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단절의 시대를 극복하는 관계의 철학?
『헤르메스』의 철학자 미셸 세르가 말하는 소통의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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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전설』

미셸 세르 지음, 이규현 옮김 | 도서출판 그린비 | 인문학 서양철학
출간일 : 2008년 3월 15일 | ISBN(13) : 9788976823076
국배판 변형 (210X275mm)| 312쪽

하루의 시간과 포개어지는 일곱개의 장으로 구성된 픽션 형식의 철학적 대화. 한 남자와 한 여자, 두 주인공이 파리 샤를-드-골 공항을 배경으로 천사에 관한 특별한 대화를 나눈다. 두 사람이 서먹한 타인에서 친밀한 연인으로 변해 가는 동안 구체적 세계와 추상적 관념이 하나가 된다. 발자크, 디드로, 모파상의 소설에서 예술가의 뮤즈를 만나는가 하면, 정보화 사회의 윤리와 교육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에 눈 뜨게 된다.

∎ 지은이와 옮긴이 소개

지은이_미셸 세르 Michel serres | 수학자로서 출발해 라이프니츠 연구, 인식론 연구를 통해 바슐라르를 잇는 프랑스 인식론계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생애 후반에는 문학, 예술, 법, 교육 등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문화 일반의 가능성의 조건을 다루는 문화철학으로 나아가고 있다. 오늘날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통합을 모색하고 있는 세르는 데카르트, 베르그송, 구조주의로 이어져 온 프랑스 백과전서적 학풍을 이어받는 학자라고 할 수 있다.

1969년 클레르몽-페랑 대학에서 과학사 교수로 취임한 후, 파리 8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파리 1대학 역사학과에서 과학사를 가르치고 있다. 세르는 과학과 철학의 경계 지역을 자신의 학문 영역으로 삼는다. 주요 저서로는 '헤르메스' 5부작을 비롯해 <청춘, 쥘 베른에 관하여>, <오귀스트 콩트, 실증철학 강의>, <기생자>, <기원>, <초탈>, <기하학의 기원>, <자연 계약> 등이 있다.

옮긴이_이규현 | 서 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후 과정으로 프랑스 부르고뉴 대학에서 철학 DEA과정을 마쳤다. 현재 서울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옮긴책으로 <성의 역사 1>, <기호의 정치경제학 비판>, 논문으로는 '아폴리네르의 폭소', '폴 리쾨르의 이야기 정체성' 등이 있다.


∎ 목 차

옮긴이 서문 006

새벽 011
-천사들 012

동틀녘 021
-대천사 022
-바람 030

아침 043
-메시지 체계 044
-천사들의 도시 064
-사다리 084
-유령들 104
-수호자들 120
-날개 달린 메신저들 144

정오 157
-삼종기도 158

오후 165
-지품천사 166
-천사와 짐승 180
-사이비 신들 192
-악마의 증오 206
-지배의 천사들 218
-자비 234

밤 253
-점등 시간 254
-치품천사 266

자정 283
-성탄절 284

에필로그 298

사진 저작권 304
찾아보기 306


∎ 책 소개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서양 근대 철학은 『성경』의 이 첫 구절(「창세기」)에 주목하며 세계와 인식을 분리해 사고했다. 그 결과, 오늘날 담론들은 다양하게 분화되어 총체적인 지식을 이루기 힘들 정도로 분열되어 버렸다. 말씀이 산산이 부서지는 가운데 지식뿐 아니라 우리의 세계가 온통 파괴되는 동안, 사람들 사이엔 증오와 경쟁이, 오직 시체 더미만이 쌓여 간다. 이대로 종말이 오고 말까? 헤르메스의 철학자 미셸 세르(Michel Serre)는 “태초엔 (그 말씀을 전달하는!) 천사들이 있었다”는 사실에서 소통과 창조의 희망을 찾자고 주장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왜 천사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까? 세르에 따르면 “우리의 세계가 메시지 전달체계를 중심으로 조직”되기 때문이다. 소식을 전달하고―천사(ange;angel)라는 말은 메신저를 뜻하는 그리스어 앙겔로스(angelos)에서 나왔다―관계들을 맺어 주는 천사들은 무수한 형태로 존재한다. 그럼에도 그들에 관한 철학, 즉 관계의 철학은 결여되어 있다. 근대의 학문은 나누기에 급급했지, 실제로는 연결되어 있는 ‘사물들’을 있는 그대로, 전체로서 볼 줄 몰랐다. 세르는 힘주어 주장한다. “그러니 사물이나 생물의 망을 엮는 대신에, 뒤얽혀 있는 길들의 지도를 작성합시다.” 『천사들의 전설』은 그 지도 읽는 법을 알려 주는 책이다.

