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08 IPA 서울 총회 번역권 세션에서 발표한 자료입니다. 번역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을 위하여 포스팅합니다.

“저작자 권리보호와 공정이용 사이의 균형”이 필요!!


번역권은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아 원저작물을 외국어로 번역·발행할 권리를 말한다. 따라서 번역권의 문제는 저작권의 문제다. 저작권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저작물은 전적으로 저작권자의 소유이고,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저작권법이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보호와 공정이용(fair use) 사이의 균형을 통해 ‘문화의 향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법이다.

그러나 저작권을 둘러싼 국제협약은 저작자의 권리가 강화되는 쪽으로 계속 개정되면서 ‘권리 보호와 공정한 이용’ 사이의 균형을 깨고 있다. 2007년에 미국과 한국이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이 단적인 예다.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와 베른협약에 가입한 국가로서, 외국인 저작물을 이미 국제적 수준(global standard)에서 충분히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미FTA를 통해 저작권 보호기간이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사후 70년으로’ 20년 더 연장되었다(협정문이 발효되고 2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2010년부터 저작권 보호기간이 사후 70년으로 늘어난다). 이처럼 저작자 권리보호의 강도가 날이 갈수록 세지는 것은 신자유주의 시장질서의 전 지구적 관철에 따른 필연적인 귀결이겠지만, 이러한 현실은 번역을 통한 지식의 원활한 국제교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저작자의 권리만을 일방적으로 강화해서는 결코 지식의 국제교류와 인류문화의 향상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문화발전의 원동력은 창작의 결과물에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함으로써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창작에 필요한 자원을 보다 쉽게, 보다 싸게, 보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개방적 환경으로부터도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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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보호'와 '공정이용'의 균형확보 -> 지식의 자유로운 유통구조 창출

21세기는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인터넷은 그 속성상 공유와 개방을 특징으로 하며, 접근의 용이성과 쌍방향성을 추구한다. 게다가 지금은 세계화 시대다. 각 나라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더 이상 일국의 문제로 그치지 않으며, 상호 연관 속에서 인류 공동의 대처와 지혜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변화된 환경은 우리 출판인들로 하여금 지식의 생산과 유통에서 개방성과 공유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저작권 개정은 지식에 대한 사적 소유의 폐쇄성을 심화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다. 앞으로 저작권법  개정은 저작자의 권리 강화보다는 공정이용을 강화하는 쪽으로 커다란 방향이 잡혀가야 하며, 그럼으로써 '저작자의 권리 보호와 공정이용 사이의 균형'을 시급히 회복해야 한다.


한국 번역출판 시장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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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08 국제출판협회(IPA) 서울 총회의 공식 로고(출처_연합뉴스)

이번 IPA(국제출판협회) 총회의 주제가 ‘함께 하는 미래의 다양성’이다. 지구촌의 독자들이 다양한 문화에 대해 넓고 깊게 이해할 때 미래의 공유와 다양성의 추구가 가능하다. 이 목표를 위해 출판은 보다 다양한 지식을, 보다 빠르고 값싸게, 자국의 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번역을 통한 국제간의 지식 교류는 늦고 좁고 비싼 것이 현실이다.

2007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출판산업 규모에 있어 세계 8위의 국가이며,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번역서의 발행량과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신간 출판종수 중 번역서 점유 비율은 대략 30% 정도이고, 한국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30위권 도서 가운데 번역서가 16종을 차지할 만큼 그 비중 또한 매우 크다. 한국의 경우 번역을 통한 국가간의 지식 교류는 지표상으로는 매우 넓고 빠르고 활발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번역서의 원산국별 편중이 심하고, 출간 속도가 매우 느린 여러 부정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문화간 통로로서 번역출판의 속도와 물량과 비용의 효율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과도한 로열티의 문제
한국의 경우 외국의 원저작자에게 지급하는 로열티는 대개 정가의 6~9%에서 이뤄지고 있다. 계약금에 해당하는 선인세(advance)는 2000~5000달러 사이에서 주로 결정되며, 소설이나 실용서처럼 경쟁이 치열한 분야는 최근 2~3년 동안 금액이 5배 이상 올랐다. 선인세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상호경쟁과 입찰(bidding)의 성격이 강하므로 그렇다 치더라도, 인세(royalty)는 계약 상대국의 특수한 시장 상황을 감안해 적정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의 6~9% 인세율은 한국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높다.

