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인식론과 존재론의 대립을 넘어 바라보는 생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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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론: 들뢰즈와 생명과학』
시리즈명: 리좀 총서 Ⅱ 05
군지 페기오-유키오 지음|박철은 옮김
분야: 철학․과학|신국판 변형(150×220mm)|440쪽|27,000원
2013년 11월 25일 발행|ISBN: 978-89-7682-411-0 04100

이 책 『생명이론』(生命理論)은 1부에서는 들뢰즈의 철학과 베르그송의 시간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세계-내-존재'들에 관하여 설명하고, 2부에서는 자폐증 환자에서 보이는 시각적 서번트의 인지, 좌우가 바뀐 안경을 쓰고 미로의 통로를 찾는 실험, 뇌장애로 인한 편측 무시 등, 우리가 접해 보지 못한 다양한 인지 과학적 실험을 바탕으로, 생명의 체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생명을 바라볼 때 생기는 이원론적인 모순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무엇보다 들뢰즈 철학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저자의 설명, 그리고 칸토어의 대각선 논법 그리고 논리학 또한 깊게 이해하고 있는 저자가 분석하는 생명의 양상은 매우 독특하게 느껴지며, 독자들은 저자의 이러한 분석에 따라 생명이론은 과연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뇌과학에서 보이는 다양한 사례들과 인간에게 익숙한 인지와 운동을 벗어난 실험 과제들 속에서 자기 세계를 끊임없이 만들어 가는 우리 세계-내-존재들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자연스럽게 '살아 있음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죽음이 끝이라면, 죽음이라는 한계를 갖고 가야 하는 생명들은 어떻게 자신과 세계를 유의미하게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만약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대부분은 매일매일의 생활, 혹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의 시간들을 떠올릴 것이다.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떠올릴 수도 있다. 이 시간이 두 번 다시는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살아 있음이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체험하는 것, 생생한 '이 지금'이라고 답할 수도 있다. 은연중에 떠올리는 이 살아 있음에 대한 두 가지 대답을 확장시켜 보면,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생활, 일상의 시간은 생명의 지속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어떤 창조, 변혁, 돌연한 변화를 설명할 수 없다. 살아 있음이 어떤 타입(type)으로서 지정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생한 이 '지금'이 생명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이 '지금'이라는 순간은 순간일 뿐이다. 살아 있음이 순간만을 체험하는 것이라면, 시간은 곧 토큰(token)이 된다. 토큰으로서 시간을 바라보면 우리는 '나'라는 존재를 유지할 수 없다. 끝이 없는 변화만이 반복되면서, '나'를 유지시켜 주는 무언가는 해체되어 버린다. 이 두 가지 태도 중 어느 것도 생명을 이해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렇다면 살아 있음이란, 생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책 『생명이론』의 저자 군지 페기오-유키오(郡司ぺギオー幸夫)는 일본 고베대학교 대학원 이학연구과 지구혹성과학과의 전공교수이다. 일본에서 인공지능과 뇌과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많은 책을 출간(『원생계산과 존재론적 관측』, 『생명이론』, 『살아있는 것의 과학』, 『시간의 정체』, 『생명일호』, 『무리는 의식을 갖는다』)했다. 한국에서는 그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생명이론』을 먼저 소개하고 꾸준히 저자의 새로운 작업을 출간할 예정이다. 『생명이론』의 저자는 독특한 시선으로 생명을 바라보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생명이란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복잡계 과학을 바탕으로 '생명에 있어서의 시간', '인지 과학적 문제들에 있어서 의식이나 신체성' 등의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자기조직계 이론, 바이오컴퓨팅, 인공지능, 집단 이동하는 동물의 신체성 연구 등 저자는 폭넓은 분야의 세계를 분석하며 우리 시대의 '생명' 개념에 관해 독자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번 그린비에서 소개하는 『생명이론』은 1부에서는 들뢰즈․가타리가 함께 쓴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통하여, 살아 있는 생명과 들뢰즈 철학의 접목에 관해 기술하며, 2부에서는 수리논리학과 칸토어의 대각선 논법을 끌어들이고, 또한 운동과 시각, 특히 자폐증 환자들에서 흔히 발견되는 시각 서번트와 같은 문제들을 분석하며, 생명이 하나의 정태적인 현상, 혹은 동태적인 움직임만으로 설명될 수 없음을 드러내며, 생명을 둘러싼 세계와 생명 그 자체의 관계에 관해서도 새로운 시선으로 설명한다.

