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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린비 편집부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친구는 매킨토시에 매달려 ‘탁, 타닥, 타다닥’ 손놀림을 자랑하기도 하고, 또 어떤 친구는 홍보용 도서를 포장하면서 우체국 직원보다 빠른 솜씨를 자랑하기도 합니다. 한구석엔 오만상을 찌푸리고 보도자료를 쓰고 있는 친구, 교정지 뽑느라 프린터 앞에 매달려 있는 친구, 표지 시안 잘라보느라 칼질에 열중인 친구……. 이렇게 둘러보니 일하는 모습이 여느 사무실과 달라 보이지 않네요(뭐랄까…, 자유롭고, 여유롭고, 즐겁다는 것을 빼면 말이죠^^). 그래도 다시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른 사무실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빨간 펜, 파란 펜, 수정액, 연필, 지우개 등등을 사열하듯 늘어놓고는, 교정지에 머리를 박고 있는 ‘편집자 본연의 모습’(두둥~!!) 말입니다.

사실, 최근에는 ‘교정교열’에 대한 출판사들의 대접(!)이 그다지 시원치 못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교정교열이야말로 ‘편집의 본령’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이라는 일이 글쓴이의 사상이나 이야기를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읽는이에게 전달하는 것인 만큼, 편집자가 책의 문장 하나하나, 글자 하나하나와 씨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무리 장정이 좋고 홍보가 잘 된 책이라도, 결국 ‘독서’라는 행위는 그 안의 텍스트를 통해 이뤄질 테니까요. 읽으려고 펼치자마자 오자가 수두룩한 책, 번역이나 사실관계에 오류가 많아서 도무지 알아먹을 수 없는 책을 가지고 독서에 몰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긴…, 저도 ‘편집자’라는 직업을 가진 터라, 쉽게 남 흉을 볼 처지는 아닙니다. 보고, 보고, 또 봤는데도, 책이 출간되고 나면 이런저런 오자가 터져 나오게 마련이거든요. 어디들 숨어 있다가 그렇게 튀어나오는지……. 스티븐 킹이 편집을 일컬어 ‘신의 일’이라고 했다는데, 크게 틀린 말 같지는 않습니다. 수십만 개의 글자, 수만 개의 낱말을 다루면서 오타와 오류의 가능성을 0%으로 만드는 일! 게다가 여기서 끝나지도 않습니다.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만큼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주술관계 꼬인 문장 바로잡기’, ‘알아보기 쉽게 표 짜기’부터 ‘하이픈 앞뒤로 자간 넓히는’ 세세한 일까지(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편집자들의 세세한 작업에 대해서는 지난 주 주승일 차장이 포스팅했던 글을 참조하세요), 책 안의 모든 요소들이 ‘편집’의 대상입니다.

이렇게 여러 요소를 신경 써야 하는 만큼, 그리고 편집자가 신이 아닌 이상, 방법은 여러 번 집중해서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교정교열은 최소 세 번 이상 보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그렇다고 똑같은 강도와 방식으로 세 번 보는 것은 아닙니다. 이 교정교열 단계들에는 각각 ‘초교’, ‘재교’, 'OK교정'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 이름이 다른 만큼 중점적으로 보는 지점이나 방식이 모두 다르거든요. 거칠게 비유하자면, 화전을 일구는 작업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처음 화전을 일굴 때, 농부는 적당한 터에 불을 질러 땅이 드러나도록 할 겁니다(조판). 그러고 나서 큰 돌이나 나무뿌리를 뽑아 내구요(초교). 나란히 이랑을 만들겠지요(재교). 그러고는 가지런히 작물을 심어(OK교정) 수확을 기다릴 겁니다. 너무 거칠었나요? 그렇다면 이제 그린비가 어떤 원칙과 프로세스로 초교부터 OK교정까지 진행하고 있는지를 간단히 말씀드리지요. 각 교정교열 과정에 대한 더 세부적인 내용은 앞으로 포스팅할 글에서 다룰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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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찾고-수정하는 편집자의 "손"
: "소양들을 신체에 각인시켜서,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불편함을 느끼고 반응하는 경지"


<몇 가지 원칙>

1) 교정교열은 편집자가 ‘집필’을 하는 장이 아닙니다. 글에는 글쓴이 저마다의 스타일이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어순 도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줄임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조사 ‘이, 가’보다 ‘은, 는’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지요. 이런 글쓴이의 스타일을 몽땅 뒤집어서 자기 글로 만들어서는 안 되는 거지요. 물론 이렇게 고치면 자신은 읽기 편하겠지만, 스타일을 잃어버린 글은 이미 글쓴이의 글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또 하나 글에 따라 비표준어를 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인터뷰 모음집과 같이 ‘입말’의 느낌을 살려야 하는 책일 경우, 표준어 사용을 고집하다 보면 책이 밋밋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태백산맥』의 사투리를 모조리 표준어로 바꾸어 놓는 폭력을 은연중에 저지를 수 있다는 겁니다.