분과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합적 지식

한국의 독자들에게 세르는 유럽의 독특한 철학자로서 명성은 높았으나 그 철학의 내용은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헤르메스 5부작’을 통해 담론들 사이의 소통, 번역, 개입, 분배 등의 논리를 제시해 온 그는 흐름과 소통으로 지식의 총체화를 시도해 왔다. 그러나 백과전서파의 후예 세르가 주장하는 총체성은 헤겔의 총체성과는 다르다. 개별 분야에서 논의를 시작하되, 분과를 나누는 벽을 천사처럼 투과하고, 흔들며 조금씩 총체성을 향해 나아간다.
이 책은 새벽, 동틀녘, 아침, 정오, 오후, 밤, 자정의 일곱 장으로 구성된 픽션 형식을 띠고 있다. 한 남자와 한 여자(팡토프와 피아), 두 주인공이 하루 낮, 하룻밤 동안 천사들에 관해 특별한 대화를 나눈다. 천사를 자연 현상·소음·음악·언어·하느님의 메시지·사이비 신·야수·기계·권력자 등으로 묘사하면서 구체적 세계와 추상적 관념은 하나로 녹아든다. 한편으론 발자크, 디드로, 모파상의 소설에서 예술가의 뮤즈를 만나고, 정보화 사회의 윤리와 교육 문제에 대한 속 깊은 통찰에 눈 뜨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난해한 철학 소설이 아니다. 그보다는 소설의 형식을 띤 백과전서에 가깝다. 형이상학·인식론·가치론·윤리학(개념과 배제에 갇힌 논리학을 제외하고) 등 분과 철학이 합쳐져 근대 이전 통합 철학의 위상을 되찾고, 음악·미술·문학·교육학·신학·자연과학(지구과학, 물리학) 등이 교차하며 분과의 경계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그것을 넘나드는 충돌 사이에 새로운 지식이 창조됨을 보여준다. ‘지식의 음유시인’이라 불릴 만큼 시적인 문체가 이 규정하기 힘든 천재의 종합적 사유를 한층 감동적으로 느끼게 한다.

세르의 다른 책들처럼 『천사들의 전설』 또한 해박한 자연과학적 지식이 풍부한 이미지와 함께 어우러진다. 현대 도시의 심연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사진, 사물들의 심연을 확장해 드러낸 과학 사진 그리고 중세부터 현대를 아우르는 종교·미술 작품 등과 책장을 넘기노라면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바티칸 궁의 미술관, 랭스 대성당, 로마의 노숙자 앞으로… 천사들의 순간이동을 연상시키는 이들의 대화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소통을 위한 특별한 상징들: 팡토프, 피아, 공항 그리고 천사들

『천사들의 전설』에는 세계의 혼돈과 창조에 관한 흥미로운 상징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두 주인공, 항공사의 보안 책임자로서 끊임없이 여행하는 팡토프는 현실적인 객관주의자이고, 공항 의료센터의 의사인 피아는 감성적인 신비주의자다. 두 사람이 깊이 있는 철학적 대화를 나누면서 서먹한 타인에서 친밀한 연인으로 변해 가는 것이 이 책의 줄거리지만, 이 대화에는 특별한 무대가 제공된다. 파리의 샤를―드―골 공항, 현대의 역참. 메시지 전달체계 자체가 되는 이 건물은 투명한 튜브형 무빙워크가 중앙의 원형 광장을 가로지르는 건축 양식 자체로 메시지가 전달되고 순환하는 방식을 반영한다. 이 이야기 전체의 얼개를 보여주는 축소 모형인 셈이다. 두 등장인물의 이름조차 범상치 않다. 팡토프와 피아는 어디에나 있는 곳―즉 어디에도 없는 유토피아(Utopia)의 반대인―판토피아(Pantopia, 프랑스어 발음은 팡토피아)가 둘로 나뉜 분신인 셈이다.
피아에 따르면, 단어와 단어들을 연결해 주는 전치사, 사람들 사이에 소식을 전해 주는 우편집배원, 공간과 공간을 연결해 주는 비행기, 정보를 변환해서 옮겨 주는 컴퓨터와 인터넷, 지구의 열기와 냉기를 배분해 주는 바람과 대류… 이 모든 것이 천사다. 천사들은 무수한 형태로 존재하고, 우리는 날마다 수없이 많은 새 천사들을 창조한다. 이름조차 없는 작은 천사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소란스러운 소음에서 태초의 카오스가 순환적으로 찾아온다. 소음은 곧 음악과 춤, 노래가 되어 예술과 종교 전례의 배경이 되고, 이 창조의 사다리 위쪽에는 하느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천사들이 자리한다. 이렇듯 어디에나 존재하는 천사들은 부재(不在)의 형식으로 온 세상에 편재(遍在)하는 신의 현존(現存)을 증거한다.

현대 도시의 삶, 메마른 불사의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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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0 01:24 2008/03/20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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