한국 시장에서 인세율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인세 계산 방식의 차이, 둘째 출판시장의 크기 차이, 셋째 서점 유통 시스템의 차이가 그것이다.

먼저 인세 계산방식을 살펴보자. 출판사는 출판권을 독점적으로 확보하는 대가로 저작권자에게 인세를 지급한다. 인세는 책값의 일정한 퍼센티지로 지급된다. 그러나 해당국가가 도서정가제를 채택하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인세 계산의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주요 OECD 국가 가운데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아일랜드, 뉴질랜드, 체코, 핀란드, 그리스, 헝가리, 스웨덴 등의 11개 국가는 도서정가제를 금지하고 있고, 한국, 일본, 오스트리아, 덴마크,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10개국은 도서정가제를 허용하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 2개국은 도서정가제를 의무화하고 있다. 도서정가제를 의무화하거나 허용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저작권자에게 정해진 책값, 즉 정가의 일정 퍼센티지를 인세로 지급하지만, 도서정가제가 금지되어 있는 국가에서는 책에 정가가 매겨져 있지 않는 만큼 서점에 공급하는 책값에 일정 퍼센티지를 곱해 인세로 지급한다. 한국에서 출판되는 전체 번역서 가운데 미국(41.2%)과 영국(8.1%)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반에 해당한다. 공교롭게도 미국과 영국은 도서정가제를 시행하지 않는 대표적인 국가다. 이제 한국과 번역계약을 맺을 때 적용되는 인세율 6~9%가 미국 시장과 한국 시장에서 갖는 의미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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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현재 번역 출판의 악순환 구조

한국의 경우 국내 저자의 책을 낼 경우 보통 정가의 10%를 저작권 사용료로 지불하지만, 번역서를 낼 경우 미국의 원저작권자에게 정가의 6~9% 인세를, 국내 번역자에게 정가의 6%에 해당하는 인세를 지불함으로써 결국 정가의 12~15%를 인세로 지불하게 된다. 정가의 12~15% 인세를 미국의 경우처럼 서점에 공급하는 가격으로 환산해 보면(한국의 경우 서점에 책을 공급할 때 평균적으로 정가의 65%에 공급한다), 무려 18~23%가 된다. 한국 출판사들의 이익률이 매출액의 10% 전후임을 감안할 때 이는 지나치게 높은 인세이며, 이는 곧바로 번역서 출간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다양한 외국 저작물이 번역 소개되는 것을 가로막는 주요인이 된다.

둘째, 인세율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출판시장의 크기도 한국은 매우 작다. 한국의 경우 2006년 기준 총매출이 2조 5천억 원(25억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시장 규모에서 지금과 같은 수준의 로열티는 너무 비싸다. 영미권 국가의 경우 전 세계에 영어를 쓰는 국가가 많으므로 독자층 또한 자국민에 한정되지 않으며, 따라서 시장의 규모도 매우 크다. 반면 한국의 경우 한국어를 쓰는 자국민을 상대로 출판할 수밖에 없는데, 한국어를 쓰는 인구는 4800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북한 2400만 명까지 포함하면 총 7200만 명이지만, 한국에서 발행되는 책은 북한에서 유통되지 않으므로 결국 4800만 시장으로 봐야 한다). 한국어는 전 세계에서 한국 국민만이 쓰는 매우 독특한 언어다. 전 세계 그 어떤 언어와도 가족유사성이 없기 때문에 한국어 번역은 번역가에게 많은 전문성과 독창성을 요구하고, 충실한 번역을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번역의 난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번역가에게 좀더 높은 번역료를 지급함으로써 우수한 번역인력 풀을 확보하고, 이 토대 위에서 보다 다양한 책이 많이 번역되는 선순환 구조의 정착이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높은 인세율 구조에서는 번역가에게 돌아갈 몫이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기가 어렵고, 이는 결국 번역출판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저작권 계약을 맺을 때 해당 국가의 이런 특수한 사정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으면 선진국과 개도국 혹은 중심부와 주변부 지식문화 사이의 불균등 발전은 더욱 심화 확대될 수밖에 없다.

