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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_이미지 출처 "연구공간 수유+너머"

광우병 소 수입을 둘러싸고 시작된 촛불집회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광우병 소 수입 문제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명박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강하게 인식한 모양입니다. 취임 100일을 우울하게 맞이했고, 어떻게 해야 ‘광우병 소나기를 피해 갈지’ 고민하고 있는 모양새가 역력합니다.
그러나 이미 촛불집회는 ‘소나기’ 수준을 넘어선 것 같습니다. 한순간에 ‘쏴~’ 하고 오는 소나기가 아닌, 열대지방의 폭우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여러 가지 꼼수를 내며 버티려고 해도 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다.
이번 집회는 참 특이합니다. 시위대의 배후를 찾아내려는 경찰과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위대의 배후를 밝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배후’라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청수 경찰청장도 ‘배후가 없어 어렵다’라는 말을 할 정도이니까요. 저 역시 참가해 본 여러 집회 중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촛불집회를 87년 6월항쟁과 비교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기가 비슷하기도 하고 시민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독재타도’라는 구호가 등장했다는 점도 비슷하군요. 넥타이부대로 상징되는 사무직 노동자들의 참가도 비슷하고, 고등학생까지 집회 참가자가 확산되었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6월항쟁과 결과는 닮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6월항쟁으로 탄생한 정부가 노태우 정권이었으니까요. 이번 촛불집회는 6월항쟁보다는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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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10 항쟁 "무려 항쟁씩이나 해놓고 도로 노태우 뽑은 나라다."(ozzyz review)>

이번 촛불집회를 68혁명과 비교하는 분석들도 있습니다. 제 생각에도 이번 촛불집회는 6월항쟁보다 68혁명과 여러 가지 닮아 있습니다. 68혁명의 큰 틀은 베트남전 반대 운동이었습니다. 그러나 운동에 참가한 사람들은 서로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 학생들이 주도가 된 집회는, 당시 프랑스의 교육정책,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등에 대한 불만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서독, 이탈리아 등 과거 파시스트가 지배했던 국가에서는 권위주의가 지배하고 있었고, 젊은 세대들은 아버지로 표상되는 국가 권위에 숨 막혀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다양한 전망들이 68혁명이라는 순간에 분출되었던 것입니다.


<68혁명에서 2006년까지 파리시민 저항>
"우리들이 말하고 있었던 것은, 내가 18세라는 사실에 의해 내 정치가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에 근거하여 행동할 권리와 책임이 있다는 사실에 의해 규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1968년의 목소리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라!"』중에서)

이번 한국의 촛불집회도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촛불집회의 계기가 되었던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이었지만, 촛불집회를 처음에 주도한 청소년들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강한 불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영어몰입교육, 0교시 수업 등,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내놓은 교육정책은 중․고등학생들을 ‘공교육의 틀’ 밖으로 내쫓는 것들이었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집회에 참가한 부모들의 심정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쇠고기 협상’이 계기가 되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치솟은 물가와 강부자 내각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 생각에 한국의 현 상황과 비교하면서 볼 수 있는 68혁명 관련 책은 『1968년의 목소리』(박종철출판사, 2002)입니다. 로널드 프레이저가 대표 집필한 『1968년의 목소리』는 일단 68혁명을 잘 정리하고 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단순히 68혁명을 잘 정리하고 있다는 점에 있지 않습니다. 『1968년의 목소리』의 장점은 혁명에 참가한 사람들의 인터뷰에 기초하여 씌어졌다는 점입니다. 어느 운동이나 그 운동에 직접 참가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운동을 주도했던 지도부 혹은 당시 ‘스타’의 목소리가 아니라 일반인으로서 운동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정말 중요합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그 당시의 현장성이 생생하게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968년의 목소리』는 쉽고 재미있게 읽힙니다. 68혁명이 일어날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운동의 전개 과정을 잘 정리하고 있기도 하지만, 꾸준히 인용되는 인터뷰는 마치 회고록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운동을 회상하는 글들이 주로, 당시 운동권 지도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1968년의 목소리』의 작업은 꽤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아마 이번 촛불집회에 대한 글들이 생산될 몇 년 후에는 『1968년의 목소리』와 같은 책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촛불소녀들을 인터뷰하고, 유모차 행진을 이끌었던 젊은 부모들을 인터뷰해서, 『2008년의 목소리』 같은 책을 한 권 내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 편집부 진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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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5 12:44 2008/06/0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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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무아래 2008/08/20 11:55

    너무 이해하기 어려워요... 번역이 어려운 것일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