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화로 읽는 장자 : 세 번째 - 노나라 새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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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들어보지 못했는냐? 옛날 바닷새가 노나라 서울 밖에 날아와 앉았다. 노나라 임금은 이 새를 친히 종묘 안으로 데리고 와 술을 권하고 아름다운 궁궐의 음악을 연주해 주고, 소와 돼지, 양을 잡아 대접하였다. 그러나 새는 어리둥절해 하고 슬퍼하기만 할 뿐, 고기 한 점 먹지 않고 술도 한 잔 마시지 않은 채 사흘 만에 결국 죽어 버리고 말았다. 이것은 사람을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른 것이지,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지 않은 것이다.

장자가 들려주는 이 이야기를 읽고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아마 노나라 임금의 우매함이 아닐까? 한 나라의 임금이라는 사람이 새 기르는 법도 모르다니. 신하들은 또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새를 그렇게 길러서는 안 된다고 임금에게 말 한 마디 못 한단 말인가?

하지만 노나라 임금의 우매함을 마냥 탓할 수만도 없다. 노나라 임금은 아마도 구중궁궐 높은 곳에서 사람만을, 그것도 자신을 섬기고 따르는 신하들만을 상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바닷새라는 새로운 존재를 마주했음에도 사람을 대접하는 방법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을 터. 만약 사람이었다면 감격했을지도 모를 임금의 지극한 대접이 바닷새에게는 죽음을 재촉하는 고문이었던 것이다. 신하들이야 바닷새가 어찌 되든, ‘미물’에게까지 지극한 대접을 하는 임금의 ‘하해와 같은’ 은혜만을 칭송했을 테니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노나라 임금을 비웃기에는 뭔가 께름칙한 것이 있다. 화분 하나라도 길러 본 사람이라면, 생물을 기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금방 말라버리거나 썩어버리는 화분들. 어디 화분뿐이겠는가? 어린 시절 길러보겠다고 사오거나 잡아왔다가 죽게 한 이런저런 동물들은 떠오르지 않는가? 기르던 생명이 하나씩 죽을 때마다 아이들은 한 뼘씩 자라기 마련이다. 잠시의 기쁨을 위해 생명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 무언가를 기르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성인이 된 우리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노나라 임금의 우매함에서 벗어났는가? 장자의 이 우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힘을 갖는다. 언뜻, 어리석기 짝이 없어 보이는 노나라 임금의 이야기를 찬찬히 읽다 보면, 그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이 맺는 수많은 관계들. 그 관계들 속에서 겪게 되는 갈등들은 여전히 자신에게 내면화된 삶의 방식을 다른 이에게 강요하는 데에서 생겨난다.

특히 부모와 자식 사이나 부부 사이처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덧칠된 관계 속에서 이런 갈등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런 관계 속에서 심각한 갈등은 주로 상대를 ‘소유’하려고 하는 집착에서 생겨나기 마련이다. 이런 집착은 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지만, 결국 자신의 삶을 상대에게 강요함으로써 상대를 말라죽게 하기 십상이다. 마치 노나라 임금의 대접에 시달리다가 죽어버린 바닷새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갈등의 해법으로 장자가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자신에게 내면화된 삶의 방식이 절대적이 아님을 깨닫고, 다른 이의 삶의 방식을 존중할 것.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다른 이와 접속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할 것! 이것이 바로 장자의 해법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또 언제 어디서,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나로 인해 ‘죽음’을 맞게 될지 모르는 일. 그런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장자의 이런 해법은 두고두고 곱씹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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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리라이팅 클래식 004
강신주 지음 / 도서출판 그린비 / 인문(철학), 고전

출간일 : 2007-08-10 | ISBN(13) : 9788976823045
양장본 | 296쪽 | 205*140mm


2007/08/20 15:16 2007/08/2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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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volmae 2007/09/14 05:45

    담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