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세계는 어떻게 ‘객관적으로’ 존재하는가?
- 분석철학의 방법으로 ‘픽션’의 존재 양상을 논증해 가는 전무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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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세계의 존재론: 분석철학, ‘픽션’에 대해 묻고 답하다』
시리즈명 : 철학의 정원 017
미우라 도시히코 지음|박철은 옮김
철학․미학|신국판 (152×224mm)|368쪽|23,000원
2013년 8월 30일 발행|ISBN: 978-89-7682-409-7  93170

그린비출판사 <철학의 정원> 시리즈의 17번째 책.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연구자이자 소설가이기도 한 저자가 분석철학적 기법을 활용해 허구세계(fiction)의 존재를 증명해 나가는 독특한 주제의 책으로, 기존의 분석철학 책이나 미학 책과는 색다른 포지션을 점한다.
저자는 책의 전반부에 ‘외연주의와 현상주의’, ‘역사주의적 비평과 탈역사주의 비평’ 등 기존의 미학사에서 대립되어 왔던 흐름을 병치하여 각각의 특징과 한계를 정리함으로써, ‘픽션에 대한 분석철학적 접근’이라는 전무한 시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또한 버트런드 러셀, 존 설, 데이비드 루이스 등 쟁쟁한 분석철학자들의 허구 이론(정식 이론은 아니기에 이 책에서는 하나의 설說로 소개되고 있다) 역시 비판적으로 접근하며 저자만의 독특한 입장을 논증해 나간다. 그의 논증은 허구세계가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모순적이지 않은, 단일한 세계의 형태로 우리 곁에 실재하며, 이러한 허구인식은 현실인식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이 책은 “분석철학은 딱딱하고 지루하다”라는 선입견을 무색하게 한다. 저자의 친절한 안내는 그동안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한 허구세계의 특징에 대해 사유할 수 있게 함은 물론이고, 분석철학 특유의 ‘논리적 쾌감’(logical high)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영화의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 순간, “등장인물들은 이후에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질문이 뇌리를 스친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동행한 지인들과 함께 영화관을 나오며, 등장인물들이 마치 우리 곁에 실재하는 인물인 것처럼 이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관객들의 이러한 궁금증과 욕구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본편의 세계를 확장시켜 ‘이후’를 다룬 속편이 제작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처럼 우리는 은연중에 작품 속에 그려진 세계가 어딘가에 실재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또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듯하다. 그런데 이렇게 막연하게 믿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작품 속의 허구세계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해 낼 수는 없을까?

『허구세계의 존재론: 분석철학, ‘픽션’에 대해 묻고 답하다』는 영미 분석철학적 기법을 활용해 허구세계(fiction)의 존재를 증명해 나가는 독특한 주제의 책으로, 기존의 분석철학 책이나 미학 책과는 색다른 포지션을 점한다. 이 책은 ‘작품이 생겨난 역사적 배경, 사회와의 영향관계, 의의와 가치’ 등을 다루는 기존의 예술비평과 달리, 생소한 질문들을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던진다. 예컨대 “작품 안에서 서로 모순되는 사실이 발견되었을 때, 어느 것을 인정하고 어느 것을 배제할 것인가? 동일한 작품을 접할 때 독자 A와 B가 머릿속에 떠올리는 허구세계는 단일한 세계인가, 복수의 세계인가?”와 같은 질문은 새로운 사고실험의 장을 열어 주며, 분석철학의 독자와 미학의 독자들 모두에게 지적 자극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의 저자 미우라 도시히코(三浦俊彦)는 일본 와요여자대학교에서 분석철학을 가르치는 철학자이자, 다수의 작품을 발표한 소설가이기도 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의 개인적 관심사와 철학적 고민이 동시에 묻어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책의 전반부에 ‘외연주의와 현상주의’, ‘역사주의적 비평과 탈역사주의 비평’ 등 기존의 미학사에서 대립되어 왔던 흐름을 병치하여 각각의 특징과 한계를 정리함으로써, ‘픽션에 대한 분석철학적 접근’이라는 전무한 시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또한 버트런드 러셀, 존 설, 데이비드 루이스 등 쟁쟁한 분석철학자들의 허구 이론(정식 이론은 아니기에 이 책에서는 하나의 설說로 소개되고 있다) 역시 비판적으로 접근하며 저자만의 독특한 입장을 논증해 나간다. 그의 논증은 허구세계가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모순적이지 않은, 단일한 세계의 형태로 우리 곁에 실재하며, 이러한 허구인식은 현실인식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이미 『가능세계의 철학』(그린비출판사, 2011년 출간)이란 책을 통해, (국내에는 생소한) ‘가능세계론’을 알기 쉽게 소개한 바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역시 “분석철학은 딱딱하고 지루하다”라는 선입견을 무색하게 한다. 저자의 친절한 안내는 그동안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한 허구세계의 특징에 대해 사유할 수 있게 함은 물론이고, 분석철학 특유의 ‘논리적 쾌감’(logical high)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허구세계에 대한 분석철학적 접근은 왜 필요한가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아 성당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포함해 이미 수회에 걸쳐 벽화를 수복해 왔다. 최근의 대규모 수복으로 「최후의 만찬」의 윤곽이 일신되자 원화의 색채는 종래 보아 온 화면보다도 훨씬 밝았는데, 예컨대 예수의 겉옷이 암적색으로 보였던 것도 실은 매연과 먼지 때문으로, 실제로는 선명한 오렌지색이었다는 것이 판명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그 바랜 색이 예수와 유다의 암담한 긴장관계를 잘 상징하고 있다는 식의 종래의 해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본문 13~14쪽)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작품의 해석, 비평과 관련하여 사유의 난관에 봉착하게 하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앞서 예로 든 벽화의 수복 사례처럼, 기존에 축적되어 온 비평사와 상반되는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비평가는 그 발견에 따라 해석을 바꾸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부딪친다. 이러한 난관 속에서 ‘작품의 규정과 지시’, ‘미적 대상의 동일성’과 같은 존재와 관련한 문제들이 표면 위로 급부상하는데, 때문에 저자는 예술철학이 이러한 문제에 항상 의식적이어야 함을 역설한다.