셋째, 책의 서점유통 방식의 차이에 따른 한국 시장의 특수성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한국의 경우 책의 유통이 위탁판매 시스템 하에서 이뤄지고 있다. 위탁판매제란 책이 출간되면 일단 서점에 책을 진열해 놓고 파는 방식으로, 이 시스템하에서는 판매가 이뤄지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대금이 정산 결제된다. 물론 팔리지 않으면 서점은 언제든 출판사로 책을 반품할 수 있다. 지금 한국 출판시장의 평균 반품율은 30%로 매우 높은 편이다. 현매제인 미국의 경우 책이 서점에 공급되는 즉시 대금결제가 이뤄져 자본의 회전율이 높지만, 위탁판매제를 시행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판매대금 회수가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자본의 회전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이런 구조에서 한국 출판사들의 이윤율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이런 사정도 인세율을 산정할 때 고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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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순환 구조를 창출해야 함_

위에서 말한 세 가지 주요 원인, 즉 인세 계산 방식, 시장의 크기, 유통시장의 특수성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의 로열티는 너무 비싸다. 이렇게 비싼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구조 아래서는 한국의 출판사들은 판매에 자신이 있는, 즉 시장성이 있는 책만을 선별하여 출판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인기 있는 타이틀을 놓고 출판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구조를 낳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인세율을 더욱 높이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이렇게 높은 로열티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에서 번역출판의 문턱은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번역을 통한 다양한 지식의 국제이전을 가로막는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다. 한국의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지금의 6~9% 저작권료는 책 정가의 5%를 넘지 않는 선에서 조정될 필요가 있다.

물론 5%선으로 조정하자고 할 때, 원저작권자 쪽의 “어떻게 번역자가 원저작자보다 높은 인세를 받을 수 있냐”는 불만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것처럼 영미권 국가의 경우 언어권 자체가 이미 충분히 크기 때문에 전체적인 수익 구조에 큰 문제가 없다. 게다가 계약금(advance)의 형태로 최소한의 수익은 이미 보장을 받은 셈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식의 전지구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물질적인 외관을 가지는 동시에 마음에 호소하는 무형의 비물질적인 것을 내포하고 있는 책은, 특수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다른 상품과는 늘 별도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국제출판협회의 결의안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 에이전시와 독점권(exclusive)의 문제
1987년 한국이 세계저작권조약(UCC)에 가입하면서 국내에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한 북 에이전시는 20년이 지난 지금 활황을 맞고 있다. 한국은 외국도서를 번역 출판할 경우 북 에이전시를 이용하는 비율이 87%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 에이전시 산업의 호황은 지식의 활발한 국제이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 크다. 한국사회에서 저작권 에이전시는 문화간 통로로서 해외의 우수한 지식콘텐츠를 국내에 활발히 소개하는 문화 선도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영미권 출판사들은 믿을 만한 한국 북 에이전시 업체와 수년간 계약을 맺고 권리를 철저히 보장해 준다. 이른바 독점권(exclusive)이다. 이 독점권은 원래 에이전트 시스템에 익숙한 영미권 출판사들이 한국 출판업계를 잘 몰라 이를 대신 파악해 줄 만한 대리인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생겨난 제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애초의 이 의도는 변질되었다. 독점권을 갖고 있는 한국의 에이전시가 자신의 독점권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국내 출판사들에 과당경쟁을 부추김으로써 높은 선인세와 로열티 부담을 안기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에이전시의 탓만은 아니다. 시장성 있는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턱없이 높은 값을 부르는 한국 출판사들의 탓도 크다.

