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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촛불문화제가 한달을 넘긴 지금, 어떤 게 '일상'이었는지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5월 31일. 그러니까 지지난주 토요일이죠. 밤이 되면 사람 하나 없이 한적한 동네에서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들렸습니다. 창덕궁 숲과 가까이 있어서 웬만한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데 말입니다. 경찰차 사이렌 소리도 자주 들리더군요. 하긴 5월 28일부터 안국동 사거리가 저녁을 기점으로 통제된다는 건 대충 알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택시타고 오면 꼼짝없이 동십자각에서부터 걸어서 집으로 와야 한다는 것도 알았지요.

엄청난 소리와 간간히 섞인 비명 같은 것들.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대충 씻고 진보신당 칼라TV(바로가기)를 봤습니다.(오마이도 함께~) 이건 뭐..난리도 아니더군요. 물대포를 사람 머리 위에다 대고 쏘질 않나(단순한 물리적 지식만 있어도 수압이 엄청나다는 걸 알 텐데 말입니다), 또 자세히 보니 물 맞는 사람들 대부분이 저보다 훨씬 어린 학생들이었습니다.

쇠고기 수입에만 집중한다고 생각했기에 저는 촛불시위에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사실 닭, 돼지, 소 우리가 먹는 모든 것들이 위험한데 왜 쇠고기만 그러냐~라는 답답함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촛불시위가 가진 긍정성은 인정했으나 질문의 범위가 협소하다고 생각해서 잘 나가지 않았었죠. 일요일 아침 일어나 인터넷에 접속해 보니,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지금이 80년 광주냐?’라는 댓글이 뜬금없는 말 같지 않았습니다. 군홧발에 머리가 짓밟히고, 뭐에 맞았는지 피가 흘러 머리를 붕대로 감은 여학생들. 180명이 넘는 연행자. 제가 지금 보고 있는 사진과 시위를 다녀온 사람들이 쓴 글들이 과연 사실일까? 믿을 수가 없었기에 의심했습니다. 지금은 2008년이잖아요. 당신들이 늘상 농민 시위 때마다 주장하는, 죽창을 들고 덤비기에 방패로 찍었다는 논리가 성립하기엔 지금의 상황은 과잉진압 아닌가요?

어떻게 해서 저들은 같은 시민들을 때릴 수 있을까? 징병제 사회에서 ‘명령불복종’권리는 존재하지 않는 걸까?(자기가 원해서 간 게 아니기 때문에 전 명령불복종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니 무슨 죄로 시민을 때리나? 집시법 위반이 방패로 찍고 물대포 쏠 정도로 큰 범죄인가요?(실은 집시법 자체가 웃기는 법이지만) 질문은 더 커졌습니다. 전경에게 그렇게 진압하도록 시킨 사람은 누구인가? 그 사람은 또 왜 그런 명령을 내렸을까? 명령을 내렸다고 걍 따르는 너희들은 도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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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사회가  때로는 타협해야 한다고 인정하지만, 정부가 부도덕한 행동을 하여 충성받을 자격을 상실할 경우에 시민은 그 정부에 저항할 권리를 갖는다고 주장한다."
(앤드류 커크, 유강은 옮김,『세계를 뒤흔든 시민 불복종』중에서)

제가 지난 주 내내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 어디서 많이 듣던 질문 같지 않습니까? 저런 질문은 저만 했던 게 아닙니다. 2차 대전 시기에 있었던 독일의 유태인 대학살 이후 우리에게 던져진 오래된 질문입니다. 인간은 합리적이라면서 왜 그 많은 사람을 아무런 생각 없이 죽일 수 있지? 한나 아렌트 언니가 말했던, 생각이 없는 데서 발생하는 ‘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는 한 심리학자의 실험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예일대 사회 심리학자가 기억에 관한 실험을 하겠다고 신문에 광고를 냈었죠. 실험에 참여하면 한 시간에 ‘4달러’를 준다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막상 사람들이 갔더니 체벌과 학습에 대한 연구라고 말을 바꿨죠. 제비뽑기를 해서 한 사람은 학생을, 누군가는 선생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실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실험자는 문제를 내고 학생은 답을 맞춥니다. 그리고 선생 역할을 맞은 피험자는 답을 맞추면 상관이 없으나 틀릴 경우 15V 정도의 전기 충격을 학생에게 가합니다. 또한 틀릴수록 15V씩 전압의 크기를 높이라고 하지요. 전압은 15V에서 450V까지 있었습니다.

