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도서출판 그린비입니다.
이틀 후면 아침 저녁으로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처서입니다만은, 더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늦더위의 기세가 도무지 꺾일 것 같지가 않습니다. 장마를 지나고 찾아오는 삼복 더위를 여름의 모습으로 알고 있던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같은 때늦은 비와 더위가 영 익숙치가 않습니다. 그리고 이 현상들이 우리나라의 기후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고 있다는 징후라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어 마음도 편치가 않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소통하지 못 하고 일방적으로 자연의 희생을 요구하고 우리 사람들 만의 자세를 자연에게 강요한 결과가 아닌가 싶어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막힌 것을 뚫고 흐르게 만드는 소통의 철학'을 이야기한 장자의 목소리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서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의 저자이신 강신주 선생님께서 직접 독자들에게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평소에 장자의 철학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신 분들이나 이번을 계기로 장자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해 보려고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장자』를 읽으려는 분들에게

- 강신주

여러분들은 아마 『장자』라는 텍스트와 장자라는 사상가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장자』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일종의 이야기책이며, 또한 장자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기발한 이야기꾼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이야기들을 한 번 생각해볼까요. 아마 여러분들 대부분이 언제인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내가 나비에 관한 꿈을 꾸고 있는지, 아니면 나비가 지금 나에 관한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르겠다던 ‘호접몽’ 이야기, 작은 새들의 조롱에도 불구하고 구만리 창공을 자유롭게 날고 있는 ‘대붕’ 이야기, 원숭이에게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주겠다고 제안하는 ‘조삼모사’ 이야기, 수 십 년 동안 소를 도살해서 이제는 거의 신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는 ‘포정해우’ 이야기, 등등.

『장자』는 중국의 전국시대(戰國時代: BC 403-221) 중엽에 살았던 철학자, 장자(莊子), 즉 ‘장주(莊周) 선생님’의 사상을 담고 있다고 알려진 고전입니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장자』를 읽는다고 해서, 우리가 장자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장자』라는 텍스트를 구성한 사람이 장자 본인이 아니라, BC 202년에 창업된 한나라 초기의 지식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장자』에 장자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들을 엄격한 기준이 없이 닥치는 대로 모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안에는 장자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는 자료들도 있고, 동시에 장자와는 무관한 이야기들도 있게 된 것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여러분들은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애정이 가득한 마음으로 학의 다리를 잘라주었습니다. 학의 다리가 거추장스럽게 길어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연 학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기뻐했을까요, 아니면 슬퍼했을까요. 당연히 슬퍼하였죠. 그렇다면 이 ‘학’ 이야기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자신만의 잣대로 타자의 삶을 평가하거나 조작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일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타자들을 그대로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상대주의를 피력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존재에게 통용되는 절대적 기준, 혹은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니까요.

방금 읽은 이야기는 장자의 사유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이런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만 합니다. 다시 말해 장자철학의 원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에서 저는 장자의 사유를 소통(疏通)이라는 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소(疏)’는 선입견을 ‘터버린다’는 의미라면 ‘통(通)’은 타자와 ‘연결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소통이란 개념은 무의식적인 층위에서 작동하는 편견을 제거하여 타자와 연결을 모색하려는 장자의 정신을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소통이란 범주는 전체 『장자』 33편 중 <내편> 7편을 비판적으로 독해한 다음에 제가 발견해서 강조하고 있는 개념입니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말라’는 이야기는 소통과 관련된 장자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을까요? 분명 이 이야기는 ‘소(疏)’라는 정신은 반영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잣대로 학의 다리를 자르지 말라고 했으니까, 편견을 버리라는 이야기이니까요. 그러나 빠진 것이 하나 있지 않습니까? 그것은 바로 타자와 연결하려는 ‘통(通)’의 정신입니다. 선입견이나 편견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 타자와의 연결을 가로막는 장애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학’ 이야기는 타자와의 연결과 연대를 모색하는 데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이야기가 장자 본인의 사상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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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강남 번역,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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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주 번역, 을유문화사

『장자』를 읽을 때, 여러분들은 ‘소통’으로 표현될 수 있는 장자의 정신을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은 여러분들이 『장자』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해주는 지도의 역할, 혹은 불순물들을 걸러내는 체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장자』를 직접 읽을 수 있는 준비를 갖춘 셈입니다. 한문에 능통하지 않으십니까? 그렇다면 여러분들에게는 좋은 번역서가 필요하겠네요. 물론 제 입장에서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다음 두 권의 번역서가 상대적으로 권장할 만합니다. 하나는 오강남의 번역서, 『장자』(현암사)이고, 다른 하나는 김학주의 번역서, 『장자』(을유문화사)입니다. 물론 두 번역서는 모두 장자의 정신을 포착하는 데 성공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독성 높은 번역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권의 책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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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리라이팅 클래식 004
강신주 지음 / 도서출판 그린비 / 인문(철학), 고전

출간일 : 2007-08-10 | ISBN(13) : 9788976823045
양장본 | 296쪽 | 205*140mm


2007/08/21 10:59 2007/08/2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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