한국의 출판사들은 외국저작물의 번역권을 확보하기 위해 평균 3.5개의 에이전시를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 6개 이상의 에이전시를 이용하는 출판사도 전체의 11%나 된다. 한국의 출판사들은 왜 이렇게 많은 에이전시를 이용하는 것일까. 이 역시 에이전시의 독점권 때문이다. 한국의 출판사들은 독점권을 갖고 있는 에이전시를 찾아내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에이전시들은 에이전시들간의 치열한 시장경쟁 속에서 독점권을 하나라도 더 따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간의 저작권 거래에 경험과 노하우가 충분히 축적된 지금이야말로 북 에이전시의 존재 이유와 사업 방향을 다시 한번 검토해 볼 때다. 에이전시는 독점권을 놓고 에이전시 간에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오픈(open) 구조 속에서 언어별, 지역별, 분야별로 자기 전문성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물론 에이전시를 통하지 않는, 출판사들간의 직접 거래도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3. 번역권 국제공탁, 반드시 필요하다
번역출판과 관련해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문제는 저작권자에게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 번역되지 못하는 저작물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여러 편의 논문이나 글을 편집해서 번역 출간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자를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가 훨씬 복잡하고 까다롭다. 원래 세계저작권조약에는 ‘번역권 7년 강제허락’의 규정이 있었다. 이는 저작물의 최초 발행일에서 7년이 지났는데도 그 번역이 공표가 안 되었을 때는 공탁을 하고 출판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한국의 경우 1995년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에 가입하면서 이 강제허락제도가 폐지되었다. 이 강제허락제도는 번역을 통한 자유로운 지식의 이전을 위해 다시 부활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저작권법 제 50조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어도 공표된 저작물(외국인의 저작물을 제외한다)의 저작재산권자나 그의 거소를 알 수 없어 그 저작물의 이용허락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상금을 공탁하고 이를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외국인의 저작물은 제외된다는 점인데, 이 조항은 번역을 통한 지식의 원활한 국제이전을 위해 외국인의 저작물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 보상금의 공탁과 집행은 각국의 출판협회가 하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만약 분쟁이 생길 시에는 IPA가 중재자 역할을 하면 된다. 각국의 출판협회가 IPA를 중심으로 이런 필요하고도 실질적인 업무로 긴밀하게 연결될 때 IPA의 존재 이유와 위상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4. 번역본 출간 마감 기한의 문제
번역권 계약서를 보면 통상 계약일로부터 18개월 이내에 한국어 번역본이 출간되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에서 이 조항은 지켜지기가 매우 어렵다. 대중서는 그래도 18개월 출간 마감 기간이 지켜지는 편이지만, 학술서나 전문서는 마감 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대개는 페널티 없이 1년 정도 출간 기한을 연장해 주지만, 간혹 페널티를 물거나 계약을 파기당하거나,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다시 맺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의 출판인들은 이 18개월 조항 때문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계약상의 마감 기한을 지키자니 졸속 번역이라도 감수해야 하고, 충실한 번역을 하자니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지금의 현실은 거래 파트너십을 위해서도, 충실한 번역본을 볼 권리가 있는 독자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지금 관행처럼 굳어진 18개월 조항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한국어 번역은 한국어의 특수성으로 인해 많은 시간이 걸린다. 번역 텍스트의 난이도에 따라 편차는 있겠지만, 원저작자의 의도와 표현을 최대한 살린 충실한 번역을 위해서는 번역에 36개월, 편집 및 제작에 6개월, 총 42개월로 출간 마감 기한이 조정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더 얘기하자면, 국내 저자와의 계약 때는 보통 초판 출간일로부터 5년간 출판권을 보장받게 되어 있다. 그러나 해외저작권 계약 때는 초판 출간일이 아니라 저작권 계약일로부터 5년간 출판권을 보장받게 되어 있다. 이 조항도 국내 계약과 동일하게 초판 발행일로부터 5년간 보장받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해외저작권 계약을 맺을 때 초판 인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계약금(advance)의 형태로 지불하기 때문에 크게 무리한 요구는 아닐 것이다.    

5. 퍼블릭 도메인의 체계적 관리 문제 
저작권이 살아있는지, 소멸되었는지의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도 적지 않다. 국제저작권법이 계속 변하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저자의 세부적 인적 사항 관리가 국제적 차원에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일한 타이틀을 대해 계약을 맺고 번역본을 내는 출판사와 계약을 맺지 않고 번역본을 내는 출판사가 있어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릭 도메인에 대한 각국 출판협회와 IPA 차원의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이 필요하다.