2) 책의 모든 요소가 교정교열의 대상입니다. 교정교열을 볼 때 자칫 방심하면 본문만 따라가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각주나 도판 설명 한두 개를 보지 않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구요. 따라서 본문, 각주, 도판, 도판 설명, 도표, 하시라+, 뿐만 아니라 표지와 부속물의 모든 요소가 교정교열의 대상이라는 점을 항상 명심하고 몸에 익혀야 합니다. 이 모든 요소들이 편집자의 손을 거쳤을 때 책은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몸에 익지 않아서, 혹은 ‘맞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그냥 넘어간 곳에서 꼭 사고가 터지기 마련이구요. 특히 초보 때에는 본문 내용만 따라가다가, 도표, 각주, 캡션 등에 있는 오류를 잡지 못하고 넘어가는 일이 더 빈번해서 각별히 신경을 쓰고 의식적으로 훈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 하시라 : 페이지 아래나 위에 (혹은 옆에) 쪽수를 표시하는 부분,
통상 책제목이나 장제목 등을 함께 기재합니다.

3) 자신을 100% 믿지 말아야 합니다. 교정교열 과정에서는 자신이 평소 알고 있었다고 확신한 것들이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맞춤법이든 역사적 사실이든 조금이라도 미심쩍다면,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겠지요(단 이때, ‘네이버 백과사전’, ‘지식인’ 등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도 100% 믿어서는 안 됩니다. 오류가 많거든요). 다만 원고의 맞춤법과 사실들을 나올 때마다 매번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므로, 평소에 꾸준히 맞춤법에 대한 감각과 기본적인 상식, 해당 분야의 소양을 갖추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 소양들을 신체에 각인시켜서,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불편함을 느끼고 반응하는 경지에 올라야 하겠지요.


<교정교열 과정 : 초교부터 OK까지>


1. 초교
‘초교가 반입니다’.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초교에서 끝내야 합니다.
●조판 과정에서 깨진 글자나 특수기호는 없는지, 누락된 원고나 요소(도판, 각주 등)는 없는지 확인합니다. ●가능한 한 많은 오타를 잡아내고,  책 내용의 사실관계를 모두 확인합니다. ●초교 중에 원고의 성격을 파악 하고, 인명․지명 표기 원칙, 개념어 띄어쓰기 원칙, 각주 처리 원칙 등을 확정합니다. ●주술관계가 꼬이거나 의미가 분명치 않은 문장, 잘못된 번역으로 추정되는 문장은 정리하여 추후 저․역자에게 문의합니다. ●초교 중에 표지 디자인을 발주합니다. ●초교를 진행하는 동안 미비된 부속원고(서문, 추천사, 옮긴이 후기 등)가 있으면 모두 체크하여 받아 둡니다.   

2. 재교
재교는 초교에서 놓친 부분이 없는지 다시 확인하고, 띄어쓰기 등 초교 과정에서 확정된 원칙대로 여러 요소들을 통일적으로 배치하는 과정입니다.

 ●처음 출력한 재교지와 초교지를 대조하여 수정되지 않거나 잘못 수정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합니다. ●초교지와 대조한 재교지로 다시 한 번 꼼꼼히 교정교열을 보되, 많은 부분이 초교에서 해결된 만큼 초교보다는 통상 스피디하게 교정교열을 마치게 됩니다. 빨간 칠이 초교 때만큼 나온다거나, 도판이나 도표, 각주 등의 변동으로 판면이 흔들리는 것은 초교 때 챙겨야 할 것을 다 챙기지 못한 탓인 경우가 많습니다. ●재교에서는 초교 과정에서 확정된 복합명사의 띄어쓰기를 책 전체에 통일시킵니다. ●‘판권’, ‘일러두기’, ‘목차’(임시), ‘참고문헌’ 등 자잘한 부속물들을 모두 완성하여 페이지를 채우고, 이를 기반으로 배열표를 미리 작성해 놓습니다.

3. OK교정
OK교정은 책이 나오기 직전, 모든 요소들을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물론 최종적으로 훑어보면서 놓친 오자가 없는지도 살펴야겠지만, (초․재교가 철저하게 이루어졌다는 전제 하에) 그보다는 책의 전체 구성요소를 살피는 총점검의 시간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 OK교정지에서는 찾아보기를 제외한 모든 페이지가 완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판권과 일러두기, 참고문헌 등 부속물들도 모두 최종적으로 완료되어야 하며, 대수++에 맞춰 찾아보기를 몇 페이지 뽑을 것인지도 확정되어 있어야 합니다. ●찾아보기는 통상 페이지가 완전히 확정된 OK교정지에 진행합니다. ●OK는 최종점검의 단계입니다. 따라서 어쩌다 놓친 띄어쓰기나 오타만 남아 있어야 하며, 문장을 고쳐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야 합니다. 찾아보기 작업도 OK교정지에서 이뤄지므로, 판면이 흔들리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합니다. ●OK교정에서 수정사항이 많이 나와 한 번 더 대조를 할 필요성이 있거나 판면 전체가 흔들린 경우, 최종 교정지를 한 번 더 출력해서 대조 및 찾아보기작업을 진행합니다. ●OK 단계에서는 책의 모든 요소를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담당자가 마감작업으로 피곤한 상태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 원고를 여러 번 본 터라 눈이 무뎌져 있을 가능성도 크고요. 따라서 확인 작업을 다른 사람이 크로스해서 도와주는 것이 능률면에서나, 실수를 줄인다는 면에서나 바람직합니다.