이어서 저자는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는 외연주의와 현상주의의 대립된 입장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그는 새롭게 발견된 사항 등을 고려하여 작품에 대한 수용과 비평을 정정하는 외연주의적 접근의 한계를 지적하고, “순수하게 지각에 나타나는 현상성이 모든 것으로, 작가의 의도, 권위, 재료의 본성과는 무관”하게 작품을 규정하고 평가하는 현상주의적 입장을 지지한다. 그는 외연주의적 접근을 “영향이나 의도나 권위와 같이 잠복하고 있는 비교적(秘敎的) 비밀”에 작품의 의미를 고정하는 것으로 비유한다. “현실이나 다른 작품으로부터의 영향, 작가의 의도나 권위 등 불확실한 요인이나 불순한 선입견에 호소”하는 것에 휘둘리지 않는 ‘공정한 비평원리’를 세우는 것에 대한 저자의 관심은, 분석철학적 방법을 통해 ‘객관적으로’ 허구세계를 논증해 나가는 작업을 어떠한 연유로 시작하게 되었는가를 보여 준다.

허구세계에 대한 분석적 탐구 : ‘불완전성’과 ‘모순’의 문제

우리가 기존에 허구세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들은 허구세계를 하나의 세계로 인식하는 데 난점으로 작용한다. ‘현실세계와 비교하여 불완전하고 모순적이다’, ‘작가가 그려낸 모습대로 닫혀 있다’, ‘허구세계는 언어에 불과할 뿐이다’……. 상당 부분 막연하게 생각되기 쉬운 이러한 명제들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는 허구의 의미론을 확립하는 데 있어서 최대의 문제가 된다.

2장에서는 이 중에서도 ‘불완전성’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데, 작품에 기술되지 않은 ‘불확정 부분’과 큰 줄거리와는 상관없이 기술된 ‘잉여정보’에 대한 서술을 통해, 허구세계가 단순히 기술된 부분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예컨대 소설 내에 시간적으로 1개월의 공백이 있다 하더라도, 등장인물들은 계속 호흡하고 움직였을 것이며, 작가에 의해 기술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사건과 인물의 특성들은 무한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간적으로 ‘프랑스’에 한정되어 기술된다고 하더라도, 이 세계는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중국’이나 ‘유럽’ 등이 존재하는 세계일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불확정성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하느냐에 따라 ‘언어설’, ‘상황설’, ‘집합설’, ‘단일세계설’ 등의 이론을 하위 분류하는데, 이 이론들은 허구세계 내의 대상(캐릭터)에 대한 접근(4장)으로 오면 더욱 상세하게 분류된다.
이 책의 3장은 픽션 내에 포함된 모순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저자는 허구 내의 모순을 무비판적으로 인정하고 현실세계의 논리와 다른 독특한 논리를 만들어 내기보다, 모순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해석을 구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에서 모순을 품고 있는 텍스트들을 면밀하게 분석해 간다. “표면상의 모든 모순을 재해석해서 무모순이면서 유일한 가능세계를 파악”하기 위해 저자는 ‘합병’, ‘논리적 은유의 이해’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현실과 허구의 연관성

허구는 현실보다도 그림자가 옅은 이질적 반실재가 아니다. 허구는 현실세계의 이미지를 모방해 같은 이미지가 적용된다는 의미에서 실재인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현실은 허구와 같을 정도로 허구적이다 —현실에 관한 우리의 실재감 여하도, 허구세계에 관한 실재감 여하에 따른다. 현실의식과 허구의식은 정확히 연동하고 있다. 한쪽의 실재감을 옅게 하면, 다른 쪽도 마찬가지로 실재감이 옅어진다. 이것은 인과관계라기보다 논리적 관계이다. 이것이 우리의 허구실재론이 말하고자 하는 점이다.(본문 341쪽)


저자는 ‘믿는 척하기’(make believe)라는 개념을 축으로 한 독특한 허구론인 ‘메이크 빌리브’설을 주된 이론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이론은 작품세계를 독자의 감상행위로 확장하여, 독자의 감상게임의 세계를 분석한다. 예컨대 영화 속 괴물의 영상을 보고 두려워할 때 우리는 괴물을 두려워하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포함하는 새로운 허구세계(메이크 빌리브 세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러한 허구세계는 현실세계와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음을 저자는 논증해 나간다.
이 책이 증명하는 것처럼, 허구세계는 현실세계가 존재하는 것과 같은 원리에 의해 우리 곁에 실재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현실세계를 분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허구세계 역시 합리적인 분석틀이 필요할 것이다. 저자는 분석철학적 방법을 통해 허구세계를 증명해 가는, 예술비평에 있어 전무한 시도를 통해 이를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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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엮은이 소개 보기


2013/09/30 09:36 2013/09/3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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