6. 번역본의 부가적 이용 문제
번역본의 부가적 이용 문제에 대해 계약서에 보다 상세하게 규정을 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저작권 계약서를 보면 그 세부 계약 사항이 책이라는 미디어를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콘텐츠 이용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고 뉴미디어가 속속 등장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콘텐츠 이용을 둘러싼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계약서에 반드시 부가적 이용에 대한 세부적인 계약 사항이 기술되어야 한다. 이러한 부차권(subsidiary rights)에는 타 도서에 대한 게재권, 신문 잡지 게재권, 발췌 요약권, 영화화권, 방송권, 전자출판권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7. 번역권 수출입의 국가 편중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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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한국 출판시장의 국가별 번역서 출간비율

2007년 <한국 출판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번역서 출판이 일부 특정국가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고 여타 국가나 언어권에는 배타적인 편향성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국(41.2%)과 일본(25.8%)이 번역서 전체의 67%를 차지하고, 이어서 영국(8.1%), 독일(7.9%), 프랑스(6.7%) 등 유럽 3개국이 22.7%를 점유한다. 이상 상위 5개국의 점유율이 89.7%나 된다. 그 밖에 중국, 이탈리아, 체코 등이 이어지지만 전체 비율에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번역권 수입이 몇몇 나라에 편중되어 있는 것도 문제지만, 저작권 수입에 비해 저작권 수출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한국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 낮은 콘텐츠 전문성과 한국어의 특수성으로 인해 저작권 수출에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자본주의 중심부 국가인 미국과 서유럽의 지식이 번역 출판을 통해 주변부 국가로 흘러가는 양은 그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지식의 양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중심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국가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심부 상위 5개국에서 생산되는 콘텐츠가 전문성과 시장성 면에서 비교우위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양한 문화 콘텐츠 교류에 필요한 국제적 차원의 인프라가 미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주변부 국가들은 우선 자국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비교열위를 극복해야 한다.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를 토대로 저작권 수출과 수입선의 다변화를 위해 언어권 및 출판 분야별로 널리 프로모션할 수 있는 전문 에이전시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될 때 동과 서, 남과 북으로 일방적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국제간의 지식 교류는 어느 정도 쌍방향의 균형을 회복할 것이고, 그럴 때 비로소 출판 문화의 전지구적 다양성이 확보될 것이다.

지식의 바다에서 출판은 하나다!!

이번 28차 IPA 서울 총회의 모토가 “책의 길, 공존의 길”이다. 여기서 공존이라 함은 민족, 국가, 언어, 종교, 이데올로기의 차이를 넘어 선진국과 후진국이 공존하고,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발원지가 서로 다른 물이 내가 되고 강이 되어 결국에는 바다에서 하나로 모이듯이, 온갖 이질적이고 다양한 문화, 사상, 지식도 자유로이 흐르고 흘러 인류 공동의 자산인 거대한 지식의 바다를 형성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문화산업의 균형 원칙이 명시되어 있는 한국의 <문화헌장>은 번역을 매개로 한 지식의 국제이전이 지향해야 할 지점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문화산업은 경제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 사이의 적절한 균형 속에서 시민의 문화생활 수준을 높이고 정신적 발전을 도우며 문화의 국제교류를 통해 나라와 나라, 국민과 국민들 사이의 상호존중과 이해, 세계평화와 안전을 증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의 문화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면서도 시장경쟁력의 열세에 놓인 문화산업 분야들이나 시장에만 맡길 수 없는 예외적 분야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사회적 지원이 제공되어야 한다.”