그린비출판사에서 출간하는 '리좀총서Ⅱ'는 기본적으로 '들뢰즈 이후'를 설명하는 시리즈다. '리좀총서Ⅱ'는 단순히 들뢰즈 철학을 해설하거나 주석을 붙이는 것이 아닌, '들뢰즈 사유'를 독창적으로 해석하고 연구하는 학자들을 소개한다는 기획 의도하에 진행되고 있다. 기존에 출간된 『강도의 과학과 잠재성의 철학』, 『생명과 장소』 모두 들뢰즈의 사유를 과학철학에 적용하여, 살아 있음의 의미와 생명과 세계의 관계를 독창적인 시선으로 보여 주었다. 특히 이번 『생명이론』은 생물학적인 실험과 현대 과학 분야의 최신 결과들을 한자리에서 읽을 수 있는 큰 장점을 갖고 있는 책이다. 그러면서 생명과학의 입장에서 들뢰즈 사상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할 뿐 아니라, 들뢰즈를 뛰어넘어 세계와 생명의 관계를 해석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이제까지 보지 못한 과학철학의 세계를 보게 될 것이다.

'생성하는 생명': 내부관측자의 발견
『생명이론』은 크게 2부로 구성된다. 1부 「생성하는 생명」은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존재론을 경유해 군지 자신의 독자적인 존재론 및 인식론, 연구의 방법론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들뢰즈의 철학을 참조하면서도 크게 일탈하고 있는 곳은 현실성, 가능성, 잠재성, 필연성 등 들뢰즈 사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개념들의 배분 형식에 있다. 그의 구분에 따르면 철학이 혼돈으로부터 무한 속도를 갖고 생성을 건져낼 때, 과학은 준거면(frame of reference)을 설정하고 함수와 상태의 지정 간에 정적인 관계를 찾아낸다. 그러나 생성을 강조하는 철학은 현실에서 구체적인 도구나 방법론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저자는 과학을 철학 쪽으로 열어서 생성을 포착해 갈 수 있으며, 그때 핵심적인 것이 '내부관측자'라고 해석한다. 사태의 외부에서 현상을 기술할 때 그 기술은 사태 전체를 전망하고 정적인 관계를 포착해 내는, 종래의 과학적 기술에 머무른다. 그러나 사태의 내부에서 행위로서 측정을 행할 때 이 측정은 부분적이고 국소적인 관찰에 머무르면서 행위의 경계 조건 자체를 변질시킨다. 함수도 상태도 끊임없이 변해 가고, 정적이던 가능공간은 그 외부를 끌어들이면서 역시 변해간다. 이로써 과학이 담지하던 가능성은 잠재성이 된다.

내부관측자는 철학과 과학의 구분을 허물면서, 이들과 예술[실험]과의 구분도 허물어 이 셋이 서로를 계기하면서 생명의 세 가지 양상, 즉 기원, 규범성, 변화를 포착하도록 한다. 예술이 감각과 재료(material)의 상호 계기를 통해 지각태와 감응태를 생성하듯이, (과학의) 실험에 있어 피험자는 과제와 계기하면서 실험-계의 경계 조건을 부단히 비일정하게 만든다. 이로써 약화된 철학, 과학, 예술은 과학적 영위 내에서 이론, 계산, 실험의 위상으로 서로 계기한다.
내부관측은 그 국소적인 관측의 한계, 전체와 초월적으로 상정되는 전체와의 어긋남을 통해 진행한다. 보는 부분인 내포와 보려고 하는 전체인 외연의 범주가 다르기 때문에, 이 둘을 이으려는 내부관측자의 영위를 통해 이 전체의 접합은 '약한 전체'를 만들고 시간을 흐르게 한다. 이 양자의 어긋남을 통한 모순의 발생을 부정적인 것에 머물게 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계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로써 칸토어의 대각선 논법에서 발생하는 무한에 얽힌 모순은 성장하는 전체에 의해 해결되고, 베르그송–들뢰즈의 시간의 네 가지 역설도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한 무한론의 모순과 같은 문제라는 것이 드러난다. 어떻게 기계적인 인과율에서 자유가 가능한가, 인지과학에서 말하는 프레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도 이 논의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가 주어진다.

'나의 의식이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변화해 가는 세계
2부 「나의 의식이란 무엇인가」는 1부의 논의를 통해 마련된 존재론과 인식론, 방법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인지과학의 문제들을 해명해 나간다. 내포와 외연의 어긋남과 상호계기와 같이, 관측자는 구체적인 개체나 대상으로서의 토큰과 속성, 강도로서의 타입 간의 끊임없는 상호계기를 통해 자신의 '감각질'(qualia)과 내적 이미지와의 동적 관계를 구성해 간다. 이 토큰과 타입이 전경, 배경으로서 어떻게 관계 맺어 '현상론적 의식'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특이한 인상, 예컨대 이미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을 더듬지도 않고 본 적이 없다고 확신하는 기묘한 느낌, 또 운동선수들에게 있어 공이 멈춰 보이는 듯 느껴지는 기묘한 시간감각 등도 규명 가능케 된다.

