개념들, 무채색과 유채색, 컬러와 흑백, 가로 배치와 세로 배치, 실사 이미지와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와 결합된 소리 등의 효과들을 차근차근 알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시각예술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앞서 언급한 『설국열차』, 「에일리언」, 「매트릭스」, 「춘향뎐」, 『짜장면』 외에도 『기울어진 아이』, 『파우스트』(이상 그래픽노블), 「소녀와 구름」, 「르네상스」(이상 애니메이션), 「시민 케인」, 「터미네이터」, 「다크나이트」(이상 영화) 등 재미와 작품성을 고루 갖춘 작품들을 분석의 사례로 삼아 독자들을 이미지 예술의 흥미로운 세계로 안내한다.

이미지를 기호학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그 이미지가 읽히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인 동시에 그러한 이해 방식을 가능케 하는 우리의 고정관념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표층에만 머물러 있는 시각을 심층으로까지 확장시키는, 더 나아가 심층을 스스로 조직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각매체의 시대에, 이미지 기호학은 더욱 정확하고 세련된 일상적 의사소통을 위한, 예술적 심미안과 상상력의 계발을 위한, 나아가 우리를 둘러싼 주변 환경을 점령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와 수사학의 지배력에 맞서 본질을 꿰뚫어 보기 위한 중요한 무기로 기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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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9 11:47 2013/09/0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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