++ '대' : 한 대는 인쇄용지 한 장에 인쇄되는 페이지 수를 말합니다.
가령 전지 한 장에 앞뒤 16페이지씩 32페이지가 인쇄된다면 32페이지가 1대를 이룹니다.
따라서 320페이지인 책은 10대를 찍어야 합니다. 제작관련 포스팅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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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교정지, 오른쪽은 교정지의 두께가 응축된 결과물로서의 책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전과정, 거기에 제작, 마케팅이 함께 갈 때 온전한 책 한권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거기에 독자의 독해가 더해졌을 때, 한권의 책이 생명력을 얻게되는 것입니다.

- 편집부 박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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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8 15:00 2008/04/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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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룰루룰루 2008/04/22 00:38

    이게 무협지처럼 술술 넘어간다는 그 책 교정 과정인가요? 책 가격을 보고 질겁을 했으나 우리 세미나팀에서 다음 책으로 읽자고 오늘 결정했습니다.(책값 세일 기간은 없나요?ㅋ) 얼마나 술술 잘 넘어가는지 얼마있지 않아 확인 들어갑니다~~교정하는 사진 속의 오동통한 손은 제가 아는 박모모님의 손 같은데 아닌가요? ㅎㅎ 정형돈 손이라 해도 모두 다 믿을 것 같습니다. 교정 교열의 과정 재미있게 읽었어요. 글로만 봐선 무척 바쁜 작업인 척 보임에도 불구, 짬을 내어 대중지성 학인들에게 유머러스한 술자리를 베풀어 주시다뇨, 느무 감격스럽사옵니다~.

    • 박모모 2008/05/07 14:34

      허걱!! 누..누구시죠? 뭐 어쨌든.. 이렇게 저희 블로그까지 찾아주시고, 감사드려염. 그리고 '무협지처럼 술술'이라는 말은 '철학책치고는'이라는 조건이 있다는 말을 제가 술김이라서 하지 않은 모양이군요^^ 그래도 어쨌든 잘 읽으시고.. 목요일에 뵈어요.

  2. -_-;;; 2008/06/28 09:46

    검색으로 들어외서 읽어보니 정말 힘든 일인듯합니다;ㅁ;
    전 정말 맨땅에 헤딩하기 식이라 잘해낼 수 있을지;;
    비록 개인출판이긴 하지만 잘해내고 싶은 욕심이 커서 이런거 저런거 알아보는데여
    정말 산넘어 산인 느낌입니다 흑흑;;

    • 그린비 2008/06/30 11:03

      -_-;;;님 안녕하세요!
      정말 쉬운 일은 아닌게 맞습니다만, 아주 못할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용기를 가지세요!! ^^ 앞으로도 -_-;;;님과 같은 분들에게 유용한 정보들을 꾸준히 제공하려고 합니다. 종종 방문해 주세요!

  3. 교정 2009/03/28 22:53

    좋은 정보 감사해요 ^^

    • 그린비 2009/03/30 10:19

      별 말씀을요 ^^

  4. 마왕 2009/05/19 10:11

    하시라는 일본식 출판 용어입니다. '면주'라고 하시는 게 더 좋을 듯합니다.

    • 그린비 2009/05/19 10:18

      마왕님, 안녕하세요.
      출판 용어 중에 일본어가 많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5. 아리지현 2009/10/22 10:51

    그린비 출판사 블로그 발견(!)은 저에겐 행운과도 같네요...개인출판자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글들입니다! 감사합니다.^^*

    • 그린비 2009/10/22 11:06

      출판의 세계에 들어오신 걸 환영합니다! ^^;;
      앞으로도 출판과 관련된 컨텐츠들을 포스팅할 계획이니 자주자주 뵈어요.

  6. 출판인 2010/01/15 09:07

    중요한 건 필자님의 글에도 띄어쓰기 오류가 있다는 사실......

    어쨌든 잘 봤습니다. 수고하세요.

    • 박순기 2010/01/15 09:59

      하하하~~ 보고 또 봐도 나오는 것이 오타고 띄어쓰기 오류라서요.. 더 주의해야 겠네요.. 몇 가지 지적해 주시면 고쳐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