그때그때마다 형성되는 국소적인 의미론을 실행 환경으로 해서, 우리 뇌에서는 통사론적 계산도 행해진다. 불완전하게 전체가 탐색되기에 약한 전체가 구성되고 어디까지를 경계로 할지 잘라 말할 수 없는 프레임 문제와도 같은 상황에 놓인다. 내포와 외연의 어긋남은 무한론의 대각선 논법에서와 같이, 의미론 전체를 성장시켜 나간다. 외연–내포의 쌍은 수학적으로 첨가(ajunction)라 불리는 관계를 회복하도록 부단히 조작되고 그 대수적 형식은 분배율이 성립하는 불 대수속(lattice)으로부터 분배율이 성립하지 않는 모듈러속으로 변해 간다. 분배율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은 계산을 동시에 처리할 때와 순서대로 처리할 때의 결과가 다르다는 것이고 시간적으로 순서를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2부에서 구성하고 있는 불완전 개념속은 세포자동자(cell automaton)나 DNA 컴퓨팅에 적용될 수 있다.

두뇌손상에 의해 편측무시를 보이는 환자들이나 서번트 증후군이라 불리는 자폐증 환자들이 순간적으로 많은 수의 성냥을 셀 수 있는 현상도 타입-토큰 계산 모델에 의해 설명 가능하다. 이들은 일반인들의 타입-토큰쌍과 다른 심상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도 강한 타입적 인지를 억제하고 토큰적 지각을 강화시키면 서번트 증후군 환자와 같은 인지가 성립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좌우가 역전된 안경을 씌우고 종이 미로의 길을 찾는 실험을 행했다. 결과적으로 토큰적 기억이 강화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시각 서번트와 일반인의 차이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도의 문제가 된다.
현상론적 계산이 불완전한 탐색에 의해 가능세계 외부를 계속 언급하게 되면, 해공간 자체의 변질로 인해 이전의 오류가 답이 될 수 있다. 동시에 그것은 문맥이 변화하면 답을 결정할 수 없어 정지해 버리는 기계적 메커니즘이 아니라 변화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견고하게 유지되는 생명의 창발적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다. 

'삶과 죽음': 유한할 수밖에 없는 생명의 세계
이 책에서는 들뢰즈를 어떻게 과학 내에서 전회(転回)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전개되었다. 인식론 내에서 인식론의 모델, 존재론의 모델로서 각각 타입, 토큰을 들 수 있고 양자의 통합이 아닌 접합을 매개하는 개념 장치가 제3항으로서 구상되었다. 이리하여 앞서 말한 타입–토큰의 쌍대성이 결과로서 출현하는 동적․시간적 모델이 개설되고, 존재론의 지평으로 내려서게 된다. 타입과 토큰의 쌍대성이 유와 종, '것'과 '사물', 전체와 부분의 상보성 등, 매우 복잡하게 다양하게 변주되는 것 같지만 그 쌍대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원리적인 실재가 아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히려 그것은 결과로서 야기된다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통합이 아닌 접합을 매개하는 제3항의 의미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은 바로 세계와 세계-내-존재의 관계라고 정리할 수 있다. 세계와 인식과 존재자의 세계로부터 출발하는 것, 그것은 세계라고 말한 순간에 이름이 붙여질 수밖에 없는 것, 즉 외연일 뿐인 전체와, 그다음에 부분을 모은다는 의미에서 내포의 어긋남을 어떻게 정리하여 전체 개념을 구축할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세계 전체와 인식의 과정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처음부터 분리될 수밖에 없는 형태로 얽혀 버린다. 인식과 인식 대상이 함께 얽혀 있을 때만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 거기서 새로운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바로 전체이다. 세계-내-존재와 세계와의 관계에서 세계를 인식하는 어떠한 작동을 기술해 가면, 세계-내-존재와 세계 사이의 작동, 그리고 내부 안에서 움직이는 상황들이 얽히면서 세계와 세계-내-존재는 끊임없이 서로를 변경해 나간다. 하지만 세계는 국소적 시점에서 조각되고, 그것을 유한의 형태로 잘라 내기 때문에, 살아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은 시간에 관해서 한정지어질 수밖에 없다. 죽음은 그곳에서 등장한다. 저자의 빛나는 통찰력이 여기서 드러난다. 생명은 결국 죽음을 전제로 하여서만, 유한한 세계, 국소적 시점에서만 볼 수 없다는 어쩔 수 없는 한계를 통해서만 '살아 있음'과 '생명'을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삶 속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저자는 들뢰즈를 거쳐 현대 뇌과학의 최신 성과를 지나, 생(生)에 대해 말한다. “나는 어차피 죽을, 이 세계를 사는 나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나로 살고 있다. 까불지 마'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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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5 09:00 2013/11/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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