- 대표 유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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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3 11:16 2008/05/2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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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fifa 15 c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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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비출판사 :: 무엇이 한국의 번역출판 활성화를 가로막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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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oi 2008/05/23 12:49

    자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요 이슈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 그린비 2008/05/23 14:30

      noi님 안녕하세요! 도움이 되었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그린비 블로그를 자주 찾아주세요.
      좋은 책, 좋은 글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2. 전두표 2008/07/11 18:28

    왜 이 글을 이제야 보게 되었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
    저도 나중에 번역 일을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 너무 관심있게
    봤어요! ^^

    '번역자에게 6%의 인세를, 번역에 걸리는 시간은 36개월' 이라고 하
    셨는데... 제가 출판계 종사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질문을
    드릴게요. 그러니 현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도 이해해 주세요. ^^

    번역 계약 방식에는 인세와 매절 방식이 있는데 보통 인세 방식으로
    계약하기는 쉽지 않다고 들었어요. 역자도 인세 계약이 쉽지 않아서
    하지 않는 경우도가 많지만 확실한 책이 아닌 이상 매절 계약이 더 낫
    기 때문에 보통 그렇게 하고요.

    그런데 인세 계약 같은 경우 출판 시장 규모나 번역가에 대한 인식 부
    족으로 그 금액이 낮다고 들었는데 6%면 높은거 아닌가요? 어느 역
    자분은 인세 계약에 대해 예를 들면서 3% 선으로 잡더라고요. 물론 그
    것은 예일 뿐이고, 책의 난이도와 역자의 지명도에 따라 천차만별이겠
    지만 평균이 6% 보다는 더 낫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번역 시간이 책의 난이도에 따라 다르지만 어느 분은 자신도 그
    렇게 동료들도 그렇고 보통 한 권당 한 달 내지 두 달이 걸린다고 하는
    데 위에서 말씀하신 36개월은 너무 길지 않나 싶어요?

    아무튼 우리 출판 시장이 좀 더 확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 그린비 2008/07/11 19:18

      전두표님 안녕하세요! ^^
      일단 한가지씩 차근차근, 제가 아는 범위 안에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첫째, 계약 부분
      일단 말씀하신 것처럼 인세계약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인세계약과 매절계약이 있죠. 이건 출판사마다 방침이 다른데, 그린비의 경우엔 인세계약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인세율 부분
      이것 역시도 출판사마다 방침이 다릅니다. 그린비의 경우엔 인세율을 6%를 원칙으로 합니다.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인세율이 평균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세번째, 번역기간 부분
      그린비에서 36개월 번역기간을 주장한 이유는, 저희 외서의 대부분이 전문서, 학술서이기 때문에, 학문적인 엄밀함, 높은 번역 완성도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휴.. 답변이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네요.
      지금 그린비 외서 담당자가 출장 중이라 더 상세한 정보를 드리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

    • 그린비 2008/07/12 22:09

      전두표님 안녕하세요^^ 그린비 외서 담당자입니다. 도쿄국제도서전 갔다가 방금 돌아왔습니다. 번역계약방식에는 님께서 얘기한 대로 인세방식과 매절방식이 있습니다. 이 방식은 출간되는 책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우리 출판사처럼 인문 전문서를 주로 번역해서 출간하는 경우 책의 판매 회전 사이클이 매우 느립니다. 따라서 출판사가 매절(영어책인 경우 매절 번역료는 보통 200자 원고지 1매당 3500원에서 4500원 사이에서 결정됩니다)을 하면 책은 더디게 팔리는데 번역료는 일시에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 보통 인세방식으로 많이들 합니다. 그리고 번역인세율은 보통 5%~6% 사이에서 이루어집니다. 저는 이 번역인세가 낮다고 생각합니다. 인문서의 경우 보통 1~2천부 정도 팔리는데, 여기에 6%의 인세를 적용하면 번역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너무 작습니다. 그래서 번역 난이도나 번역의 양이 많을 경우에는 매절과 인세 방식을 혼합하기도 합니다. 또 하나 역자에게 좀더 많은 인세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위의 그린비 대표의 발제문에서처럼 원저작자에게 돌아가는 인세율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번역기간 36개월도 책에 따라 어떤 책은 마춤한 번역자를 찾는 데만도 1~2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맥시멈으로 잡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지금 우리 출판사에서 번역하고 있는 <과거의 목소리>라는 책은 지금 번역기간만 만3년째입니다.(물론 원서가 두껍긴 하지만요^^)

  3. OpenID Logo http://unjusa.myid.net/ 2010/05/28 13:38

    좋은 정보 정말 감사합니다.

  4. 예서 2019/02/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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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혜나 2019/02/2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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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하드 2019/02/25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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