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어떤 의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은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으로 부각되었던 추진력과 뚝심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정책 수행 과정에서는 국민들에게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도력은 최근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로 적잖은 타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영어 공교육 문제와 한반도 대운하와 같은 이명박 정부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사건이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상이 끝난 후 “국민들이 싸고 좋은 소고기를 사 먹을 수 있게 됐다”라는 말만큼 이명박 대통령의 개성을 잘 보여 주는 예도 없을 것 같습니다.

고지훈은 『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2005, 앨피)이라는 책에서 한국 현대사의 ‘등장인물’들을 논합니다. 고지훈은 김구, 신익희와 같은 해방 정국의 정치가에서부터, 전태일과 박종철과 같은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현대사의 다양한 인물들을 몇 가지 특징으로 묶어 놓았다는 점입니다. 고지훈이 분류해 놓은 범주가 참 재미있습니다. 김구와 신익희, 조병옥을 다루는 장의 제목은 “절대권력의 맞수 되기”입니다. 김구와 신익희, 조병옥은 이승만이라는 권력에 반대하다 ‘의문사’한 사람들입니다. 세 사람의 이념적 지향은 다르지만, 고지훈은 이승만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그들을 그려 냅니다. 그리고 “절대권력의 2인자 되기”라는 장에는 이승만의 ‘시녀’였던 이기봉을 다루고 있습니다. 『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의 이런 분류는 정당사, 혹은 정치사 위주로 알고 있던 현대사를 흥미 있게 재구성해 줍니다. 가령 “‘전향’의 세 가지 스펙트럼”과 같이 한국 현대 지식인들의 내면을 잘 보여 주는 동시에, 현재의 한국사를 구성하고 있는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의 역사도 읽어 내고 있습니다.

고지훈의 책을 읽으면서 저는 +‘역사는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반복된다’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고지훈의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현재 한국 정치사에도 끊임없이 등장하면서, 한국 정치를 코미디 판으로 만들어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정희, 전두환과 같은 ‘제왕적 대통령’의 재현이자, 과거의 옷이 현대에는 얼마나 맞지 않는지를 보여 주는 ‘희극배우’이기도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한국의 현대 정치판에서 뒹굴고 있는 많은 배우들은 과거의 비극을 ‘희극’으로 재현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 시간이 좀더 지난다면 그들은 희극배우로 높은 평가를 받게 될 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우리는 많은 세월을 노력해야 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고지훈의 책은 ‘이명박 시대’를 사는 오늘날 꼭 필독해야 하는 저서이지 않을까요?
+원문 : "헤겔은 어디에선가, 모든 거대한 세계사적 사건들과 인물들은 말하자면 두 번 나타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이는 것을 잊었다 : 한 번은 비극으로 다른 한 번은 소극笑劇으로."
(『칼 맑스-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 선집』2권 「루이 보나빠르뜨의 브뤼메르 18일」중에서)
※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고경일의 그림입니다. 현대사 인물들을 캐리커처로 그린 고경일의 그림은 고지훈의 글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 편집부 진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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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국님의 댓글은 방명록(Guestbook)으로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