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짓기, 독자와 만나는 제1의 소통 창구
편집·디자인 후기
2008/05/02 10:36

제목은 책이 독자와 만나는 제1의 소통 창구입니다. 표지의 느낌과 함께 독자들에게 첫인상을 심어주는 책의 얼굴이기도 합니다. 온라인서점이든 오프라인서점이든 독자들은 책을 제목부터 보기 시작하며, 해당 책을 제목으로 인지하고 기억합니다. 이러니 제목을 짓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편집자들을 고달프게 합니다.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을 끌기 위해서 제목 짓기에 악전고투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출간 직전까지 제목회의를 거듭할 때는 살이 쫙쫙 빠지죠.
제목을 잘 지어서 베스트셀러가 된 예화도 부지기수입니다. “제목이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시대의 분위기를 잘 짚어 냈다”며 판매량의 공을 제목에게 돌리는 일도 많고, 베스트셀러가 된 제목들만 분석해 시대의 흐름과 제목 짓는 경향을 읽어 내기도 합니다. 혹여 독자들의 구매와 직결되는 게 아니다, 라고 할지라도 분명 책을 필요로 하는 독자들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받게 하는 데 제목보다 더 효율적인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앞의 제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독자가 품을 팔지 않고 금방 책을 찾으려 했다면 자신에게 꼭 필요한 책을 놓칠 수도 있는 일이지요.
그리고 제목을 짓는 일은 편집 작업 전 과정을 보았을 때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책 제목에 따라 하위의 부․장․소제목과 편제에 변화가 일어나며, 본문의 구성과 레이아웃, 각주와 인용출처 처리 방식, 표지 분위기까지 결정짓는 핵심 요소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제목은 늦어도 편집 계획을 세우기 전에 결정해야 합니다. 책의 핵심 내용과 가치를 한마디로 요약하고 있는 컨셉과 함께 제목은 편집의 흐름을 좌우하는 방향타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책 제목이 가능한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책 내용을 정확히 나타내는 제목
책 제목은 내용을 나타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제목만 가지고서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도록 제목을 짜는 게 중요합니다.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문학적인 제목은 독자들에게 외면받기 십상입니다. 이럴 경우엔 보통 부제나 표지 이미지로 보충하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합니다만, 적어도 해당 책을 꼭 사볼 독자들은 인지할 수 있는 제목이어야 합니다.

2. 인터넷 검색이 잘 되는 제목

3. 시대의 요구에 반응하는 문제설정형 제목
사회현상을 날카롭게 짚어 내 이슈화할 수 있는 한마디, 최신 트렌드로 뜰 만한 잠재력을 갖춘 신조어, 대중의 욕망이 현실로 발휘되도록 유도하는 키워드! ‘한 단어’가 줄 수 있는 영향력이란 측면에서 보자면 신문이나 연예인의 말 못지않습니다. 이런 단어는 책의 판매량을 예상치도 못하게 확 올려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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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들의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88만원 세대』는 작년 사회문제를 이슈화한 대표적인 예이구요,『블루오션 전략』은 하나의 트렌드가 될 만큼 파급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대중의 욕망을 건드리는 제목은 워낙 널려 있긴 한데요, 대표적인 게 ‘재테크’ 관련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문서로 보자면, 인문학에 대한 욕망을 건드려 주는 『희망의 인문학』이나 먹는다는 것의 윤리학(원제가 The Ethics of What We Eat입니다)을 말하고 있는 『죽음의 밥상』도 음식에 관한 독자들의 잠재된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4. 독자에게 얻는 아이디어성 제목

5. 언어의 맛을 살린 참신한 제목

이 밖에 『오래된 미래』나 『자본을 넘어선 자본』같이 역설형의 제목, 『필로디자인』(philosophy+design)처럼 단어를 결합시켜 만든 신조어,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처럼 의문형의 제목 등도 언어 형식을 통해 책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제목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정리는 해보았는데요, ... 그러나 책 제목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합의되어 결정된 하나의 안이 최선의 제목일지도 모릅니다. 하여, 오늘도 편집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제목과 씨름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제목은 독자와 처음 만나는 얼굴이자 편집의 흐름을 좌우하는 방향타니까요.
- 편집부 주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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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brave trials astuces
Tracked from brave trials astuces 2014/10/15 03:18 삭제그린비출판사 :: 책 제목 짓기, 독자와 만나는 제1의 소통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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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필요없어~!! '수능에 나오는' 이란것만 붙여주면 수험생이랑 수험생 엄마들은 다 사게 되있어 ㅋㅋ
수험생관련인들만 잡아도 대박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