이들이 실험 전에 예일대에서 설문 조사를 했을 땐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런 상황에서 자기는 전압을 높이지 않을 거라고 했답니다. 절대 다수였지요. 하지만 실험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150V까지 가자 피험자들은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실험자가 말했지요. “괜찮습니다. 실험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저 사람에게 치명적인 손상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자 실험은 계속되었습니다. 맥시멈 450V까지 올라갔죠. 학생 역할을 맡은 사람이 침묵하고 있자, 침묵은 틀린 답으로 간주하라고 15V 더 높이라고 했을 때도 사람들은 순순히 따랐다고 하는군요. 병적인 새디스트가 아닌 이상 150V 이상의 충격을 주는 사람은 0.1%밖에 없을 거라고 믿었던 실험자들의 기대와 달리 자그만치 65%의 피험자들이 450V까지 올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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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이 바로 스탠리 밀그램씨입니다.(Wikipedia 항목 바로가기)_


이것은 권위와 복종의 상관관계를 설명한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 내용입니다. 이 이후에 그 지역 안에서 똑같은 실험을 반복했을 때에도 역시 65%의 사람이 450V까지 올렸다고 하는군요. 전 요새 상황을 보면서 자꾸 밀그램의 실험이 생각납니다. 명령을 내리는 경찰청장, 또 그 명령을 수행하는 전․의경.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비인간적인 행위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않겠죠. 하지만 굳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어도 명령이 주어지면 65%의 인간이 아주 충실하게 그 명령 내용을 수행합니다. 그 명령이 누군가를 죽이거나 때리라는 것이라 하더라도, 어떤 명백한 이유를 따지기 전에 그냥 위에서 시키면 알아서 복종하는 사람들. 이건 단순히 전·의경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전․의경들에게 그런 명령을 행사한 사람은 누굴까요? 올라가 보면 경찰청장이겠죠. 경찰청장은 그럼 누구의 명령을 받아서 촛불을 든 사람에게 물대포를 쏘고 방패로 찍게 지시한 것일까요? 65%의 인간 중에는 심각히 비도덕적이거나 정신 상태가 메롱인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절반이 훨씬 넘는 사람들은 지시의 정당성 유무는 따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이와 비슷한 실험으로 사람들에게 물구나무를 서라는 둥, 유리창에 혓바닥을 대 보라는 실험에도 이와 비슷한 수치의 사람들이 그 명령을 잘 따랐다고 합니다. 이건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일까요? 본질로 들어가면 답이 안 나오죠.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으면 성실하고 착하게 잘 살아갑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인간들이 반항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럼 모든 인간은 저렇게 살아가는 것일까요? 평소엔 선량하다가 권위자(믿을 만한 학자, 혹은 상급자 등등)가 명령하면 잘 따르는 로봇일까요?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전․의경이 그런 명령에 알아서 복종하는 거나 경찰청장의 부당한 명령이 내려와도 집행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님을 알려 두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얘네들이 한 일이 정당하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사회 심리학자인 스탠리 밀그램이 본다면 복종하지 않겠다고 하는 인간들이 이상한 존재들이니까요.

모든 인간들이 저렇게 명령이 내려오면 복종하는 존재들일까요? 65%를 뺀 35%는 그럼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요? 35%의 피험자들은 300V에서 그 실험을 수행하기를 멈췄다고 합니다. 더 이상 당신의 명령을 수행할 수 없다라고 실험자의 말에 불복종한 것이죠. 누군가 450V까지 전압을 올리는 동안 그들은 피험자의 지위를 포기한 것이지요. 실험자의 권위와 그리고 그 권위를 가진 자가 내리는 명령에 그들은 거부한 것입니다. 스탠리 밀그램이 65%를 통해 권위에 대한 인간의 복종을 설명할 수 있었다면 사실 나머지 35%는 그 영역 바깥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권위-복종에 관한 실험에서 실험 수행을 거부한 사람들. 그럼 그들은 어떻게 명령을 거부할 수 있었을까? 그건 사회 심리학이 커버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이런 실험 결과가 현상 설명 말고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은 할 수 있겠죠. 개인의 도덕성, 이성적 인간 뭐 이런 답 안 나오는 주제를 떠나서 우리는 어떻게 밀그램의 실험에서 65%에 속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생각 많이 하기, 공부하기, 공감하기? 밀그램은 고런 복잡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딱 한마디 합니다.
“피험자들이 실험자가 내리는 명령에 반항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불합리한 명령을 내리는 권위자와 관계를 끊는 것이다”
- 스탠리 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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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문화제 참가자의 손에 들린 피켓엔 "광우병 쇠고기 너나 먹어 이명박"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지금 상황만 놓고 보자면 "불합리한 권위자와 관계를 끊은" 사람이 전체의 35%는 넘어 보입니다.
이명박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밀그램의 실험과 연관하여 전 다시 불복종한 35%의 사람들을 생각해 봅니다.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 이제까지 (쇠고기)먹으라면 먹고, (조․중․동)읽으라면 읽고, 명령은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 아마 2메가님하께서는 시민들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권위자가 명령하면 생각 없이 따르는 65%라고 말이죠. 마치 경찰이 자신의 수족처럼 어떠한 명령에도 복종하는 것처럼 알아서 잘 따를 거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워낙 똑똑해서 남들이 자기를 몰라 준다고 생각한 2메가님도 사회 심리학의 돌발 변수인 35%는 잊으셨나 봅니다. 그리고 그때처럼 권위에 복종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던 사회에서 얼마 안 됐던 35%가, 세상이 달라지면서 이제 더 많은 수로 증가했을 거라는 사실을 모르셨을 수도 있죠.(어쩌면 불복종하는 사탄(?)들은 시민이 아니라고 생각하실지도)

촛불집회와 관련하여 ‘낯간지러운 이야기하지 않기, 호들갑떨지 않기’의 입장을 취하는 저지만, 전 이번 촛불집회를 보면서 밀그램의 실험이 어느 측면(경찰들의 강경진압)에선 여전히 유효하지만 다른 측면(시민들의 불복종)에선 또 다른 해석을 낳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권위주의에서 탈피하지 못한 사회에서 복종하는 사람들의 수치와 탈권위사회로 조금씩 나아가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실험 결과는 어쩌면 판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조중동에 광고하는 기업들 불매 운동. 그 기업들에 항의 전화를 하는 사람들. 수의사만큼 광우병에 대해 공부하고, 외교부 공무원을 능가할 만큼 지식을 쌓고, 공기업 민영화가 가진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사람들을 보며 밀그램의 실험을 지금 한국 사회에서 한다면 또 달라지지도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불합리한 권위에 불복종해 본 사람들은 다시는 불합리한 명령에 따르면서 살지 않을 테니까요.

덧붙여, 징병제 사회에서 강제로 군대를 간 사람들에게 군법 적용을 하는 게 당연할까요? 법은 자유로운 주체들이 만들었다면서 왜 강제로 데려가 놓고 지들끼리 법을 따르라고 하는 걸까요? 좁은 골목에 닭장차로 길을 막고 그 앞에 전경들을 배치해 전경들을 오도가도 못 하게 한 상급자. 전경과 시민들이 거기서 서로 밀고 밀리다가 다칠 경우는 생각해 보셨나요? 전 이번 새문안교회 앞에서 일어난 일을 보며 국방의 의무로 군대를 간 군인들에게 ‘명령불복종’ 권리를 허해야 한다고 봅니다.(뭐 징병제가 없어지면 제일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군인들이 통제가 안 된다구요? 너의 무능함을 탓하세요~ 어쩔 수 없이 군대 간 애들 탓하지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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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세종로 사거리 컨테이너 박스로 막아 놓은 이메가님. 님하 좀 짱인 듯! 서울이 무슨 심시티 게임입니까? 레고놀이는 혼자 하세요!

- 편집부 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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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0 12:40 2008/06/1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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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자폐증 대통령의 엇나간 지배욕구

    Tracked from 래디컬 바이올로지스트 (Radical Biologist) 2008/07/03 22:53  삭제

    무려 조선일보에 실린 글을 소개한다. 뭐 정확히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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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08/06/11 02:36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 아쿠아비트 2008/06/23 20:29

    검색하다 들렀는데 잘 읽었습니다. ^^ 하지만 스탠리 밀그램의 실험 중 명령에 불복종한 35% 중 상당수는 사실 자기한테 피해가 돌아올까봐 전압을 높이지 않은 것이죠. 예컨대 전압을 높일 때마다 상대가 고통스러워 하는 걸 보고 심장이 약한 피실험자는 맥박이 빨라지는 걸 느껴 그만두었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즉 상대방을 위해 전압을 올리지 못한 것이 아니라 자기 심장이 아파 전압을 높이지 못한 거죠. 그렇다면 계속 이어지는 촛불시위도 그런면에서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에게 진정 미국산 쇠고기수입과 새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올까봐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이죠...ㅎㅎ